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딱지는 언제 뗄까?
브런치는 적당해 보였다.
에버노트는 나만 보는 메모여서 한 편의 글로 완성되지 않았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허영심 가득했던 디자인 학부생의 자국. 이글루스 계정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회사 팀 블로그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는 있지만 일하고 있는 듯한 느낌. 새로운 개인 블로그를 만들자니 그럴 여유는 없고, SNS는 특유의 휘발성이 꺼림칙했다. 맛은 적당하고 조용한 카페 같은 곳에서 글을 쓰고 싶었다. 작년 11월에 가입했던 브런치. 작가로 등록하고 사용해 보니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브런치가 한 달이 되었다.
첫 글을 발행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열세 개의 글을 공개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것 같다. 복붙 해서 올린 예전 글이 일곱 개나 된다. 그 일곱 개의 글은 첫날 한 번에 올렸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이. 내 브런치의 글 관리를 위해서 트렐로 보드를 만들었다. 회사 팀 블로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캘린더를 보고 나니 신경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
브런치도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쓰고 싶은 대로 나의 이야기를 적고, 읽어주는 몇 사람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라이킷, 공유수, 조회수가 없었다면 그 생각이 더 오래갔을까? 회사 팀 블로그를 관리하던 습관일까?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글을 발행하고 나면 하루에도 몇 번씩 통계를 확인했다. 이게 뭐라고... 그래도 점점 무뎌진다. 그래프가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내려가면 내려가는 대로. 디자이너니까 다들 역시 바쁜가 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글 쓰는 목적에 집중하자고 다시 다짐해 본다.
브런치에 바란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도 퇴고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최고지만 패드 앱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아이패드 앱이 가로모드 지원이 안되는데 글 쓰기 모드에선 또 된다. 현재 아이패드용 앱은 아이폰용을 그대로 뻥튀기했다. 아이패드 미니 정도라면 별 문제없겠는데 내가 쓰는 프로 12.9inch에서는 웹이 훨씬 읽기 편하다. 가로로 읽고 싶을 땐 브라우저 앱을 실행하는데 이 둘을 번갈아 쓰기가 여간 귀찮다. 패드에서 글 쓸 때 커서 이동이 제한적인 것도 불편하다. 문장 밖에서는 키보드 상/하 키가 먹통이 되어서 화면을 자꾸 탭 하게 만든다. 아이패드로 글 쓸라고 키보드 샀는데 이게 뭐야...... 글 쓸라고 아이패드 샀는... 응? 아무튼 패드 앱은 별로다.
슬슬 저녁 시간이 다가오니 이쯤 하고 마쳐야겠다.
-이패드 앱 좀 어떻게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