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작하지 못한 이별

낙엽처럼 부딪혀온 그녀

by hongrang



– 그날의 빛은, 아직 내 마음에 머문다.


창가에 오후의 빛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웃었다.

눈꼬리 끝에 얄상하게 잡히는 주름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커피 잔 위로 김이 피어오르고,

마스크 사이로 흐릿한 숨결이 번졌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런 마음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걸.


코로나 백신을 맞은 지 이틀째였다.

가슴이 괜히 뛰었다.

열 때문인지, 그녀 때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밖은 여전히 조용했다.

간판 불빛 하나가 유리창에 비쳐

그녀의 뒷모습을 감싸고 있었다.

그 빛이 너무 따뜻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렸다.


“오래가진 않을 거야.”

혼잣말이 떠올랐다.

그 말은 꼭 예언처럼 실현될 거다.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이별을 겪고 있었다.

마음이 닿기도 전에,

손끝이 스치기도 전에,

그녀는 내게서 멀어져 있었다.


사진처럼,

빛과 그림자 사이에 남은 한 사람.

나는 그 프레임을 아직 지우지 못한다.

그녀의 웃음, 그날의 공기,

그리고 가슴이 뛰던 그 순간까지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