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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Feb 24. 2024

달려라 집사님!

쪽팔림 > 삶의 무게

예전엔," 달려라" 하면 자동으로 하니!가 음성지원 됐는데 

어느순간 나에게는 "달려라" 하면 다른 장면이 떠오른다. 


집앞에 작은 교회에 다녔던 적이 있었다. 내가 집앞에 교회에 다니는걸 아는것 같은데도 우리집 벨을 누르며 전도를 가열차게하던 다른 동네 교회의 집사님이 계셨다. 매일 거절하기도 뭐해서 한가한 어느 비오는날 인터폰을 통해본 그녀의 쫄닥 젖은 모습이 안쓰러워 차를 한잔 대접하며 그녀의 목적을 이루어주었다. 


막상 집에 들이니 판에박힌 하나님 어쩌고는 집어치우고...

" 저는요...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단하면 울면서 막 거리를 내 달려요. 나이 먹을 만큼 먹어서 머리 풀어헤치고 울면서 막 달리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쳐다보거든요? 그러면 또 막 달려요. 더 빨리. 울면서 달리다보면 너무 쪽팔리거든요. 애도 아니고 어른이 조용히도 아니고 흐느끼면서... 그러면 자꾸 자꾸 더 쪽팔려져서 더 빨리달리게 되고 더 더 쪽팔리면서 더 더 더 빨리 달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삶의 무게따위는 멀리 없어지고 말아요. 쪽팔림에 져요. ㅎㅎㅎㅎ 삶의 무게라는게... ㅎㅎㅎ"


그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하고 돌아가셨지만 나는 그녀의 신박한 달리기에 어느순간 매료되었다. 마치 어린왕자의 술주정뱅이 같다고나 할까? 술먹는 사실이 챙피해서 계속 술을 마신다는 술주정뱅이 같은?


감히 방법의 기괴함에 따라할 생각은 못해봤지만 삶의 무게가 나를 누를때면 상상속에서...

나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거리를 막 내달리는 나를 본다. 그렇게 막 상상으로라도 내달리다보면 생각만으로도 쪽팔려서... 나의 삶의 무게도 옅어지는 느낌을 받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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