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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온 Jan 15. 2021

안네의 감사일기

안네 프랑크의 일기

안네의 일기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안네의 일기를 펼쳐본다. 어린 소녀의 일기에서 일상을 감사하는 태도가 놀라워서 이다. 두렵고 수치심 가득한 상황에서도 안네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소망으로 가득한 일기를 쓰고 있다.

그것은 어른들이 흔히 하는 조건적인 감사와는 다른 것이다.
저러한 환경에 놓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어머니에 대해 안네는 무엇인가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드러냈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보는 것이 참 감사라고 일기장에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이 부분이 상당한 충격이었다. 우선 어머니의 감사기도에 대해 자신의 다른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또한 뭔가 유쾌하지 못한 일을 명쾌하게 지적하는 것도 대단히 놀라웠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비춰 감사의 조건을 찾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간파했다. 사실 감사라는 행위 자체가 좋고 훌륭해 보여서, 자칫 지나치기 쉬운데도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도 어린 소녀의 통찰이 놀랍다.



안네 프랑크


마치 그것은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을 보면서, 장티푸스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데, 너는 그렇지 않은 깨끗한 환경에 태어난 걸 감사하라고 요구받는 것과 같다.
사실 그 책은 일반인들이 거대한 지구촌 문제에 대해 쉽게 인식하고 관심 갖도록 만든 책인데도 말이다.

우리 대부분은 그러한 감사의 내용을 접하고, 사용하거나, 요구받고 요구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때, 안네처럼 분명히 내 생각을 정리했어야 했다. 그렇게 못한 게 못내 아쉬워서 지금 이러한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안네의 일기에서 그 답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상을 소중이 여기는 마음이다.

안네의 일기에는 그러한 태도가 가득하다.

숨 쉬는 공기마저 공포로 채워진 상황 속에서

한창 예민한 나이임에도 모든 사건과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소녀의 일기에는 가득 담겨 있다.

비록 그녀는 풀려나지 못하고, 일기는 미완성 기록으로 끝이 났지만,

그 일상을 소중히 여긴 기록 하나하나가 우리들의 관점과 삶까지 바꿔놓았다.

그녀의 소망이 결국 우리에게서 열매를 맺은 것이다.

나의 일상감사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조건이나 결과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소망을 보며,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로 살기를 기도한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일상감사이다.

안네의 일기가 열매를 맺듯,

나의 소망도,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분명 어딘가에서 꽃이 피고 열매 맺으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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