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기다림이 8할이다. 현장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간, 작품과 작품 사이의 공백과 같은 시간들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끊임없이 물어온다. 몇 달 전, SBS 연기자 모임에서 작품하고 일 년 쉬었다는 말에, 1년은 쉬는 것도 아니라며, 3년은 되어야 쉬는 것이란 말을 웃으면서 위로처럼 나누었다. 선배님들 역시 기다림의 시간을 운동과 다이어트, 독서와 연기지도, 춤과 발성연습 등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한다. 그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픈 마음이 밀려오기도 한다.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하나로, 그 모습을 서로 확인하며, 위로받기 위해 이렇게 모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게 배우로서 기다림의 시간을 채운 운동이 자이로 토닉과 자이로 키네시스이다. 더 좋은 자세를 위해, 더 섬세한 몸의 표현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어느새 11년 차가 되어간다. 그간 흘린 땀이 증명하듯 자격증이 쌓였고, 그것으로 국제 인증까지 받게 되었다. 무엇보다 척추를 세워 '업 라잇' 정렬하는 운동이, 내가 누구로서 서 있는지 자존감을 지켜주었고, 언제든 무슨 역할이든 두려움 없이 연기할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자칫 정체성을 잃기 쉬운 이 일에 방향성을 기억하고 몸을 정렬시키며 마음도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주드 로를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이 운동에 나와 같이 매료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이로 토닉 운동하는 주드 로
코로나가 세상을 바꿔 놓았다. 만남과 일정이 미뤄지고, 모일 수도 운동하러 다닐 수도 없는 여건이 되었다.
운동할 수 없다는 것은 내 정체성에 심각한 도전과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갈 수 없다면, 기왕 이렇게 된 것을 기회로 삼아 그동안 갖고 싶었던 나만의 작업실, 나만의 스튜디오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여러 장소에서 운동한 경험을 살려, 공간을 기획하였다. 자이로 토닉에서 척추를 정렬하는 '업 라잇'동작과 같이 매일매일 내 정체성을 찾고, 바로 서는 곳이 되기를 바랐다. 배우로서 기다림을 가지런하게 준비하는 곳, 좋은 자질과 습관이 형성되는 곳이 되길 기도했다. 화려하기보다 단정하고, 유행보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가는 공간, 시간이 지날수록 자태가 아름다운 공간이길 꿈꿨다.
성장하는 공간
스투디오 업라잇 로고
스투디오 업 라잇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공간이다. 그것이 코로나가 던진 물음에 대한 나의 응답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작품과 작품 사이 꾸준한 운동과 연기 연습을 통해 성장하기를 바라는 배우이다. 그것을 준비하는 내 상상 속의 공간이 실재가 된 장소이다. 그렇다 , 나는 준비된 사람이고 싶다.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 운동하며 배우며 가르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코로나 시국에 나의 성과이며, 노력이며 성장의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