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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래 Jul 03. 2024

<하루를 보내며>


수업 중에 일어난 일

어제는 아이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다. 사실,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목이 너무 아팠다. 수업 중에 두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의자를 들더니 둘이 마주 보고 싸우는 형국을 만들었다. 초등 2학년,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었는데 서로 친해서 생긴 일 같았다. 수업하다가 보면 아이들의 연약한 살이 종이에 베이는 경우가 있다. 밴드가 있을 경우엔 붙여 주지만 그렇지 않은 때엔 친구와 함께 보건실에 다녀오라고 한다.


어제의 경우는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기에 나도 놀랐다. 두 아이를 크게 나무랐다. 우선 둘 중 누군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왜 의자를 들고 싸우고 있었느냐. 하고 여러 가지를 물었고 아이들은 의자를 내려놓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생길 경우엔 부모님께 연락을 드려 주의를 주겠다고 했다. 한 아이가 수업 후에 쫓아와서 엄마에게 연락은 하지 말아 달라며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하고 재미있어했던 것 같은데 올해 들어 수업 시간에 엎드려서 간식을 먹는다든가 옆 친구와 계속해서 장난을 치거나 수업이 끝나도 그림을 계속 그려서 다음 수업에 늦을 때도 있었다.


작은 체구에 크로스로 걸친 태권도 가방이 유난히 크게 보이던 아이. 아이는 연신 엄마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했더니 정말 감사하다며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가 날려주는 귀여운 웃음 때문에 나도 웃어버렸다. 끝까지 엄한 선생님의 모습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이의 진실로 투명한 웃음을 보자니 나도 모르게 엄마 모드로 바뀌고 말았다. 엄마 모드. 사실 그게 아니었다면 수업에 애정을 가지고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큰일이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들의 재잘거림이나 순수한 그 눈빛들이 어떤 면에선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피곤한 부분을 치유해 준다고 믿는다. 그건 마치 새벽녘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을 때 밖에서 들려오는 온갖 새소리가 주는 치유와 비슷하다. 주로 아침나절 명상음악을 틀어두는 이유와 같달까. 



가정으로 돌아와서

병 주고 약 주고 다 한 아이들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녁 걱정을 한다. 우리 아이에게 쏟을 에너지는 이미 소진된 상태다. 그렇게 방전된 상태로 인삼 두 뿌리를 다듬고 양파 하나를 크게 썰어 커다란 냄비에 넣고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커피를 조금 넣고 한번 끓여 낸 닭고기를 건져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며칠 고열이 있은 후 한 달 내 기침을 달았던 아이가 한약을 먹기 시작했다.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뒤돌아서면 배고프던 아이였는데 아픈 후로는 입이 짧아졌다. 평소 먹던 절반도 먹질 않게 되었다. 더 잘 챙겨야 하는데 방전된 채 겨우겨우 해내고 있다. 그래도 해낼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오전에 단지를 절반쯤 돌고 들어왔다. 오늘은 아이가 등교하면 단지 헬스장부터 갈 생각이다. 모든 스케줄은 여름으로 끝을 맺고 가을엔 운동하면서 책 쓰는 데에만 주력하기로 했다. 살이 계속 찌니, 보기에 좋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운전하는 일이 많아 왼쪽 무릎과 같은 쪽 골반이 저릿할 때가 있어서 앉았다 일어날 때면 이러다가 큰일 나겠구나 싶은 날이 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평상시에도 방방 뜨는 성격은 아니다 보니 몸을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일이 거의 없다. 이건 평생을 그래왔으니 기질적인 것이라 해야겠고 운동 시작하면 또 그에 몰입해 열심히 하는 편이니 그저 하나씩, 둘씩 매듭지을 일이 남았구나 싶다. 남들 따라 살지 말고 휘둘리지도 말자. 내 몸과 마음에 맞는 속도로 내가 할 수 있는 그만큼의 언저리에서  살아내자고 또 한 번 다짐을 한다.



인사이드 아웃과 쇼펜하우어

아이 저녁 차려주고 공부하는 시간에 잠시 누워있었던 것 같은데 2시간을 내리 잤다. 그러고도 잠이 쏟아져 쇼펜하우어 책을 펼쳐 보다 잠이 들었다. 인사이드 아웃 2 개봉하는 날 가족들과 함께 봤었는데 꽤나 철학적인 애니메이션이란 생각이 들었다. 1편에서 보다 진화한 감정 선이 마치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에 대한 정의와 닮아 있어 우연, 동시성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생각이 맑아지면 다시 한번 정리)


요새는 침대에 누워 창문을 열어두면 시원한 바람과 잔잔한 햇살이 들어오는 어느 곳을 연상한다.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정적, 그리고 수박 정도만 있어도 후우~하고 숨통이 트일 것 같은. 내가 어떤 것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 계속해서 꺼내야 한다. 그것대로 내 인생이 설계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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