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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어리랏다 Nov 26. 2023

[장사일기] 확신의 공간

자기실현적 믿음일지, 현재 상황에서 눈을 돌리는 거짓말일지 모르는

2023.11.26


1. 

"You have to believe that this moment is preparing you for something amazing that hasn't happened yet. Keep going"


동기부여 전문가인 멜 로빈스(Mel Robbins)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신의 상황이 너무 힘들고, 스스로를 공격하려 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엄청난 일들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계속 진행해야 한다."


이 말을 계속해서 내뱉고, 그 힘든 순간을 버티고 계속 나아가도록 자신에게 지시한다고 말한다. 

 


2.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특히 음식점업을 하는 사람들은 조그마한 공간 안에서 '영업시간'이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 작게는 3평, 넓게는 100평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놓여 있기를 선택한 그 공간 안에서 삶을 살아간다. 나 또한 10평 남짓한 공간 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앉아 있는데, 문은 열려 있으나 나가지 못하는 새장이라고 하면 딱 맞겠다.


가끔씩 이 공간은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오는데, 사방의 벽이 나와 외부를 완전히 단절시키고 그 경계는 점점 내쪽으로 밀려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매장 오픈 초기에는 매출도 나오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우울감도 함께 겹겹이 쌓여갔다. 이러한 우울감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몸을 분주하게 움직이고는 했는데, 우울감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매장 운영이 조금이나마 적응된 지금, 지금 와서 그 이유가 무얼까 생각해 보면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였던 몸의 목적이 매장 존속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 듯싶다. 


무슨 말이냐면, 매장을 연 이상 최우선 목표는 내가 살아가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금전적 수입이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우울감을 떨쳐버리기 위한 일련의 모든 행동들은 매장 매출을 올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합심했어야 했는데 기분전환이랍시고 매장운영과 관련 없는 나의 개인적 호기심과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들만 한 것이다. 개인적인 블로그 운여이라던지, 투자공부 등 지금 보면 정신이 반쯤 나간 행동들을 하면서 우울감을 없애보려 했었다. 매장 운영 자체가 너무 어려우니 조금이나마 눈을 가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3.

매장을 지켜야 하는 오프라인 매장 자영업자들은 계약서에 찍힌 그 면적이 곧 삶의 반경이 되어 버린다.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들지는 오로지 본인에게 달려 있음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헌데, 그 공간은 손님을 위한 공간임과 동시에 매장을 관리하는 사장, 나 자신을 위한 장소이기도 함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이 공간이 내가 선택한 나의 공간임을 깨닫기까지 1년이 넘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나에게는 아직까지 편하지 않은 불편한 공간. 그러한 공간 안에서 손님을 맞이했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인테리어가 바뀌거나 수입, 외부 환경이 바뀐 것은 없으나 내가 그 장소를 내가 선택한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삶의 영역 안에서 손님들과 마주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괴롭기보다는 애착이 더 강해졌다. 



4.

이 공간을 나 자신의 확신의 공간, 내가 선택한 것들로 채운 나의 집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들이고자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내년이면 이전할 매장 또한 이렇게 "나의 집"에서 너무 소중한 친구들을 초대한다는 생각으로 꾸며보고자 한다. 단순히 어떤 것을 들여놓느냐, 어떻게 수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확신에 차서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는 바이브를 뿜고 싶다. 


들뜬 확신이 아니라, 깊고 단단한 확신으로 나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시기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내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터가 나에게 확신의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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