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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Dec 16. 2023

곱추의 딸

나의, 에스메랄다!

선영이 언니는 피아노를 굉장히 잘 쳤다. 어린 우리들에게도 그것은 충분히 느껴져서  언니가 피아노앞에 앉으면 언니의 피아노소리를 들으려 평소에는 그리도 재잘 거려서 선생님께 혼이 났으면서 그때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조용해 지곤했다. 언니는 피아노를 오버하며 정성들여치지도 않았다. 그냥 무심히 심드렁하게 쳐댔다. 그런데 그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괜히 슬퍼지기도 하고 신이 나기도 했다. 

언니의 성격도 심드렁하여 누구에게 인사를 건내지도 말을 건내지도 않았었다. 

그런 언니에게 관심이 갔다.

더 시원한 부채를 언니에게 권하기도 하고 대답없는 언니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기도 했다.

동네에서 언니는 '곱추의 딸래미'라고 불렸다. 

동네사람들은 나의 아빠가 누군지는 관심이 없었지만 언니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서로들 알려주고 있었다.

수군수군 수군수군 사람들이 수군댈 수록 언니는 더 말이 없어 졌다.

지금와 생각해보니 13살 아이가 이유없이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향에 할수 있는 저항은 무기력함을 내보이는것 뿐... 언니처럼.

조용히 그들 집에 찾아가 창문에 돌맹이라도 같이 던져 유리라도 깨줄껄...

아이들은 너무나 무기력하다는걸 어른들은 알까? 

상처주는 어른들에게 아이는 당하는것 외엔 할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걸 내가 어른이 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무심함이 나의 천박한 호기심이 때로는 아이에게 엄청난 유리조각으로 가슴에 박힐수 있다는걸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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