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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Dec 31. 2023

추억이 한 장 더 늘었다.

사진에도 감정이 담겨있음을

 흥미가 없는 하루의 연속이다.


운전하는 내내 음악도 듣지 않고 그 많던 혼잣말도 부쩍 줄었다. 

침묵의 시간은 늘었고, 차량에 블루투스마저 연결을 끊어두었다.


창문이 닫혀 있으면 닫혀 있는 대로의 소음

창문이 열려 있으면 열려 있는 대로의 소음을 가만히 듣는다.


어느 날 꿈에 또 그 아이가 나왔다. 꿈에서 만큼은 늘 그러했듯 예전 그 모습처럼 우리는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갑자기 안절부절못해하는 그 아이에게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 불안해.


꿈에서 깨어 혹시나 현재 그 아이의 불안함을 느낀 것일까? 싶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내 불안감에서 오는 꿈임을 느꼈다.

꿈에서 그 아이는 나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듯 내게 이야기해 주었다.

요즘 나는 내일이 무척 많이 불안한가 보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과의 식사 중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어때요?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어요? 그간 힘들었을 건데 어떻게 극복을 하시고 계신가요?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나는 극복해내고 있는 것일까? 그간 생각나는 것들을 하나씩 말씀드렸다.


우선 마음껏 그 감정을 즐겼습니다. 그간 늘 참아왔는데 그냥 울고 싶으면 울고 욕이 하고 싶으면 차 안에서 욕을 신나게 했어요


그리고 SNS에 나는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중이라고, 늘 감정을 배설하듯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렸어요. 

당신들이 알지 못하는 새 혹시 앓고 있을지도 모를 우울증 관련해 경각심을 항상 알렸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어요

오래전부터 취미였던 사진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찍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기록하고 보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그 감정이 느껴지는 시기가 오면, 그간 찍어두었던 폴더 안에 사진을 한 장씩 보면서 비슷한 감정톤의 사진을 고르고 그 사진 안에 글을 작성합니다. 


저는 그렇게 스스로 위로받으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더니

본인도 사진 찍는 게 취미였는데 한동안 찍지 못하고 있으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방치되어 있는 카메라가 있는데 혹시 본인 카메라를 사용해 주실 수 있느냐 라는 말씀에 뭔가 무척이나 커다란 노란색 마음을 느꼈다. 



내 주변에 이토록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보니 

혹시 나는 잘 살아왔는지도, 생각보다 나는 꽤 좋은 사람일지도 


잘 사용해 달라 말씀하셨던 그분의 카메라는 내가 한때 사용했던 라이카 M6와 그립감이 닮아있었다.

손에 쥐었더니 내가 그토록 몹시나 그리워했던 그날의 나 자신과 함께였던 당신 생각이 난다. 


추억이 한 장 더 늘었다. 


/


2023년의 12월 그리고 31일입니다.

생각보다 괜찮지 않은 한 해였지만 그렇다고 제게 의미 없는 한 해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대감이 없이 반복되는 하루는 공허합니다.

인간은 무언가를 기대하고 또 고대하며 이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물렁해져 버린 마음의 탓인가 

이제 누군가의 기대가 주는 실망감과 상실의 깊이를 회복하는 단계는 스스로의 자책으로 이어지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큰 상처의 경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려스러운 주변의 안부 연락에 메마른 인사만 주고받으며

이 메마른 생각의 거듭된 반복은 피폐함을 낳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감정 컨트롤이 쉽지가 않네요 


고독함, 기대가 주었던 상처와 스스로의 자존감의 상실이 주는 무게감은 오늘 내려놓는 것으로 노력해 보아야겠습니다.


이 글을 보아주시는 여러분들 마음이 늘 평안하길 바라며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마음깊이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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