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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어리랏다 Nov 18. 2023

[장사일기] 혼자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

너무나 버겁고 숨 막히지만, 피할 수도 없고 해야만 하는

2023.11.18



1. 

우리 매장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광고, 어느 정도 리뷰도 쌓였고 재주문율도 높아졌기에 이번 주부터 잠시 정지를 해보았다. 광고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노출을 얼마나 잘 시켜주는지. 생각보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생각보다 매출이 잘 나와서 그렇냐고? 아니, 매출이 절벽 미끄러지듯이 떨어졌다. 생각을 해보면 백만이 넘는 자영업자들 중 우리 동네에 광고를 태우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 경쟁 속에서 광고를 전혀 하지 않으니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그렇다면 광고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카페 입장에서 광고를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그럼에도 광고를 하며 매장을 알리는 이유는, 처음 방문한 고객이 다시 주문하도록 설득할 '기회'라도 얻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나는 그렇다.



2.

생각보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 일 수가 쌓여가며(그래봤자 이틀이지만), 내가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씩 쌓여간다. 재주문율이 높은 편이긴 하나, 위에서 말한 설득할 기회를 얻기 조차 힘든 상황에서 모두가 돈주머니를 꼭 쥐고 놓지 않으려는 상황까지 겹쳐지고 있다. 숨통이 조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긴장감과 떨림을 느끼다 보니 나도 한낱 약한 사람일 뿐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원래 알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진성 약골이었다.


하지만 이런 압박감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이 고비를 넘으면 더 단단해질 것을 알기에...

(그럼에도 얼마나 큰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두렵다! 무섭다!)



3.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 예견한 것이고, 지금 있는 위치에서. 이 대로변도 아닌 주택가 중심 원룸 1층에 우두커니 혼자 위치한 매장에서 월매출 1500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은, 일단 감격스러움이 훨씬 더 크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어떻게 쌓아가야 할지가 막막하다 못해 짓눌린다.


내가 가진 아이템은 커피처럼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매니아층이 분명히 존재하는 아이템이기에 결국 소수의 시장 안에서 싸워야 한다. 가게 이전을 생각하고 덜컥 계약하고, 또 입주 전까지 리뉴얼을 고민하는 이 시기. 얼마 전까지 나는 현재 매장의 주력 상품에만 눈을 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더 넓은 관점에서 우리 매장이 타깃 하는 시장 자체를 키워보려 한다. 


예를 들어, 우리 매장이 판매하는 것이 연필이라 해보자. 기존에는 경쟁매장들과의 연필춘추전국시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연필의 종류와 색, 소재 등 딱 "연필"과 관련된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연필이라는 카테고리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스케치북, 지우개, 연필통과 같은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문구류를 넘어 더 큰 카테고리가 있을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넓은 범위 안에서도 내가 타겟팅하는 고객군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비전을 관철시킬 수 있는 협소하고 날카로운 메시지는 존재해야 한다. 넓지만 집중된, 그런 컨셉. 머리 아프다. 



4. 

부업으로 시작한 매장이 전업이 돼버리고, 생계가 돼버리니 시야가 명확하지 않아 급급한 결정만 하고 있다. 결정할 때는 몰랐다가 이제 와 뒤를 돌아보니, 급급하고 성급한 선택들이었다. 카피캣.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애매모호한 포지션.


혼자 힘으로 선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혼자 힘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이 한 몸 먹여 살릴 밥그릇을 키워 나가는 것. 그 그릇을 키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배부르게 먹게 해 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혜택과 안정을 받았는지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혼자 살아간다는 것. 내 한 몸 먹여 살린다는 것. 너무나 어렵지만 피할 수 없고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다. 이왕 하는 것 후회 없이 배 터지게 먹여 살려 보려 한다. 일단, 수저부터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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