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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훈 Nov 12. 2021

고질라(2014): 화려함 대신 선택한 웅장함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원작에 대한 경의가 담겼을 때

고질라에 입문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고질라란 콘텐츠의 역사를 알아보려면 제2차 세계대전까지 가야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미국에 핵을 맞고 항복하게 된 일본은 핵에 대한 공포를 그 어느 국가보다도 더 뼈저리게 느꼈으며 그로 인해 탄생하게 된 것이 핵으로 인해 깨어나게 된 거대 괴수 고질라였다. 고질라는 일본의 핵에 대한 공포와 더 나아가 옥시즌 디스트로이어라는 과학이 낳게 될 새로운 무기에 대한 공포를 상징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앞에 글을 읽고 고질라, 그러니깐 할리우드판이 아닌 일본의 원조 고질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있을 텐데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자면 원조 고질라의 개봉 연도는 1954년이다. 당연하게도 cg가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에 나온 영화이다. 그래도 당시로선 혁신적인 촬영 방식인 특수 슈츠(고무로 만들어진 슈츠를 입고 여러 미니어처들을 부수는 방식이었다.)를 사용해 당시로선 전 세계적으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고질라는 단숨에 괴수의 상징이 되었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아무리 혁신적인 기법을 사용했다지만 cg에 미치지는 못하고 미니어처의 퀄리티도 지금으로선 조악하며 무엇보다 흑백 영화라는 점이 현재의 관객들에겐 어필하기 힘든 요인들이다.


 물론 고질라에는 1954년 이후에도 여러 시리즈가 존재하나     2014년 할리우드판 고질라가 등장하기 전까진 대다수가 미니어처와 고무 슈츠를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8년에 나온 또 다른 할리우드판 고질라가 존재하나 이 영화는 원조 고질라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고 무엇보다 스토리가 조악했다. 1998년 고질라를 통해 전 세계로 다시 한번 고질라를 전 세계로 알리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일본에서도 고질라 파이널 워즈라는 완결 편이 나오면서 더 이상 보기 힘들 것만 같던 고질라는 2014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바로 할리우드 판 고질라가 새롭게 나온 것이다.

 2014년도 고질라(1998년도와 구분하기 위해 할리우드판이 아닌 2014년이라고 부르겠다.)는 고질라 시리즈 특히 퍼스트 고질라(1954년도 판을 이렇게 부르겠다.)에 대한 경의가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퍼스트 고질라의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그리고 장엄하고 공포스러운 괴수 연출이 한 층 업그레이드되어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고질라란 캐릭터를 한층 입체적으로 발전시켰다. 과거 퍼스트 고질라는 핵으로 인해 깨어난 고대 괴수가 도시를 공격한다는 어떻게 보면 핵에 대한 자연의 천벌에 가까운 스토리였다. 하지만 2014년도판 고질라는 고질라에  지구의 균형을 맞추는 수호자란 설정을 추가시킨다. 고질라를 단순히 도시를 파괴하는 자연의 공포로만 다룬 것이 아니라 고질라를 지구, 즉 자연의 균형을 맞추는 위대한 자연의 섭리를 집행하는 위대한 신적인 존재로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잠들었다가 깨어난 자연의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무토라는 괴수와 싸운다는 스토리는 이 작품이 퍼스트 고질라만을 긍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 나왔던 여러 고질라 시리즈 또한 긍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2014년도판 고질라는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원작에 대한 경의가 만난 흔치 않은 케이스라 할 수 있다. Cg를 통한 고질라의 압도적인 힘과 크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불러오고 여러 재해석들과 원작에 대한 경의는 영화의 작품성을 올려주었다. 고질라 2014년도 판이 나오고 난 후 고질라란 프랜차이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우선 2014년도 판을 기반으로 속편인 고질라 킹 오브 더 몬스터즈가 나왔고 킹콩과 콜라보한 고질라 vs 콩이란 작품이 나오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고질라의 본토인 일본에선 고질라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 고지라가 개봉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여러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등 프랜차이즈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기의 시작은 2014년도판 고질라의 과감하면서도 획기적이었던 재해석과 그러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살린 작품에 대한 경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여러 타국 콘텐츠, 특히 일본의 콘텐츠를 가져다 새롭게 재해석하는 일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리타 배틀엔젤과 명탐정 피카츄, 슈퍼 소닉이 그 예이다. 이 세 작품은 원작을 나름대로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던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의 시작은 참신하면서도 원작을 잘 담아낸 2014년도판 고질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질라의 성공으로 인해 새로운 기반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2014년도 판 고질라는 고질라라는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가 원작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낸 첫 번째 블록버스터 영화로 2014년도판 고질라는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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