너무 중요합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누가 위 질문을 보고 '그다지' 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피, 땀, 그리고 눈물 위에 세워지지 않은 금자탑이 대체 어디에 존재할까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우리의 영원한 친구인 노력에 대해 조금 이율배반적인 시각으로 다루어볼까 합니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에 대해 도전해볼까 합니다. 도전에 앞서, 결코 노력을 평가절하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러 둡니다.
이 생각의 시발점은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 하려면 대체 무엇이 가장 중요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들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던 데에 있습니다. 노력, 의지, 놀고 싶은 마음을 참는 능력, 잠 줄이기와 같은 - 아무튼 노력 비스무리한 - 것들을 대답으로 내놓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마다 반대하지요^^...
제가 집 근처에 있는 <재현 빵집>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 상황에 놓였다고 상상해 봅시다. 아쉽게도 핸드폰이나 지도가 수중에 없습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일단 신발 끈을 묶고 대문을 박차고 나가 아무 방향으로나 뛰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물론 열심히 뛰어다니면 언젠가는 <재현 빵집>에 도착해서 맛있는 빵을 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조금 무리해 보면 지구를 한 바퀴 빙 돌아서 가장 최장거리를 돌아 헥헥대면서 빵집에 도달할지도 모릅니다. 아마 여러분들 모두 위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근처 부동산에 들어가서 그런 이름의 빵집이 있는지 물어보거나,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아니면 적어도 집 근처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으면서 목적지를 찾겠지요. 여기서 노력에 대한 첫 번째 도전의 요지가 드러납니다. 문제상황에 대한 적절한 분석이나 해결방향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노력은 '비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의 선후관계를 따져 보아도, 분석과 고민 위에 노력이 덧씌워지는 것이 합당해 보입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노력 혹은 의지와 관련된 조언이 왜 가장 많고 널리 퍼져 있는지에 대한 이유도 여기 어딘가에서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Youtube, 자기계발서, 동기부여 영상, 강연 등 노력의 중요성과 관련된 조언이나 동기부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바로 그것만이 유일하게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조언이기 때문입니다. 학생 백 명을 모아 놓고 "똑똑하게, 효율적으로 공부해라" 라고 조언한다면, 백 명 중 열 명 남짓한 학생들만이 이게 무슨 조언인지 감을 잡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해라, 엉덩이 딱 붙이고, 하루에 열세 시간씩" 이라는 조언을 못 알아듣는 학생은 없습니다.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모두 이해합니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수많은 요소들 중에, 노력 - 그것만이 모든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입니다. 하지만 널리 퍼져 있고, 익숙한 조언이라고 하여 그것이 [실제로]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널리 퍼져 있는 것이 항상 진실은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최근에 면접을 준비하는 한 친구가 도움 요청을 해서 그 친구의 준비과정과 현재 상태를 엿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면접을 어떻게 준비할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친구는 일단 예상 질문을 쭉 정리한 후에, 거기에 답변을 달아서 입에 달라붙도록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예상 질문을 정리하면 족히 백 개는 될 텐데 그걸 모두 스크립트를 써서 외운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냐, 만일 답변에서 추가질문이 나오면 그건 어떻게 대응하냐고 물었더니 약간 생각이 달라진 듯 해 보였습니다. 면접을 준비할 때에 답변을 꼼꼼하게 암기하여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으나, 이 방법의 맹점은 바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는 답변하기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본인에 대한 질문 / 직업에 대한 질문 / 사회 일반에 대한 질문 정도로 면접 질문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한 이후에, 각 영역마다 어떤 식으로 물어보든 포괄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나 예시들을 몇 개 준비하면 어떻겠냐는 식으로 도와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 첫 번째 도전의 요지는, 열심히 탑을 쌓기 전에 설계도를 충분히 그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력이 투입되는 단계를 조금 더 미루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뛴다는 마음이 가득차 있으면, 상대적으로 분석과 방법에 대한 고민은 약간 옆으로 제쳐지기 마련입니다. 노력은 뜨겁고, 분석은 차가운 것이니까요. 뜨거우면서 차갑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노력에 대한 두 번째 도전은 말장난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저는 꽤나(!) 진지합니다. 바로 노력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력할 수 있다는 것도 재능이다' 라는 이상한 말과 유사한 맥락이 있습니다. 엄청난 퍼포먼스와 극적인 성취를 가능케 하는 노력은 아마 상당히 높은 수준의 노력일 텐데, 이러한 극도의 노력과 의지가 과연 무엇에 의해 가능해지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14시간 이상 집중해서 공부하는 입시생들, 다섯 시간 동안 기타를 연주하는 음악가, 밤을 새워 작업하는 프리랜서, 새로운 요리를 밤낮으로 연구하는 요리사들은 대체 님들과 다른 무엇이 있길래 그런 노력이 가능할까요?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 만약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본인이 선택할 수 없었던 유아기의 주변환경, 혹은 어쩌다 발견하게 된 자신의 적성, 우연히 만난 어떤 집단이나 사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것은 상당 부분 운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유의미한 성과 차이를 보이게끔 하는 수준의 노력을 투입 가능한가 여부는 어쩌면 운(!) 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글을 적는 스스로도 위 문장에 대해 알 수 없는 반감을 느끼게 됩니다. 열심히 사는 것의 가치를 너무 오래 믿어온 우리는 그것의 대척점에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지는 - 운 - 이라는 것에 대해 모종의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운과 공정함에 대해서도 한번 꼭 써야겠습니다.
세 번째 도전은 가장 중대하면서 심오합니다. 저는 이 세 번째 부분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된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바로 노력의 가치를 맹신하지 않는 것, 반대로 노력 외의 것들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 스스로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을 달성함에 있어서, 또는 경쟁에서, 혹은 인생 전반에 있어서 본인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소들을 나열해 봅시다. 의지, 노력, 운, 인간관계, 본인의 능력, 아무튼 수많은 것들이 있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딱 두 가지로 잘라 보겠습니다. 첫째는 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이고, 둘째는 본인이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본인이 바꿀 수 있고 개입할 수 있는 것의 대표자는 오늘의 주제인 '노력'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들에는 대표적으로 운, 부모, 천성 등이 있지요.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믿어지는 노력을 성공과 실패에 있어서 무조건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게 되면, 어떤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쉽게 말해 모든 결과가 노력이 부족했던 스스로의 탓이 되기 쉽습니다. 반면에 그냥 운에 의해서 결정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납득하게 되면, 결과를 받아들이기 쉬워집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에 대해 누군가는 이런 자기합리화 하는 녀석, 실패하고 사회 탓 불운 탓 할 녀석이구만!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요. 스스로 마음이 나아지고 행복해진다면 뭔 탓이든 못 할까요. 개인의 행복과 안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믿습니다. 장자가 이야기한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라는 가르침과 비슷한 듯 합니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성취에 있어서 노력 외에 개인이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음을 존재하는 것이 운명론적이거나 패배주의적인 자기합리화와 동일 선상에 놓여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현명함과 결합된다면, 노력의 여집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은 마음의 안정과 자유에 가까워질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개선방안이 무엇인지 적확하게 인지하는 밑바탕이 됩니다.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일과 노력의 손아귀를 벗어난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바꾸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지 모릅니다. 다만 어떤 것이 내가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점인가에 대한 고민은 상당히 신중하고 끈질기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부터는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야 - 하고 지레 선을 긋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습니다.
마치면서
기원전 사람인 호라티우스는 하루하루를 그대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고 했답니다. 노력의 가치를 숭상하는 명언은 2000년도 더 된 것인데, 20몇 년 산 제가 감히 도전해 보았습니다. 물론 저도 무언가 얻어내는 데에 있어서 근면함과 노력, 정진하는 자세는 필수조건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그것이 저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글을 읽으시면서 열심히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확장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