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이드와 다니면 좋은 점은 현지에서 몰랐던 사실들을 그가 많이 알려준다는 점이다. 나는 돈을 아끼려고 보통은 유튜브나 책을 보며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여행사를 통해 여행가이드의 안내받는 여행은 하지 않는 편인데 너무 낯선 곳이나 위험해 보이거나 경로가 합리적이거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장소인데 정보가 불충분한 경우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예약한다. 모로코에서 사막투어를 신청하면 8~9시간은 차에 있게 마련인데 이때 투어 가이드가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나는 페스에서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내내 첫 번째 가이드를 통해 17세기에 이라크에서 한 남자가 사막지대의 모로코에 나무를 심고 기르는 지혜를 주러 왔는데 이슬람교의 지식이 풍부해 사람들이 왕으로 추대하였고 그는 왕이 되었다는 사실, 그가 사하라 근처에 365개의 궁전을 짓고 살다가 메크네스로 수도를 옮기자 사람들이 빈궁 전에 입주해서 살기 시작했다는 것과, 현재 국왕은 예언자 무하마드의 피를 조금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가이드에 따르면 스페인 사람들은 가난해서 모로코로 여행을 못 오다가 1980년대 이후 축구 때문에 부유해진 후에 모로코로 관광을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사하라 사막에 도착해서 가이드가 바뀌었다. 우리는 마라케시로 가야 했기 때문에 바뀐 가이드가 운전을 해 주었고, 페스에서 우리를 싣고 온 가이드는 사막에서 다른 여행자를 태우고 다시 페스로 돌아갔다. 우리의 두 번째 가이드는 사하라 사막이 고향인 친구였다. 그래서 사막에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예를 들면 베르베르 부족의 여자들은 자신들의 결혼 여부를 헤나 타투로 표현한다고 한다. 타투가 턱에 있으면 싱글이고, 이마에 있으면 결혼을 했다는 것이고, 코에 있으면 이혼이란다. 노매드 여자들은 브로치로 표현하는데 브로치가 오른쪽에 있으면 싱글이고, 왼쪽에 있으면 누구를 만나는 중이고, 왼쪽과 오른쪽 모두 있으면 결혼을 한 것이고, 허리에 장식들을 두르고 있으면 아이들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재밌다. 또 다른 이야기 없어?"
나는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사막에서 태어난 우리 가이드의 이름은 무스타파였다.
“사막에서 사람들이 청혼할 때 관습이 있어. 보통 결혼은 부모님들이 결정하는데, 아들을 둔 부모님이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그 여자가 있는 집 텐트로 가서 청혼을 해. 이때 여자들은 본인의 마음을 설탕이나 카펫에 무늬로 마음을 표현하지. 마음에 들면 시어머니 될 사람에게 달콤한 설탕을 주거나 카펫에 특정 무늬를 수놓아서 만들어 드리는 거지."
“그럼 정작 결혼을 할 사람들끼리는 전혀 만나 볼 수 없고 부모님들끼리 결정 하는 거야?"
“응. 그래서 우리 어머니도 결혼을 한 당일 아버지를 보고 싫어서 한 달 내내 우셨데. 아버지가 흑인이었거든."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엔 그런 적이 있었어. 지금은 아니지만……. 너는 사막의 전통대로 결혼할 거야? 신부의 얼굴을 보지 않고 부모님이 정해준 대로?"
“아니! 절대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청혼할 거야. 이미 부모님께도 그렇게 말해 두었어. 나는 사막의 전통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관광객이 쉼 없이 들이닥치는 사막에도 여지없이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나 보다. 관광 가이드라는 직업도 생기고 외지에서 온 손님들을 상대하는 젊은이들은 전통에 따르고 싶지 않아하는 걸 보니 사막의 부모님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모로코에 사막이 왜 붉은지 알아?"
“아니, 몰라. 왜?"
“왜냐하면 모로코 사막 밑에는 물이 있기 때문이야."
“뭐? 사막 아래에 물이 있다고?"
“응 정말이야. 좀 붉다고 생각되는 모래 밑을 조금만 파 들어가면 물이 나온다고. 예전에 이곳이 바다였다고 해. 그래서 모로코 사막에 모래 속에는 물고기들이 살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모래 속에 물고기들이 어떻게 살아?"
“정말이야. 나는 본 적이 있어. 잡아보기도 했어. 손가락 만한 물고기가 모래 속에 살고 있다고."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와, 신기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다. 나중에 인터넷이 될 때 사하라 사막의 모래 물고기를 찾아봤는데 정말 물고기가 모래 속에 살고 있었다!
한국에 와서 나는 네플릭스의 고대의 아포칼립스(Ancient Apocalypse)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 내용에 따르면 고대에 인간 초고도의 문명이 발달해 있었는데 지구에 1만 2800년 전 소행성들이 떨어져 대지가 흔들리고 곳곳에 홍수가 터지며 인류가 멸망했고 그 이후 살아남은 인간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건축 기술이나 농사짓는 법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전수하려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또다시 그런 일을 겪을까 봐 별자리를 그렇게 심각하게 연구를 했으며 후대에 1만 2800년마다 소행성이 떨어져 인류가 멸망할 수 있으니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이 다큐멘터리를 진행하였던 사람은 그레이엄 핸콕(Graham Hancock)이라는 사람으로 그는 영국 에든버러 출신의 작가이자 기자인데 자신을 위키피디아에 치면 가짜 역사가라고 나온다고 했다. 그의 대표적 저서 ‘신의 지문’의 결론은 '1만 년 전 인류는 초고도 문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홍수로 인해 그 문명이 망했고 현재 전 세계의 불가사의들은 각지로 이주해 살아남은 초고도 문명의 후예들이 남긴 유산이며 현재 아틀란티스는 남극대륙이다’라는 것이다. 신의 지문 이후 ‘우주의 지문’이라는 책을 냈는데 이번엔 ‘우리는 사실 화성인의 후예이고 화성 표면의 인면암 및 기기괴괴들은 우리 선조의 작품이며, 소행성 충돌로 화성이 망할 때 선조들이 지구로 건너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그를 찾아보면 그레이엄 핸콕이 하는 말은 가려서 들으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그가 정확한 증거를 가지고 주장했으면 좋았을 텐데 문제는 그가 제기한 주장에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이 과학적이지 않은 추측이란 것이다. 그가 말하는 초고도의 문명은 신화로 존재하는 아틀란티스를 말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고대 역사를 조사해 보면 1만 2천 년 전 한반도는 후기 구석기시대로 함경도에 매머드가 살고 있었고 돌날의 양측면에 날카로운 석기를 개발했던 시기였다. 그레이엄 핸콕은 지구상 곳곳에 석기 무기가 출토되는 이 시대에 지구 반대편 어떤 곳에는 초고도로 발전한 도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된다. 과학적인 증거가 없으니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레이엄 핸콕을 전 세계 역사가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아틀란티스는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남긴 대화록 ‘크리티아스’에서 처음 언급된다. 플라톤은 자기 가문의 할아버지였던 솔론이 말년에 이집트에 갔을 때 만난 이집트 고위 사제와 세계 종말과 고대 문명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솔론이 이 이야기를 저술하지 못하고 가문대대 이야기만 내려왔는데 이것을 플라톤이 기록하였다. 그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지금의 지브롤터 해협 동쪽 끝에 솟아 있는 두 개의 바위)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땅(섬)이 아테네 인들에게 정복된 후 어느 날 사라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아틀란티스 섬에 대한 묘사는 특이하게 동심원 형태의 여러 개의 외섬과 하나의 중앙섬이 바다와 연결된 원형 운하에 둘러싸인 채 하나의 운하로 중앙 섬까지 연결되었다고 서술되어 있다. 전체 섬은 9000m인데 각 외섬과 운하의 폭은 운하와 안쪽의 섬이 같아서 각각 530m, 180m, 중앙섬은 450m라고 한다. 이 구조 묘사로 봤을 때 아틀란티스 도시 상상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양궁이나 사격할 때 쓰는 과녁판처럼 생겼다.
아틀란티스의 실존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아틀란티스가 플라톤의 시대로부터 9000년 전, 즉 기원전 9300년 무렵에 존재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인류 최초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도 아직 이 시기에 거대한 문명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9000년이라는 숫자가 오역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플라톤이 아테네 사회를 풍자,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비유를 고안해 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투르 기예에 남동쪽 울파(Urfa) 지역에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에서 기원전 9600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 유적이 발견되었다. 2010년에 독일인 고고학자 클라우스 슈미트(Klaus Schmidt)를 단장으로 튀르키예 이스탄불 대학이 공동 조사를 하고 발표된 결과로 이 건축물은 기원전 9675년 전, 지금으로부터 1만 1700년 전에 지어졌다는 것이다. T자형의 돌기둥 모양을 원형으로 세워놓고 기둥에 곤충이나 동물의 형상이 양각되어 있다. 기둥 하나의 무게는 10-20톤에 달하고 인근 석회암 언덕에서 바위를 떼어 운반하려면 500명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대규모 노동력을 뒷받침하려면 체계회된 농경생활이 등장해야 하는데 괴베클리 테페 인근에 농업이나 가축사용을 했다는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고학계는 이곳이 신전으로 사용된 것으로 용도를 추정하고 있다. 토기도 없는 신석기시대,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보다 앞선 시대이다. 아무도 이런 건축물을 인간이 짓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던 시대이다.
우리 인류가 9000년 전에 돌도끼 정도만 만들 줄 아는 정도의 기술로 사냥이나 하고 다녔다는 통념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게다가 그저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로 치부되었던 트로이 유적도 발굴했다. 그러니 아틀란티스도 실재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쯤 일가? 미노아 문명의 산토리니가 아틀란티스의 일부라는 설이 있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 바다에 '도거랜드'라 불리는 바닷속 평지로 주장되기도 한다. 그리고 스페인 카디스와 헤레스 근방에 위치했던 타르테소스 왕국이 아틀란티스였을 것이라는 추측, 남극이 아틀란티스였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가설은 모로코 사막 아래라는 설이다. 독일의 컴퓨터 전문가 미하엘 휘프너(Michael Hubner)가 제기한 가설로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 나온 지형적 특징을 근거로 아테네 반경 4700km 이내 지형을 400개 구역으로 추리고 지형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동심원 모양의 지형이 모로코의 모래사막 안에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이 모로코 국왕의 개인 소유지여서 발굴 작업을 진행할 수 없고 국왕도 발굴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이 설을 연구한 휘프너 마저 2013년에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 모로코 사하라 사막의 한 위성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모로코가 아틀란티스가 아니냐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위성에서 바라본 사하라 사막의 모습은 마치 플라톤이 크리티아스와 티마이오스에서 설명한 여러 개의 동심원이 겹쳐진 도시 형태의 구조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다. 나는 사하라 사막이 바다였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어온 터라 이 주장이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틀란티스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사막화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다니고 그 지역 사람들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으니 나의 상상력의 한계까지 넓어지게 되었다.
네플릭스의 고대의 아포칼립스(Ancient Apocalypse)라는 다큐멘터리로 돌아와서, 그레이엄 핸콕이 그럴듯하게 조사한 모든 것을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것 중에 고대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인간들이 존재했었다는 가능성을 과연 100퍼센트 부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구가 태어나고 생명체가 만들어졌고 어떻게 DNA의 변이가 일어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출연했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고대 세계의 기록이 너무 없기 때문에 고고학계는 우주만큼이나 여전히 불가사의한 영역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함부로 어떤 것이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내일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 또 모든 학설이 뒤집히는 것이다.
그레이엄 핸콕 말대로라면 1만 2800년이란 주기로 소행성들이 지구에 떨어지고 마지막 대홍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곧 소행성들이 떨어질 날이 가까워졌다고 한다. 정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미사일로도 소행성 비가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는 우주로 가는 노아의 방주를 타야 하는 것일까? 모로코 사하라 사막 밑에 묻혀버렸을지도 모르는 아틀란티스처럼 우리 세계도 언젠가 바다로 가라앉고 남극이 되었다 사막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은 이런 사건을 극복하고 극적으로 다시 한번 극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멸종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