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규 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그릿(GRIT)을 읽었다. 무심코 제목이 보여 집었는데 사실 내용은 몰라도 제목은 많이 들어본 책이었다. 일부러 읽지 않은 게 아닌데 구태여 찾아 읽고 싶지는 않았던 책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영단어 grit은 '투지나 기개'를 뜻한다. 주된 의미는 모래나 아주 작은 돌 또는 빙판에 모래[소금 등]를 뿌리다는 뜻이긴 한데 이 책이 유명해지면서 비 영어권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 뜻이 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책의 29쪽에 보면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라고 풀어놓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능숙해지고 성공하는 데에는 재능보다 노력이 갑절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재능에 대한 신화에 균열을 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목차를 보면 본문을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일단 목차를 보자.
서문_ 평범한 나는 어떻게 ‘천재들의 상’을 받게 되었나
제1부 그릿이란 무엇인가
제1장 그릿, 성공의 필요조건
태도, 성공한 사람들의 특별한 공통점 / 어떤 사람이 비스트를 통과하는가? / 그릿은 어디서든지 통하는가? / ‘잠재력’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의 차이
제2장 우리는 왜 재능에 현혹되는가?
성취의 근원을 찾아서 / 재능을 편애하는 사람들 / 재능 중심 경영이 불러온 파국 / 우리가 재능 신화를 버려야 하는 이유
제3장 재능보다 두 배는 중요한 노력
성취 = 재능 × 노력2
제4장 당신의 그릿을 측정하라
열정에도 끈기가 필요하다 / 당신의 ‘최상위 목표’는 무엇인가? / ‘당찬 포부’에 숨겨진 문제점 / 때로는 경로 변경도 필요하다 / 위인과 일반인을 구분 짓는 네 가지 지표
제5장 그릿의 성장
그릿과 유전, 환경의 상관관계 / 나이가 들수록 그릿도 성장한다 / 그릿을 기르는 네 가지 방법
제2부 ‘포기하지 않는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내 안에서 그릿을 기르는 법
제6장 관심사를 분명히 하라
열정을 좇는 건 정말 허황된 일일까? / 열정은 좇는 것이 아닌 발견하고 키우는 것 / 열정은 계시처럼 오지 않는다 / 열정적 끈기를 만들어주는 부모의 역할 / 관심사를 파헤쳐라. 그리고 인내심을 가져라
제7장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라
최고가 되고 싶다면 ‘의식적인 연습’을 하라 / 의식적인 연습은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까? / 지독한 연습의 기쁨과 슬픔 / 의식적인 연습을 100퍼센트 활용하는 법
제8장 높은 목적의식을 가져라
더 큰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 그릿의 기초가 되는 동기, 이타성 / 생업과 직업, 그리고 천직 / 천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 승자가 되면서 동시에 타인을 돕는 법 /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 / 목적의식을 기르는 세 가지 방법
제9장 다시 일어서는 자세, 희망을 품어라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가로막힐 때 / 역경을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교사 / 낙관적 사고방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경계하라 / 시련에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르치는 법
제3부 ‘내면이 강한 아이’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 아이들의 그릿을 키워주는 법
제10장 그릿을 길러주는 양육방식
부모의 이기심을 엄격함으로 착각하지 마라 / 당신의 아이가 그릿을 갖길 원한다면 / 멘토, 현명한 교사, 지지자의 필요성
제11장 그릿을 기르는 운동장
그릿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특별활동 / 당신의 자녀가 완성을 경험하게 하라 /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그릿 교육 / 어린 시절에 만들어야 할 마음의 근력
제12장 강력한 그릿 문화의 힘
훌륭한 팀이 훌륭한 선수를 만든다 / 그릿을 설명해주는 문화와 정체성 / 그릿을 배양하는 문화를 만드는 법 / 시호크스 팀 문화의 마력
제13장 천재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지나친 투지가 나쁠 수도 있을까? / 그릿이 성공의 전부는 아니다
감이 좀 오시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목차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만 그런 게 아니라 대가 봤던 미국 교양서가 대체로 이랬다. 1부 1장만 읽어봐도 확연히 알 수 있고 본문에서 저자가 직접 내가 알게 된 내용들은 탁월한 열정과 끈기의 완벽한 본보기인 사람들과의 면담에서 온 것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 본문을 읽어 보면 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을 보완하는 예시나 일화 같은 부연 설명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핵심만 빠르게 읽고 싶으면 부연 설명을 다 건너뛰어도 맥락을 금방 파악할 수 있고 자세히 알고 싶으면 부연 설명을 다 읽으면 된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술술 읽히는 편이다. 그런데 술술 읽히는 이유는 대부분 당연한 얘기라서 그렇다.
심리학적 이론이라는 건 사실 특별한 게 아니라 대부분 당연하다고 여기는 걸 과학적으로 검증한 것들이다. 물론 이 중에서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겠거니 생각하던 게 알고 보니 아니더라는 내용도 있지만 이 책의 핵심처럼 <집념 있는 열정이 성공의 비결이더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 이 책이 술술 읽힐 수밖에 없지. 읽으면서 내내 <그렇지, 역시 그렇구나, 내 생각이 맞았구나>하며 읽게 되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게 된다.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당연한 얘길 뭐 이렇게 길게 써 놨나>할 것이고
이 책은 <성공의 조건>, <비결>, <교육> 이런 키워드로 접근해서 이른바 대박을 낸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이 나쁘거나 후진 건 아닌데 목차로 내용을 예상한 다음 중간중간 이건 뭐지? 또는 이걸 뭐라고 풀어놨을까? 싶은 부분만 발췌독을 해도 아무 지장이 없다.
절대로 사서 읽지 말고, 왜냐하면 두 번 읽을 거 같지 않아서,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띄었는데 편하게 읽히는 가벼운 얘기나 어디 가서 <자, 성공의 비결은 말이지...> 내지는 <자녀 교육이라는 건 말이에요...> 하며 썰을 풀고 싶을 때 써먹을 수 있는 그럴듯한 표현과 수많은 예시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다. 이미 한국에서만 100쇄가 팔려서 도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서평이 출판사에 큰 타격을 주지도 않을 거라 굳게 믿는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전략은 항구 하게 전술은 유연하게.
목적과 수단을 구분하라.
그러려면 관심, 연습, 목적, 희망 네 요소가 필요한다. 우선 관심 있는 일을 해야 열정이 생긴다. 열정은 당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데서 시작한다. 연습은 어제보다 잘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종류의 끈기다. 목적은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는 확신이다. 목적이 있어야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 희망은 위기에 대처하게 해주는 끈기인데 모든 단계에서 희망이 나타난다.
가볍고 간편하게 읽을 수 있다. 비판적으로 읽으면 중간중간 멈춰서 아닌데.. 하며 갸웃거리게 되겠지만 맞아맞아 하면서 읽으면 후루룩 읽을 수 있으니 연말에 책 한 권 읽으며 보람차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