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 씀
<내가 사랑하는 노래>
어려운 주제다. 당장은 생각나지 않는다. 음악보다는 문학이나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타임머신을 돌려 노래와 맞닿아 있는 순간의 현주와 인사하러 가볼까? 그곳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보자. 4학년이 될 즈음 유행했던 드라마 ‘궁’의 OST ‘Perhaps love’, 아직 cd로 음악을 듣던 시절, 동생과 내가 흠뻑 빠져 있던 버즈의 ‘남자를 몰라’, 패기가 넘치던 중학생 현주를 대변하는 윤하의 ‘Audition’, 치열한 입시 속 순간의 행복감을 책임진 ‘너랑 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노래방에서 항상 불렀던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우리 반 반가가 된 샤이니의 ‘초록비’, 발령 후 힘든 시기를 받쳐 준 아이즈원의 ‘airplane’과 종현의 ‘하루의 끝’, 그리고 지금, 정은지와 서인국의 ‘All for you’.
좋아,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 한때는 아프게만 느껴졌던 나의 조각들도 반짝반짝, 예쁘다. 타임머신 장치를 돌릴 수 있는 횟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세 순간만 골라볼까.
1. 아이유-너랑 나
시간을 주제로 한 곡.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벚꽃이 흐드러진 해운대의 등굣길 위를 타박타박 걸어 다니던 나로 돌아간다.
‘너랑 나랑은 지금 안되지
시계를 더 보채고 싶지만
네가 있던 미래에서 내 이름을 불러줘.’
내 마음의 시곗바늘이 마구 달려가는 것만 같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영원히 기다리고만 싶고, 사랑을 찾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노래. 고등학교 2학년의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렸고, 굳게 믿었다. 언젠가 나를 찾아올지도, 내가 찾아갈지도 모른다고.
2. 버즈-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내 마음속 1등 친구가 노래방에서 부르던 노래. 탁월한 노래 솜씨로 나를 홀리던 친구의 마지막 곡은 항상 이 노래였다. ‘Far away You’re my sunshine We are together’ 폴짝폴짝 뛰는 친구의 몸짓, 달아오른 목소리가 생생하다. 집안의 기대도, 불확실한 미래도, 입시에 대한 거대한 중압감도 없는 그저 신이 난 눈동자.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친구도, 나도.
3. 정은지, 서인국 – All for you
서로의 이야기로 여름밤을 수놓던 어느 날,
“노래 불러줘.”
노래라니? 당황스러움과 알 수 없는 간질거림 사이에 망설이던 것도 잠시, 우리는 시작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고,
“이 노래 알아?”
“내가 서인국 부분 부르면 되는 거야?”
앗, 나 혼자 부를 생각이었는데. 함께 부를 생각이었어? 감동이야.
앞으로 지나갈 나의 시간에는 어떤 선율을, 누구와 채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