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2023.11.24
1.
얼마 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며 유튜브 성공 강좌류(사업가의 마인드, 인생관, 동기부여 등등..)를 듣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길러 놓았더니, 아직까지 제대로 된 독립 하나 하지 못한 자식을 둔 부모님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나이가 서른을 넘어 어영부영, 어디까지 흘러가는 지도 잘 모를 나이가 되어서 든 생각이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식당을 하는 어머니와 아직까지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현장으로 출근하는 아버지. 그 둘은 도대체 어떤 죄를 지었길래 나 같은 자식을 낳았을까. 오토바이를 타다 갑자기 나의 무능력함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2.
나는 10년을 주기로 생각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정한 10년 주기는,
. 20대는 나의 꿈과 인생의 방향을 찾아 미친 듯이 노력하는 시기
. 30대는 20대에 뿌려 놓은 씨앗들이 싹을 틔어 슬슬 열매를 맺어가는 시기. 성과가 나는 시기
. 40대는 맺은 열매를 수확하며 평안함이 시작되는 시기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지금 내 나이가 30대 초반. 내 계획대로라면 내가 20대 때 계획하고 뿌린 씨앗들이 싹을 띄우는 시기이다. 하지만 20대 때 씨앗을 뿌릴 때 바람에 흩뿌렸는지, 아니면 그냥 아스팔트에 내리꽂아 씨앗들이 부서졌는지 현재의 나는 그 씨앗이라는 것을 찾기도 어렵다.
3.
20대에 자의든 타의든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괴로워 울고 저녁에 잘 때 서러워 울었던 날들이 가장 많은 시기가 나의 20대였다. 그러한 20대를 보냈기에 30대에는 무언가 잘 풀릴 것이라 스스로 위안하며 바랬나 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열심이라는 인풋의 결과가 당연히 여유와 풍족이라는 결과물로 나올 것이라 확신했었나 보다. 직접 겪어보니, 적어도 나에게 30대는 20대 보다 더 강렬하고 치열하며 숨 막힌다.
내 한 몸 존재시키고자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이 얼마나 사치스러운지를 점차 알게 되고,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 내가 스스로 짊어지고 있는 굴레들은 생각보다 더 무겁다. 더군다나,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급여를 거부하고 하루, 한 달 매출에 따라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지는 장사를 선택했으니 조금만 정신을 딴 곳에 팔면 버티고 있던 다리가 부러질 판이다.
4.
20대는 꿈을 좇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젊음이 자산이라고 이리저리 많이도 부딪히며 배우고자 했다. 그때의 경험들이 쌓이고 쌓인. 과거의 수많은 나의 선택들과 시간이 만들어준 지금의 나, 30대의 나는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도대체 30대는 인생에 있어 어떤 시기일까.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중간한 시기. 꿈을 가져도 되는 시
조금씩, 아니 이미 많이 벌어져 버린 주변인과의 자산 격차를 체감하는 시기.
무언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렴풋하게 아는 시기. 갈피를 잡은 시기.
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드는 질문이지만... 적다 보니 나의 30대는 그냥,
"20대 보다 더 미친 듯이, 정말 치열하게 달려 나가야 하는 시기"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나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기 시작하는 시기"라 할 수 있겠다. 나의 삶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나를 나의 존재 그 자체로 살아내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자신을 끝없이 증명하고 자신의 가치를 자신이 직접 규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쓰다보니 제법 그럴싸한 말이 된 것 같은데, 결국 헛소리인 듯 싶다.
사실 나도 이번 생이 처음이라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20대든 30대든 연령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내가 무슨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를 알면 그냥 모든 시간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 성장이 시간이지 아닐까... 하지만 성장통 치고는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