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024년 12월 1일
12월의 시작.
25년의 마지막 한 달.
그 마지막과 시작이 공존하는 지금, 나는 제주에 내려와 있었다.
먼저 제주에 내려와 약 3주간 제주 살이를 하고 계시는 형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야, 내려와. 여기서 좀 쉬어.”
방도 깨끗하고 아늑한 1인실로 잡아주셨다.
“고마워요, 형님.”
“뭐가 고마워. 그냥 쉬어.”
오늘 형님과 함께 용눈이오름에 올랐다.
억새풀이 바람에 일렁였다.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그리고 일몰.
아련하지만 강렬한 일몰.
머리를 휘몰아치는 강한 바람도 매섭지 않고 포근한 시원함이었다.
일몰의 아름다움은 끝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강렬한 황혼의 아름다움이었다.
태양이 천천히 수평선 아래로 내려갔다.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그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새벽, 형님과 대수산봉에 올랐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출봉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렸다.
기다림의 설렘.
그런데 구름이 살짝 드리워져 있었다.
‘원하는 일출의 장관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막연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새벽 어둠을 뚫고 상쾌함을 맞으며 올라섰다.
그래도 구름 사이에 떠오른 태양이라도 보고자 발을 동동 거리면서 약 20여 분을 기다렸다.
기대를 내려놓고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지나온 모습.
앞으로의 모습.
그것들을 그리며 서 있었다.
그때였다.
서서히 진하게 붉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얼굴을 내보일 준비를 하는 일출.
아쉬움을 느꼈던 건지…
전혀 생각지도 않게…
환히 붉은색 아름다움을 드리우며 강하게 떠오르는
태양의 웅장함.
순간…
나의 미래가 그려졌다.
모두가 기대를 저버리더라도 나는 나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태양처럼.
나도 지금은 구름 속에 있지만, 언젠가 환히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때? 볼 만하지?”
“네, 형님. 정말…”
말을 잇지 못했다.
형님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내려오는 길, 형님이 말했다.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때 비슷했어.
막막하고, 앞이 안 보이고.
그런데 여기 오면 좀 생각이 정리돼.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주더라고.”
“다 그래.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제주의 12월은 춥지 않았다.
바람은 강했지만, 따뜻했다.
일몰과 일출을 보며 생각했다.
끝과 시작은 늘 함께 온다.
일몰이 있어야 일출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다.
지금 난 제주에서 소소한 행복을 만끽 중이다.
이른아침
함꼐하는 보말미역국의 진한 맛
함께 걷는 해변.
별 말 없이 나누는 시간.
이런 게 행복이구나.
그래…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구름 너머 떠오른 태양처럼.
모두가 기대를 저버리더라도
나는 나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25년 12월 1일.
12월의 시작.
25년의 마지막 한 달.
그 마지막과 시작이 공존하는 지금.
나는 제주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