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나는 글을 쓰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예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콘텐츠를 작성하는 것을 쉽게 생각했다. 티키타카를 처음 만든 올해 초에는 티키타카의 철학에 관한 책을 쓰려고 준비하기도 했다.
먼저 책의 목차를 구성하고 담고자 하는 주제를 정하고, 주제를 터트리기 위한 기승전결을 구성했다. 한 챕터 한 챕터에 자극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우리가 담고 있는 철학과 그 철학을 설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내용을 쌓아서 진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로 다가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워드에 모아둔 내용을 챕터별로 브런치에 등록했고, 등록한 글을 브런치 북으로 구성해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내용이 좋으니 책을 공유하다 보면 반응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응은 크게 오지 않았다. 내용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던 대표님께서 한 출판사 대표님을 소개해 주셔서 그 책을 가지고 출판사 대표님을 찾아뵈었다.
출판사 대표님은 좋은 이야기로 말을 했지만, 이런 책은 출판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팔리는 책의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날 출판사 대표님이 해주신 말씀은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는 다른 이야기가 많았다.
1. 요즘 독자들은 배경 설명을 계속하면 본론이 나올 때까지 안 기다려준다.
2. 기-승-전-결 구조로 책이 구성되면 안 된다.
3. '문제-콘텐츠-적용되는 상황' 구조로 호흡을 짧게 가져가야 하며, 핵심은 무조건 처음에 있어야 한다.
한 줄로 요약하면, 지루하게 글 쓰지 말고 글도 숏츠처럼, 릴스처럼 쓰라는 말이었다.
정규교육과정 동안 배웠던 내용,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해 공부했던 내용과 많이 달랐다. 요즘 독자들은 논리적으로 탄탄히 구성된 글이 아니라, 하이라이트 위주의 짧은 호흡의 글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이냐, 맞는 글이냐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다. 출판사 대표님이 여러 책을 분석하고 직접 출판하면서 확보한 인사이트에 따르면 소비되는 글은 후자의 글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으로 인한 인간의 논리력, 집중력, 사고력 저하를 꼬집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의 제한적 사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옳은 일을 향한 계몽적인 외침은 정보매체에 인간의 관심을 잡아두는 것이 곧 "돈"인 IT 기업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그들은 인간들이 더더욱 짧고 자극적인 형태의 콘텐츠에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이제는 AI의 발전이 굳이 긴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당위성까지 만들어주면서 니콜라스 카가 외쳤던 이야기는 더 힘을 잃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집중하지 않는다. 3분 만에 읽을 수 있는 글에 책 하나에 들어있어야 할 주제가 들어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글(전에 내가 썼던 글처럼 14화 동안 배경 설명에 할애한)들을 외면한다. 고전에서처럼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책 한 권을 다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인상 깊게 읽고 그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던 나는 그러지 않길 바라며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한 방식으로 글을 썼었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리고 정확히 그 반대의 방식으로 글을 쓰면서부터 내 글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내가 글을 쓸 때 생각하는 건 다음과 같다.
1. 하나의 확실한 주제만 담을 것.
2. 하나 이상의 사례와 경험으로 설명할 것.
3. (가능하다면) 글의 핵심을 번호를 달아 제시할 것 (지금처럼)
사실 아직도 글을 쓰면서 내가 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서 제시한 대전제만을 지키며 결과는 나오는 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여기서 미세하게 단어의 조정 등이 영향을 미칠 순 있으나, 그것까지 생각하다 보면 글 쓰는 일 자체에 흥미를 잃을 것 같아서.
100인이하 스타트업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주간회의 기반 성과관리 시스템, 티키타카'가 곧 출시 예정입니다. 출시 이후에는 웨비나를 통해 위의 제약 때문에 글에는 담지 못했던 효율적인 조직 구축을 위한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아마 다음 글부터 해당 웨비나에 대한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조직 효율화에 도움 되는 이야기들을 준비했으니, 팔로우해두시고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