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희 씀
민주시민교육이 한참 흥했던(?) 시절 관련된 각종 자료에서 많이 보았던 필자의 이름, 심성보 선생님께서 프레이리를 한 번 정리해주셨구나! 하는 것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대학 시절 교육학을 처음 접하곤 여러 가지 과목을 수강하며 한 권씩 개론서를 읽어보았을 때가 떠올랐다. 교육사회학, 그리고 프레이리. ‘이거 완전히 빨갱이 아니야?’ 우스갯소리로 해보았지만 내가 살아온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비춰주고 있는 것이 교육사회학의 프레이리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단편적으로 접하고 임용고사의 시험과목으로 편평히 조각조각 만났던 프레이리를 한 큐에 꿰어 통합적으로 정리해볼 시간이 주어진 책이라는 것에 일단 감사를 한다.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교육사회학에서 프레이리의 포지션 이외에 이 책은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까. ‘지금의 상황은 위태롭고, 역사적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책은 그 돌파구, 삶의 실마리를 프레이리에서 찾고 있다. 사회적 관계의 총체성을 인식하여 ‘재생산’의 악순환을 끊어 내야 한다는 것.
프레이리가 변호사로 시작해 국어교사(포르투갈어)로 일하다 교수로 일하고 성인 문해력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했다는 개인 신상에 대한 정보는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문해력 프로그램이 단순히 글자를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고 그것이 함의하고 있는 의도, 사상 등을 비판적으로 알게 되는 것까지를 ‘문해(세계를 읽는 것)’라고 했다는 프레이리의 전매특허, 학습자를 수동적인 지식 수입자, 섭취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로 본 그의 사상의 관점과 연결되는 지점들이 책의 곳곳에 나오면서 단편적으로 많이 외웠던 프레이리와 그의 사상에 대한 지점들이 하나의 큰 선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교육사회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얻을 수 있는 큰 미덕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러다 군부정권에 의해 감옥에 갇히고, 추방되는 일이 벌어진다.)
정말 브라질이 부러운 대목은, 2022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한국을 4:1로 이겼을 때도 있었으나
듀이가 시카고대학교에 설립하고 운영했던 실험학교는 한 학교에 그친 진보주의(경험중시, 아동존중) 교육사상의 실험이었지만, 프레이리의 교육개혁 실험은 사회변혁을 위한 교육청 차원의 행정적 실험이었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는 상파울루 교육감으로 학교, 교사, 행정적인 모든 측면에서 그의 사상을 실현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지치고 힘들어(그가 교육감이었지만 현실이 만만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죽기 6년 전 사임하고 대중 강연, 글쓰기를 하겠다고 말하였으나 말이다. 위에 인용한 부분을 읽고 나서 브라질은 얼마나 좋아졌을까 하는 부러움에 젖어있다가, 문득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는 반복되는지, 정권의 성향에 따라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방향은 이리 꿈틀 저리 꿈틀 하며 바뀌고만 있는데, 이 것을 역사적 진보, 발전을 위한 힘겨운 발걸음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퇴보는 아니고 진보이길 빈다.) 우리나라도 진보교육감이라는 사람들이 많은 교육청에 수장이 되어 교육정책을 펼쳤고 나아진 점도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는 조직 속에서 교육이 이뤄진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프레이리의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교사는 몇이나 있을까. 교장은 몇이나 있을까. 교육감은 몇이나 있을까. 교감, 교장 연수는 ‘이런 교육적 경향이 있으니 받아주십시오’라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교육 철학서를 빡시게(?) 읽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과 제대로 구술, 토론할 수 있는 수준이 되게 하여, 자격시험으로(?) 해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프레이리의 교육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사상적 자유는 당연히 허용해줘야 한다. 그 자유를 선택한 동시에 속된 말로 프레이리가 왜 별로(?)인지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도 당연히 자격시험 통과이다.
치기 어린 감상의 전제는 교육의 본질, 사람을 교육하는 것, 사람이 성장해 나가는 것에 근원적인 목적을 두지 않고 제삿집 젯밥에만 관심을 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 어린 시선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프레이리의 사상에 찬동을 하든, 반대를 하든 진지하게 교육에 대해 성찰하고 토의하고 토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 무엇이 그리 두렵길래 침묵하게 하고 억압하는 걸까.
사족.
1. 너무 많은 사람의 추천사는 필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려주기도 하지만, 2-3개 정도만 깊이 있게 남겨두고 나머지는 싣지 않았으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야?(유명한 사람 맞음..ㅎ)라는 반감이 드는 것도 사실.
2.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그 압도적인 두께에 두려움을 받기도 하지만, 단순한 프레이리 사상 이론서가 아니라,
(1) 그의 삶
(2) 그에게 영향을 미친 사상들, 그의 교육학의 사상적 뿌리
(3) 그의 교육사상의 핵심 개념
(4) 교육사상을 어떻게 계승하고 실천할 것인지
를 구분해 놓아 생각보다 부분별로 골라 읽으면 많이 지루하지 않다. 바늘이 꿰어질 때마가 느껴지는 재미가 있으니 교육사회학 살짝 맛봤던 사람이라면 읽기를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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