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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천교육교사모임 Aug 15. 2021

네 번째 주제: 내 인생의 BGM 4

선명한 새벽빛 씀

  두 달 전에, 코미디 전문 신랑과 멜로 전문 신부가 만나 결혼을 했다.    


  우리 부부는 결혼식에서 영화 OST인 ‘Happy Together’에 맞춰 동시 입장을 했다. 신랑이 춤을 추며 먼저 나가다가 멈춰 서고, 신부가 출발해 중간에서 만나 함께 걸어갔다. 리듬을 타며 작은 율동도 하려고 했으나 막상 결혼식 당일이 되니 생각보다 정신이 없었다. 힐 위에 올라서는 것만 해도 다리가 떨렸고, 베일마저 무거워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머리가 뒤로 당겨지니 고개에 힘을 주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도 버거웠다.    

 

  게다가 조명이 처음에는 신랑을 따라가다가 돌아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나에게 그대로 멈춰 있는 것도 당황스러웠다. 먼저 출발한 신랑은 조명 없이 어둠 속에서 춤을 추며 멀어져 갔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돌이킬 수 없었기에 나도 얼른 웃음을 되찾고 신랑을 향해 나아갔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어도 고마운 사람들의 축복하는 마음들 덕에 너무나 벅차고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인생도 영화처럼 감독, 배우, 관객이 있다. 다만 인생에서는 그것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점만 다르다. 그리고 결혼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과 같다고 하던가. 우리의 결혼식은 신랑 신부가 공동 제작하는 새 영화의 프롤로그가 되었다. 감독이 둘이라 서로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채우기도 하지만 생각이 달라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이미 엎질러진 영화다. 함께 하는 인연들과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영화에도 배경음악이 중요하듯 우리만의 결혼식을 위해서 노래 선곡에도 신경을 많이 썼었다. 평소 음악을 사랑하는 신랑은 마치 음악 백과사전처럼 우리의 BGM이라 할 만한 노래들을 생각해 냈다. 다른 사람들이 별로 하지 않는 것을 하자며. 신랑 신부 행진곡은 이한철의 ‘슈퍼스타’로 골랐다.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말은 우리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모든 이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우리는 노래에 맞춰 즐겁게 신나게 걸어갔다. 다 함께 불렀던 그 노래처럼, 신나게 살아가야지.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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