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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어리랏다 Dec 10. 2023

[장사일기] 장사를 접었다

Phase 2 시작을 위해

으아아악!!! 

정말 미친듯이 밀도 있고 정신없고, 하지만 너무나 빠르게 진행된 일상이었다. 

글로 정리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으나,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순간 바로 매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순간의 연속이어서 모든 것이 마무리된 지금. 바로 지금 글을 쓴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너무나 큰 힘을 준다.



1.

말 그대로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장사를 접기로 결정했다. 이전 글에서 내가 빠르게 가게 이전을 선택하고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본 사람들은 "읭?"이라고 하겠지만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정지했다. 새로 이전되는 매장 계약을 파기하고, 파기함에 따라 계약금과 중개수수료를 포함한 550만 원을 그대로 잃었다. 그뿐이랴? 현재 하고 있는 매장 매출액을 다 오픈하여 공고를 올렸고, 일주일 만에 매장을 팔았다. 



2.

왜 팔았느냐? 잠시 정지해야 할 때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나의 최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 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빠른 실행력인데, 이 실행력 때문에 원치 않는 길의 늪에 빠진 듯하여 제동을 걸었다.


 마지막 학기에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으로 방향 전환. 졸업하기 전 취직 성공. 첫 번째 직장에서 어린 사회초년생의 시각으로 삶에 대한 환멸을 느껴 퇴사 결심. 운 좋게도 한 달 만에 이직할 직장을 구하여 금요일 야근 후 퇴사, 월요일 새로운 직장에서 출근. 사업을 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매장 계약 및 매장 운영 1여 년 만에 직장 퇴사. 매장에 올인... 말이 올인이지 8평 매장 바닥에서 자고 싱크대에서 씻으며 3개월 만에 매출 220% 증진, 매장 이전 결정.


짧은 시간 안에서 밀도 있게 생각하고, 바로 실행하는 이 성격은 나에게 실보다는 득을 준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기준, 결론적으로는 실이 더 많은 것 같아 잠시 달리던 경주마를 멈춰 세웠다. 



3. 

누가 봐도 내가 이전하기로 선택한 상권은 A급 상권이었고, 급매로 나와 보증금과 권리금도 비교적 저렴했다. 물론 괜찮은 조건이었지만, 이 또한 매장을 본 그다음 날에 바로 계약한 나의 추진력은 뒤돌아 보았을 때 성급함이자 교만함이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매장 손님들에게 매장이전에 대한 소식을 알리고 잠시 며칠간 휴무를 가졌다. 눈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매장 생각과 이에 따른 일만 하던 내게, 휴가는 "큰 결정을 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근 일주일간의 휴식기간 동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지금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는가?"였다.  결국 퇴사하기 직전 내가 했던 고민을 다시 한번 하게 된 것이다.


분명 현재 매장을 열 때 이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와 로드맵, 비전이 있었을 텐데 지금 나에게는 그 계획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왜 이 아이템을 선택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또한, 현 장사 사업이 커지면서 직원들을 채용했는데 이들을 내가 정말 책임지고 끝까지 데려갈 수 있는가. 이 또한 확신이 없다. 스스로가 이 업에 대해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하고 있는 아이템을 나의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이 죽도록 싫다거나 싫증 난다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살고 싶어 퇴사를 결심한 것인데 다른 어떠한 것도 도전하거나 체험해보지 못하고 이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 나에게 아쉬움으로 계속 남을 것만 같았다. 장사라는 것은 결국 돈을 버는 일. 나 자신과 나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자 전부라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살 날 중 가장 젊은 오늘, 조금 더 다른 분야들을 탐구해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쫓기듯이 달려만 왔던 내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정말 진실되게 현재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싶었다.



4.

저번 주 목요일. 휴양지에서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후 정말 빠르게 사업을 정리했다. 매장 양도 공고를 올리고 적합한 사람에게 넘겼다. 계약까지 빠르게 체결했고 이와 동시에 이전 예정인 매장의 입주계약을 파기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서를 썼기에 지급해야 하는 중개비를 지급했다. 직원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했고 최대한 서로 협의하여 마지막 영업일을 정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을 처분하여 현금으로 바꾸고, 빚을 빠르게 정리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 보증금, 매장 권리금과 계약금을 받으면 그렇게 몇 년 동안 나를 괴롭히던 빚은 모두 청산할 수 있다. 이제 정말 0에서부터 시작인 것이다. 더 내려갈 곳도 없으니 이제 뭘 해도 올라갈 일만 남았다.

모든 일들이 얼추 정리된 이후 허무함과 허탈함이 거세게 몰려와 이제야 글을 쓰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 남기니 마음은 좀 가라앉는다.



5. 

회사를 다시 가서 자금을 모아 진행하는 것이 옳을지, 아니면 사업을 하는 것이 좋을지 정말 미친 듯이 헷갈렸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4년 넘게 하며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했던 스트레스들을 떠올려보니, 다시 직장생활을 했을 때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다시 한번 직면해야 함을 알고 있기에 다시 한번 사업을 진행해 보고자 한다.


자그마한 성공 경험이지만, 요식업 매장을 하며 느꼈던 뿌듯함과 나름의 노하우들을 발판 삼아 조그마하게 나만의 사업 아이템을 찾아가 보려 한다. 



===

다음 장사일기에는 내가 사업을 정리하며 스스로 세웠던 신조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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