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브런치를 쓸 때마다 내 취준생활이 떠오른다. 아닌 게 아니라, 한창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 최종면접 5개가 잡혀있었다. 잘 못 봤다고 생각했던 최종면접은 못 봐서 떨어진 데다, 잘 봤다고 생각했던 면접마저 면까몰이라고 하던가? 숱하게 떨어지며 나의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지고 있었다. 내가 갖고 있던 5개 총알 중, 개수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초조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괜찮아, 아직 4개나 남았어. 아냐, 이제 3개.. 본전이네, 2개? 어라라? 왜 이러지. 1개? 이제 난 끝이구나.
약 2년간의 취준생활이었던터라 더 이상의 기력도 뭐도 없었다. 할 만큼 충분히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결과가 이래버리니 마지막은 그냥 포기 그 자체였다.
그래서 포기했다. 그러고 한글 파일을 열었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하면 될지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 장점은 뭐고, 지금 현 상황은 어떻고.. 차라리 유튜버나 할까?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브런치로 발길이 닿았다. 직장인 조언글은 수두룩한데, 취준생이 쓰는 에세이는 왜 없는 걸까? 당시 첫 글이 취업을 포기한 취준생이 콘셉트였다. 이게 잘 됐으면 진작 작가로 데뷔했겠지만, 브런치 작가 지원 결과는 탈락이었다.
브런치는 떨어졌지만, 하늘이 곧장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나를 구제해 주셨다. 마지막 남은 총알 1개가 제대로 과녁을 명중한 것이다. 그래, 마지막 총알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다. 나를 구원해 주러 온 현회사.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쓸 때마다, 한창 취준 시절 눈물을 흘리며 글을 썼던 기억이 겹쳐 보인다. 그 뒤로 평범하게 직장생활 이야기를 쓰거나, 취준생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글이나 적고 있을 줄 알았더니 이게 웬걸. 당장 나조차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 이제는 갓 대학을 졸업한 2000년대생과 경쟁을 하게 될 판국에 처해있다.
1년 차, 2년 차.. 연차가 올라갈수록 물론 회사 적응도 하고 업무도 편해졌지만, 정작 편해지기는커녕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을 피할 수 없었다. 친구들은 저 멀리 달려가는데, 내 경력은 내가 월루하고 있는 만큼, 내가 편한 만큼 경력이 녹고만 있는 듯했다. 이 편안함에 안주할 건지, 혹은 불지옥으로 내가 다시 돌아갈 건지.
매 공채 시즌마다 들어가서 자소서를 쓰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제출까지는 꽤나 힘이 드는 일이었다. 한창 취준 시절 때는 하루에 3개씩도 턱턱 냈는데, 지금은 하루에 1개도 정말 힘들다. 저 미친 짓을 어떻게 했던 건가 싶다.
오늘도 내 폰 알람에는 추천 알람이 뜬다. 문과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한 A기업 마감일이 3일 남았단다. 다시금 나의 경험들을 가공하고, 경력들을 정리하고, 기업을 분석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