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의 투박한 명령어로 기록한
분홍빛 팝콘의 계절

나오카4th - Nikon F50 불편해서 더 애틋한 봄날의 기록

by hongrang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운 카메라


Nikon F50


철컥, 찌이이잉.


손에 쥐어진 카메라는 늘 과거를 품고 있다. 그 안에는 기술의 흔적도 있지만, 더 깊은 곳에는 시대의 태도가 묻어 있다. 이 카메라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기능보다도 그 태도에 먼저 시선이 닿았다.


어떤 유튜브에서는 이 모델을 두고 “최악의 니콘”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했다. 그 말을 떠올리며 바라보니, 이 카메라는 마치 평가를 이미 다 받은 채 조용히 놓여 있는 물건처럼 보였다.


사실 이 카메라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모델도 아니다. 그렇다고 희귀해서 가치가 높다기보다는, 그저 선택받지 못한 채 남겨진 느낌에 가깝다. 비슷한 가격대에는 더 완성도 높은 선택지들이 줄지어 있다.

Nikon F60,

Nikon F70


이 이름들 앞에서 F50은 늘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에 가까웠다. 어떤 카메라는 기능으로 선택되지만, 어떤 카메라는 그냥 손이 먼저 닿는다.


이 카메라는 후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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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릴 수 없는 카메라


카메라를 들고 가장 먼저 당황하게 되는 것은 손가락의 방향이다. 돌려야 할 것이 없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카메라의 구조는 단순하다. 셔터를 돌리고, 조리개를 돌린다. 손끝에서 바로 반응하는 물리적인 움직임이 곧 촬영의 리듬이 된다.


하지만 이 카메라는 그 리듬을 끊어버린다.


모드를 먼저 선택하고, 그다음 버튼을 눌러 값을 바꾼다. 조리개 우선 모드에서는 또 다른 버튼, 셔터 우선 모드에서는 또 다른 버튼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할 조작이, 단계로 나뉘어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이 구조가 꽤나 불편하게 느껴진다.

왜 굳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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