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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훈 Aug 20. 2021

데빌맨 크라이베이비: 명작의 참신한 재해석(스포주의)

feat: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엔딩의 원형, 에반게리온 팬이면 봐 보세요

 데빌맨의 코믹스 판을 본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데빌맨의 코믹스판은 1970년대 만화이고 인터넷 불법 판본도 돌아다니지 않아 옛날 만화에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읽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읽을 필요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라는 거의 완벽의 가까운 리메이크작이 존재하니깐!!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는 고전의 새롭고도 충실한 리메이크작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의 폭력성은 그대로 살리고 에로틱한 부분은 더욱 강화시켰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후도 아키라의 사정 장면이 그 예이다. 또한 추가된 캐릭터와 변화한 캐릭터도 눈에 띈다. 마키무라 미키는 설정이 혼혈로 변경되었는데 서양인으로도 동양인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악마로도 인간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아키라와 입장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미키의 캐릭터성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였다. 원작의 미키는 위험에 쳐하면 남주인공 아키라에게 도움을 받는 전형적인 7,80년대 여성 주인공 느낌이었다면 크라이베이비의 미키는 트위터 등을 사용해 아키라를 응원하고 아키라가 끝까지 인간을 믿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원작에서의 아키라는 미키가 죽고 난 후 인간들에게 적대감을 품게 되지만 크라이 베이비의 아키라는 미키가 죽고 난 후에도 미키가 남긴 의지로 인해 인간들을 끝까지 믿게 된다.


 그리고 원작에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깨끗하게 쳐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본래 데빌맨 같은 많은 콘텐츠에 영향을 준, 소위 고전 같은 작품들을 리메이크할 때는 원작 그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려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대표적으로 데빌맨의 영화판이 그 예이다. 하지만 크라이베이비는 영화판과 달리 원작의 시간여행 편을 삭제하여 분량 조절에 성공했다. 시간 여행 편은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다음 부분에 인간의 잔혹함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미키 살해 장면이 있으므로 그렇게 필요한 에피소드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크라이 베이비는 이 필요 없다고 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스토리에 오류 없이 쳐내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등장인물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였다. 미키와 이름이 같아서 항상 미키를 미워하다가 결국 미키를 받아들이는 데빌맨 미코, 데빌맨이지만 악마의 편을 든 고다, 끝까지 자신들을 구해준 미키 편을 들다 죽은 와무와 가비, 와무와 가비를 배신하고 폭도들의 편을 들어 인간의 잔혹함을 잘 나타낸 캐릭터인 바보와 히에등등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각 작품 속에서 적재적소의 역할을 맡고 깔끔하게 퇴장한다.


또한 봉준호의 괴물에 대한 오마주도 눈에 띈다. 6화에 나온 헤드폰을 끼고 노래를 듣다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악마에게 죽은 소녀의 장면은 누가 보아도 괴물의 오마주이다. 이처럼 크라이 베이비에는 21세기에 걸맞은 변화가 눈에 띈다. 마키가 트위터를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21세기에 어울릴법한 전자기기가 등장한다. 이 같은 방법은 크라이베이비란 작품이 과거의 명성에 의지한다는 느낌을 지워준다. 크라이 베이비가 현대를 배경으로 하며 현대인들에게 맞는 작품이 되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결말을 전체적인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새롭게 재해석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일단 료가 악마의 수장 사탄임이 밝혀지고 료와 아키라의 싸움, 그리고 데빌맨과 악마의 싸움이란 부분은 동일하다. 하지만 작품에선 인간이라는 또 다른 세력을 추가한다. 그리고 인간 세력이 데빌맨 세력 또한 악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데도 데빌맨들은 인간을 공격하지 않으며 인간 세력에서 실험을 당하던 여성이 자신이 데빌맨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는 크라이 베이비의 주제를 가장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데빌맨이 인간의 잔혹성만을 드러낸 염세적인 작품이었다면 크라이 베이비는 인간의 잔혹성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다시 한번 믿어보자는 희망찬 주제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마지막에 사탄(료)가 아키라의 죽음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이 그 예이다. 인간은 물론이고 악마마저 잔혹성을 가졌지만 동시에 그들 또한 인간성을 가졌음을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보여주었다. 데빌맨의 결말을 단순히 충격적이다라고 요약한다면 크라이 베이비는 안타깝다고 요약할 수 있다. 료가 인간의 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구는 멸망하고 천사들에게 끌려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그 안타까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이 절망적인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그 안타까움이 크라이 베이비를 보며 내가 느낀 가장 큰 감정이다.


 크라이베이비는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2번째로 잘 만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는 영상 연에는 손대지 마이고 두 번째가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다. 하지만 유아사 마사아키의 스토리를 다루는 능력을 보고 싶다면 크라이 베이비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원작의 충격적인 부분을 잘 살리면서 감독,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보여준 리메이크의 모범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애니, 그것이 데빌맨 크라이 베이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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