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친구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친구를 만나기 전의 나의 상황은 이러했다. IMF로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지기 전 초등학교 2, 3학년 때 주변 또래에 비해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작은 도둑질을 한다거나 나를 꾸미기 위한 거짓말을 자주 했었다. 그렇게 양심을 버리고 살던 어느 날 그동안에 했던 부정한 행위들 중 어느 것이 들통나 엄마 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회초리에 내 종아리가 타들어 갈 정도로 혼이 난 이후 내 인생의 도둑질은 끝이 났다. 하지만 거짓말은 습관처럼 내 몸에 깊이 배어 어떤 일을 회피하고 싶다거나, 내가 이득이 될까 싶으면 자동적으로 튀어나왔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애착과 믿음이 충분히 없었던 탓일까. 어릴 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다른 사람의 재능과 환경에 더 집착했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다른 사람의 재능과 환경에 더 집착했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거짓말이란 방법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이런 나의 상태를 알아봐 주는 어른이 없었다. 딸로서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의 엄마, 아빠는 나에게 충분한 관심과 가르침을 주진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의 삶이 바쁘기도 했고, 그때는 지금과 달리 오은영 박사와 같은 전문가로부터 부모 교육을 받을 수도 상황도 아니었으니 그들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했는지 잘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거짓말이나 가끔 하면서 나에 대해 고민 없이 살아가던 와중에 초등학교 고학년 때 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키도 크지 않고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친구도 아니었다. 그런데 늘 주변 어른들에게 칭찬받고, 주변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였다. 나는 시기와 질투로 그 친구를 일부러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짜증과 괴롭힘에도 그 친구는 항상 친절했고, 무엇보다 나를 걱정해 주었다. 시간이 흘러 그 친구에 대한 신뢰가 쌓이자 그 친구에 대한 나의 마음은 미움에서 동경으로 변했다. 그녀는 어른들이 해주지 못했던 내 인생의 첫 스승이자, 롤모델이 되었다. 그 친구를 따라 공부를 했고, 그녀를 따라 모범적이고 정직한 삶의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습관처럼 내뱉던 내 거짓말이 싫어졌고, 솔직해지고 싶어졌다.
그 친구가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나는 그녀와 나를 점점 분리하고, 본격적으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와 대학원, 잠깐의 사회생활을 통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고 경험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가질 수 있었으나, 여전히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결혼과 출산을 통해 내 가정이 완성되면서 나는 진정으로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배우자는 가장 가까이서 나를 지켜보며 좋은 얘기, 싫은 얘기를 솔직하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나의 못난 모습을 속속들이 밝혀내는 남편이 밉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부모가 되어 두 아이를 키워보니 나의 부모님에 대한 사정을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또 우리 아이가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먼저 세상과 타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하게 됐다. 가족들을 통한 자기 성찰은 나를 바로 알고, 나를 정신적으로 성장시키는 자기 훈련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지만 내 가족을 올바르게 지키고, 사랑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6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갑 속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는 <행복카드>를 지니고 다닌다.-“나는 주어진 환경 그 자체보다 그것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함을 아는 사람이다” 이제는 나의 있는 그대로의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만족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즘에는 만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현실에 맞서 좀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으로 살아봐도 좋겠단 생각도 든다. 내가 사람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나 또한 누군가에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