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푸름 Jul 31. 2024

작은 고리가 이어져 새로운 결과를 그리고...

꾸준함은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국지성 호우가 계속되는 여름이다. 습도도 엄청나서 마치 동남아지역에 온 듯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덥고 습하니 불쾌지수도 높아져 컨디션까지 축 처지는 날이 많아졌다. 이럴 때는 복날에 삼계탕 같이 스스로 기운이 날 만한 특별한 일들이 필요하다. 그런 일이 지난 7월 15일에 있었다.


  현재 내가 속한 직장에서 만든 봉사회에 속해 활동을 시작한 지 7개월이 넘어간다. 한 달에 1~2번 주로 주말 오전시간을 비워서 취약계층 주거지를 청소하거나 원주시와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경로당 방역활동에 참여헀다. 최근 여름이 다가오고 나서 더위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거나 하는 건 없다. 내가 이 봉사를 통해 무언가 이루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따로 없었다. 직장명이 박힌 화려한 색의 조끼를 입고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이 지역 뉴스나 사진에 담기면 그만한 홍보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쉬고 싶은데 나와서 하는 건 단순한 애사심(?)은 아니라고 말했다.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나도 나 자신이 이럴 때는 신기하다.


  직장 봉사회에 속해있는 직원이 몇 명 있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인원은 아직 나와 사무장님 둘뿐이다. 사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직장에서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나서 주말에는 자기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봉사는 자발적인 활동이기에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사무장님은 지인들 중에 봉사에 관심 있던 사람들까지 모아서 직장 봉사회보다 더 큰 새로운 봉사단체, '원주 다 함께 봉사단(DH)'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원주시에 등록했다. 사무장님은 원래 직장을 알리기 위한 도구로써 봉사를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보람도 느끼고 돈으로 주고 살 수 없는 성취감을 얻는 것에 큰 만족을 하고 있었다.


올해 1월 처음 나간 봉사활동 현장


  어쩌다 보니 나도 봉사단 임원이 되어 총무 역할을 하고 있다. 직함은 총무지만 사실 거창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봉사단이 활동한 일지를 정리해서 자원봉사센터에 보고하고 봉사시간이 잘 등록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애초에 직장일도 있는데 봉사단 총무까지 맡긴 것을 사무장님은 미안해했다. 행정적인 부분에서 빠르게 일처리를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수정사항을 빠르게 변경하여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사무장님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내가 그 일을 맡게 된 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봉사현장에 나갈 때마다 항상 있는 또 다른 원주시 봉사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이봉주 마라토너가 단장으로 있는 '봉주르 원주봉사단'이라는 곳이다. 원주 시청과 연계하여 원주 내 봉사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해결하고 있으며, 누적 봉사시간이 1만 시간인 '봉사명장'이 대표로 있는 곳이다. 올해 봉주르 봉사단과 많이 연계해서 봉사현장에 다녀오면서 사무장님과 봉주르 대표님이 많이 친해지신 듯했다. 대표님은 우리에게 도의장 표창 수상을 위한 공적조서를 작성해서 도의회에 보내볼 것을 제안했고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서류를 준비해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제법 빠르게 서류에 대한 답이 사무장님을 통해 들어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표창장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표창장은 거창한 식이 진행되고 받은 건 아니었다. 직장에서 수상식을 약식으로 진행하여 표창장을 들고 어색하게 웃은 사진을 찍으며 끝냈다. 도 단위의 기관장에게 표창장을 수여받고 뭔가 기분이 다를 것 같았는데 마냥 그렇진 않았다. 봉사를 정식적으로 시작한 지 1년도 안된 내가 이걸 지금 받을 자격이 있는지 민망했다. 그나마 그동안 해왔던 120회 이상의 헌혈 덕택에 그런 민망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 봉사가 명예를 위한 것이나 개인적인 경력을 위해 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장 하나가 뭐라고 그간의 힘든 일들을 조금이나마 씻겨주는 것 같았다.


  전에 봉주르 대표님과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공적조서에 들어갈 내용 중에 어떤 봉사활동을 넣으면 되는지 여쭤봤었다. 그러던 중에 헌혈활동도 봉사활동으로 인정된다고 하면서 나의 헌혈 횟수를 물으셨는데 120회 넘긴 것을 듣고 놀라셨다. 대표님은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 공적사항란에 바로추가하라고 하셨다. 이전에는 헌혈 횟수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한적십자사 명예의 전당에 헌혈 100회 이상한 사람들을 찾아보면 의외로 많기도 하고 누구나 시간만 내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표창장 수상을 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올해 시작해서 월 1~2번은 꼭 나갔던 봉사와 더불어 10년 넘게 해온 헌혈활동이 표창장을 받는데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을 알게 되니 꾸준함은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보상을 받는다고 말이다. 두 번째로, 내가 해왔던 모든 일들이 미래로 이어지는 작은 연결고리가 되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또 다른 연결고리가 되어 또 다른 미래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계기가 되어 불확실한 미래에 마냥 겁먹게 되는 것이 아니고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것은 생각이 많고 항상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것에 불안함을 가지는 나에게 큰 깨달음과 힘을 주는 경험이었다.


  내가 했던 일들이나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해서 시간낭비였다면서 낮추는 말은 그만하려고 한다. 당장 빛을 발하지 못할지라도 언젠가는 어떤 곳에서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소중한 경험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또 하나 배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