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오전"
그 와중에 외로움은 또 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요즘 전화가 왜 이렇게 안 오지…? 핸드폰이 고장났나?"
먼저 퇴직하신 선배가 했던 말이 뒤늦게 가슴에 박혔다.
전화를 먼저 걸자니 괜히 상대가 불편해할까 걱정되고, 바쁘면 어떡하지, 안 받으면 나를 피하는 건가,
이런 바보 같은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약속이 많아 귀찮다며 피하던 내가 이제는 누구라도 불러주길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하루에 두세 번 약속이 잡히던 때가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오전 9시 휴대폰 화면을 쳐다보았다. 알림이 없었다.
메신저를 열었다. 아무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이 시간에는 이미 수십 건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상무님, 오늘 회의 자료 준비됐습니다."
"상무님, 결재 부탁드립니다."
"상무님, 점심 약속 괜찮으시죠?"
그런데 지금은?
고요했다.
카톡.스크롤을 내려봤다.
마지막 대화가 며칠 전이었다.
'누구라도 연락 오면 좋을 텐데...'
그 생각이 들자, 슬퍼졌다.
회사 다닐 때는 연락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였다.
주말에도, 휴가 중에도, 새벽에도.
"좀 쉬게 놔두지..." 하며 짜증 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락이 오지 않는 게 더 스트레스였다.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했다.
친한 후배에게.
아니면 동기에게.
하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바쁘면 어떡하지?'
'전화 받고 싶지 않으면?'
'나 때문에 불편해하면?'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회사 다닐 때는 이런 고민 없었다.
전화하면 받았고, 약속 잡으면 왔다.
"상무님"이라는 이름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냥 "OOO"일 뿐.
오후 2시.
휴대폰이 울렸다.
'누구지?'
설레는 마음으로 화면을 봤다.
[광고] 봄맞이 특가 세일...
광고 문자였다.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웃음도 나왔다.
'광고 문자가 반가울 줄이야.'
회사 다닐 때는 약속이 너무 많았다.
월요일: 주간회의
화요일: 거래처 식사
수요일: 팀 회식
목요일: 파트너사 골프
금요일: 협력사 미팅
주말까지 약속이 잡힐 때도 있었다.
"언제 쉬라고..." 하며 불평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약속이 없었다.
달력을 펼쳤다.
텅 비어 있었다.
'이번 주에 누가 연락 올까?'
그 생각을 하며 하루를 기다렸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저녁 7시
저녁을 먹으며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 오늘 누구 만났어?"
"응, 친구들이랑 점심 먹었어."
"아, 그래?"
아내는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아무도 안 만났다.
밤 10시
잠들기 전 휴대폰을 다시 보았다.
혹시 놓친 연락이 있나 싶어서.
아무런 알림 표시도 없었다.
화면을 덮고 누웠다.
'내일은 누가 연락 올까?'
그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
연락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