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알쓸인잡> 4화 중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다. 집 분위기가 그렇다. 집에서 생일 케이크를 안 먹은 지 10년이 넘었다. 챙김을 받는 것도, 챙기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다.
친구가 애인에게 기념일을 챙기냐는 질문을 받았다. 친구는 화가 났다고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게는 기념일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친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켜주고 싶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남산이 보이는 곳에 갔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꽃을 선물했다. 친구는 요즘도 그날을 이야기한다. 그때 느꼈던 좋은 감정들이 계속 생각난다고 했다.
기념일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건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하나의 방법
알쓸인잡 4화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다. 우리는 과거를 동영상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한 편의 에피소드로 기억한다. 그래서 기념일로 인생의 마디를 만드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이다.
나는 인생의 에피소드를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챙기고 챙김 받는 행위가 귀찮다고 놓친 에피소드가 몇 개일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할 명분이 있는데도 축하하지 못하는 삶이라니! 앞으로는 넘치게 축하해야지. 소소한 행복도 놓치지 않고 축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