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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푸름 Nov 09. 2023

영종도를 가기 위해 건넜습니다

인천 영종도, 영종대교

인천에 오기 전 주변에서 송도에 대해서 들었던 건 '신도시라서 깔끔하고 신축 건물이 많아서 세련되었다, 공원이 크고 좋다' 등 마치 새 물건을 사서 포장을 뜯는 기대감 비슷한 말들이었다. 세련된 도시 풍경을 사람이 많이 없는 시간대에 담고 싶었다. 때마침 송도센트럴파크 근처에 숙소가 있어서 아침 운동 겸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기로 했다. 원래는 새벽에 나가려고 했는데 전기 공급이 5~7시에 끊긴다고 해서 엘리베이터 운영이 안된다고 했다. 20층에 위치한 숙소 덕분에 잠깐 고립되어 있다가 내부 조명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숙소를 나섰다. 공원 가는 길 주변에 있는 갈대밭 사이로 비친 햇빛은 해가 저무는 건지 떠오르는 건지 헷갈리는 느낌을 자아내면서 송도의 아침을 비추고 있었다.



날씨는 제법 쌀쌀해져서 윗옷을 입지 않으면 추위를 느낄만했다. 다행히 몸에 열이 많은 나에게는 산책하기 최적의 온도였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서 거리가 텅 비어있었다. '시원한 날씨+텅 빈 거리+세련된 도시 풍경'의 조합은 공원 가는 길 내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공원 가는 길의 지도는 꼬임 없이 정직했다. 자로 잰 듯한 도로들은 복잡하게 엉키지 않고 단순하게 이어져있었다. 길을 헤맬까 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기분 좋은 포인트였다. 지도에 나온 큰길을 따라가보니 공원에 도착해 있었다.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 사이로 강 같은 물이 흐르고 있었고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함께 양 옆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물이 꽤 맑았는지 수면에 비친 고층의 빌딩들이 수면 안의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좀 더 잔잔하면 지면을 사이에 두고 실제 세계와 수면 안의 세계, 거울 안의 평행세계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것 같았다. 어느 건물의 조감도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환상의 나라에 온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바람을 쐬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1박 2일의 마지막 일정, 영종도로 떠나기로 했다. 



인천 내륙에서 영종도를 가려면 기나긴 도로, 영종대교를 지나야 했다. 다리 하나가 4km 이상 된다는 것이 신기했고 도로 자체도 굉장히 넓어서 운전자의 입장에서 운전할 맛 나는 곳이었다. 다리가 바다 위를 지나고 있는 덕분에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해상에 위치하다 보니 안개가 자주 껴서 예전에 큰 사고가 있었다고 들어서 방심하지 않고 주의경계하면서 달렸다.


물회 주문과 함께 영종도 일정을 시작했다. 회덮밥은 먹어봤어도 야채와 회가 초고추장 양념과 잔뜩 버무려져 있는 물회는 먹어보질 못했다. 따뜻한 국물을 먹기 위해 해물라면도 곁들여 시켰는데 먹어보니 해물라면이 진국이었다. 오밀조밀 들어간 해산물들이 바다향을 가득히 채우고 국물 맛을 시원하게 했다. 다만 막 끓여 나오지 않고 미지근한 느낌인 것이 다소 아쉬웠다. 물회도 충분히 맛있었는데 아쉬운 해물라면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 같았다.


밥을 먹고 나서는 관광을 하기보단 간식을 먹으면서 마지막 일정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하기로 서로 이야기해서 정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결정이 된 것 같다. 영종도에서 유명한 소금빵과 한 입에 넣기 좋은(?) 주악도 맛보기 위해 샀다. 근처 바다가 보이는 정자에 올라가 원주로 가기 전 인천 풍경을 눈에 담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이 유독 마음에 드는 날이었다.



요새 주변에서 돈을 쓸어 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내 처지가 초라하게 보일 때가 있다. 왠지 저 사람을 따라 해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전혀 그런 방향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고 준비해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흐름에 뒤처진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처음엔 부러웠는데 점점 질투심도 일어났다. 나도 저 사람을 따라 저런 방식으로 돈을 벌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타인의 성공에 비교한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나마 상담을 통해 안정적이던 나의 마음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나에겐 마음을 환기시킬 좋은 기회였다. 꼬여있던 생각의 실타래를 풀면서 다른 사람의 성공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이전 심리상담을 받은 후, 마음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깊게 굴을 파지 않고 어떻게 마음을 바꿔 먹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앞으로 나의 미래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나를 멋진 미래로 이끌고 이번 같은 기분 좋은 여행도 자주 가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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