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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푸름 Jul 19. 2024

[독후감] 밥 딜런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읽고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저  / 문학세계사


  어릴 적 영어 학습지 방문 선생님께서 나한테 BackStreet Boys(줄여서 BSB)의 명곡 모음 카세트테이프를 선물로 주셨다. 그것이 내가 인생에서 처음 접한 팝송이었다. 당시 BSB와 Westlife의 노래는 영어를 배운다는 학생들이라면 꼭 들어야 하는 필수곡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BSB의 'As long as you love me', Westlife의 'My Love'의 따뜻한 멜로디의 전개, 후렴구의 화음 부분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그 이후로 나는 국내음악보다 팝송을 즐겨 들었다. 좋아하는 곡이 생기면 그 곡의 가사를 찾아 번역하면서 어떤 뜻인지 분석했다. 타이밍이 맞아 라디오에서 선곡된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하게 되면 반복해서 듣고 따라 부르면서 외우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밥 딜런은 접해보지 못한 가수였다. 포크계의 대스타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에게까지 그 영향력이 전해져 오질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밥 딜런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밥 딜런이라는 '가수'라는 것을 알리는 뉴스를 통해서였다.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가수라는 사실은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일이라 언론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밥 딜런이 유명한 포크 가수인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놀라운 사실을 접했지만 정작 가수가 어떤 이유로 문학상을 탔는지는 찾아보진 않았다. 그만큼 밥 딜런에 대해서 관심이 적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전에도 여러 자서전을 읽어봤지만 이번 달 북클럽 모임 도서로 선정된 밥 딜런의 자서전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시간과 사건의 순서로 진행되기보다 밥 딜런의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이 쓰인 듯한 느낌이었다. 주로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인물과 곡에 얽힌 경험, 주관적인 생각이 담겨 있었다. 이 방식이 새롭긴 했지만 낯선 방식은 아니었다. 최근에 필리핀 여행을 다녀와서 내가 여행 후기를 쓴 방식과 비슷했다. 


  보통 여행 후기라면 시간과 장소별로 무엇을 했는지, 좋았던 점·부족한 점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전에 나도 여행 다녀온 곳에 대해서 쓸 때 이런 방식을 택했지만 이번 여행의 형식은 조금 다르게 하고 싶었다. 여행 중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두서없이 떠드는 형식으로 썼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의 여행 후기를 본다면 '왜 저리 조식에 대해서 진지하게 써놨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본래 나는 보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나름대로 퇴고를 수없이 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 쓴 여행 후기는 내 생각을 더 많이 담아내고 싶어서 도전한 형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조회수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글을 재미있게 써 내려갈 수 있었다.

  밥 딜런도 자신의 음악 철학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공식적인 첫 책이었기 때문에 노래 가사의 초석이 되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자세하게 담아내느라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저자를 모르는 채로 책을 읽었을 때, 포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밥 딜런의 자서전이야?' 단번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우디 거스리라는 포크 가수의 광팬 혹은 포크 음악에 진심을 다하는 남자 정도로 느껴질 수도 있다.

대스타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서전에서 밥 딜런은 명성에 비해 스스로를 대단하게 생각지 않았다. 올뮤직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2위에 올라있는 가수치고는 굉장히 겸손해 보였다. 밥 딜런은 자신의 음악성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어릴 때는 우디 거스리의 가장 위대한 제자가 되겠다며 그를 따라 하다가 포크뮤직광 존 팬케이크에게 '자네는 절대로 우디 거스리가 될 수는 없다'는 일침을 받는 일도 있었다. 밥 딜런은 미국 사회의 여러 치부가 담긴 뉴스들을 찾아보며 그것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 가사를 쓰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자 했다. 나는 밥 딜런이 음악을 시작한 20대 초반, 왜 그렇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쏟았는지 1960년대 미국 현대사를 조금 찾아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60년대 미국은 마치 인간의 청소년기에 볼 수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운동이 활발했고 흑인 인권 문제를 미국 사회의 표면으로 끌어올린 마틴 루터킹의 암살이 있었다. 이는 미국의 2차 세계 대전 이후 엄청나게 커진 세계적 영향력을 시민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생긴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미성숙한 부분이 성숙해 가는 와중 아플 수밖에 없는 성장통이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밥 딜런의 자서전은 세계적인 가수로서의 화려한 모습보다 미국의 성장과 함께 변화해 간, 밥 딜런이라는 인간에 대한 모습이 잘 드러난 자서전이 아닐까 싶다. 


  벌레가 단단한 번데기를 벗고 나오는 고통을 겪듯이 밥 딜런도 음악적 성장을 위해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변화시켰다. 수년동안 연주에 변화가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결점에 눈을 감고 세월을 낭비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사고로 손을 다쳤을 때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시도해보지 않은 연주법으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시켰다. 밥 딜런의 고뇌에서 공감하며 위로를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나는 밥 딜런을 알게 되었다.



· 제  목 : 『바람만이 아는 대답』

· 저  자 : 밥 딜런(Bob Dylan)

· 출판사 :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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