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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호 Jun 13. 2024

시 쓰는 사람들

시 쓰는 사람들

2024.6.13



시를 쓰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또한 시를 쓰는 사람들이다.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모두

시를 매우 좋아한다.

적어도 나의 경우

시를 억지로 시켜서 시를 쓴다는 사람은 본 적 없으니까.

그러니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시를 쓰는 것이다.

아니다. 나의 경우는

시를 쓰는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시에 붙어 있게끔 한 것 같다.


시를 쓰면서 알게 된 사람들.

이젠 대부분이 시를 썼던 사람들이 되었지만.

알았던 사람들. 흘러간 사람들이

내겐 있다. 


그 사람들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근데 이제 시를 안 쓰는 사람들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시를 공부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만나면서 내부로부터

모종의 두려움을 키우게 된 것 같은데

말하자면, 나도 언젠간

시를 쓰지 않는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런 것. 

그것에 대해 종종 생각 할 때마다 무섭다.

그래서 가끔은 저항도 한다.

저항하는 힘으로 시하기를 지속한다.

사실 나는 자주 그래 왔다.


나는 내가 왜 시를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치만 그것을 알려고 하면 큰 코 다친다.

그것은 엄청나게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풀어헤친 뒤 차근차근

정리해두고자 할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생각을 풀어내는 순간

시를 안 쓸 것도 같기 때문에.

그런 생각 않으려고 한다.

실은 그냥 귀찮다.

귀찮은 게 제일 크다.


나는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그래서 만나 뵙고 싶다.

만약 내가 문창과를 다녔다면

그들처럼?

환멸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그런 인연이 부러워.

그래서 시인이 되고 싶은 것도 같아.

시인 되면

아닐 수도 있지만

사바사지만

나 하기 나름이겠지만

시 쓰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질 테니까.


(타임타이머 시간이 20분이나 남았다.

뭘 더 써야 하지? 시 쓰는

사람들에 대해?

그치만 더 말하면 안 된다.

더 말할 수

없다.

나는 이 정도로 추상적으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내일부터는 

좀 다른 주제로 

글을 써 봐야겠다.


*


건너편 아파트

같은 층

캣타워에

하얀색 바탕 갈색 점

고양이가 보인다.

나는 요즘 베란다를 내다볼 때마다

저 고양이가 캣타워에 올라가 있는지 살핀다.

어쩌다 저것이

좀처럼 잘 움직이지도 않는

저것이 고양이인 줄

알게 됐을까?

저 하얀 덩어리가

고양이인 것을

인식한 순간부터

하얀 덩어리가

귀엽게 

보인다.


*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시집은

시인 김언의 시집들.


*


선풍기를 직빵으로 쐬면

눈이 많이 시려서

벽에다 쐰다.

그러면

벽을 마치

당구 쓰리 쿠션처럼

팅 팅 팅

하다가

나에게 닿는다.

바람은 약해진 채.

어쩔 수 없다.

약한 바람

도 좋다.

그렇다고 강풍으로 두면

시끄럽다.

미풍이 좋다.

눈도 안 시리고

선선하니.


*


시인이 되자.

이렇게 말하면 너무 시만 밝히는 사람 같아서 싫다.

그래도 난 시인이 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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