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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훈 Aug 20. 2021

올드: 낭만이 담긴 크툴루 신화가 될 뻔 했으나....

코스믹 호러에서 설정이란 뿌리를 드러내면 죽어버린다(스포주의)

영화 올드를 중반부까지만 요약하라면 낭만이 담긴 크툴루 신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우선 크툴루 신화란 러브크래프트란 작가가 창조한 일련의 소설집인데 내가 올드를 이 크툴루 신화에 비유한 이유는 영화 올드가 '중반부까지는' 크툴루 신화의 느낌을 잘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특히 크툴루 신화 중에서도  우주에서 온 색체의 느낌이 강하다.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어느날 한 농장에 운석이 떨어지면서 식물들이 죽어나가고 동물들이 이상하게 변하는 등의 변화를 담아낸 내용인데 소설의 결말까지 이 운석이 어디서 왔으며 이러한 변화가 방사능 때문인지 운석에 있던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인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올드 역시 등장인물들이 한 해변에 놀러갔다가 이유도 모른채 계속해서 성장. 혹은 노화를 즉 나이를 먹게 된다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우주에서 온 색체와 비슷한 부분이 꽤나 있다.


 그러나 나는 올드보단 우주에서 온 색체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두 작품 다 인류가 극복할 수 없는 미지의 현상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우주에서 온 색체는 끝까지 어떤 이유에서 공포스러운 현상을 겪고 있고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올드는 다르다. 올드는 중반부부터 주위 바위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등장인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정보가 제공된다. 여기까지는 괜찮으나 후반부로 가면 아예 영화의 악역의 입을 통해 바위때문에 나이를 빠르게 먹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 의약품 실험을 위해 나이를 빠르게 먹는 해변에 사람들을 가둔다는 사건의 배후가 드러나면서 코즈믹 호러 스러운 분위기가 깨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산호라는 대처법이 있다는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더이상 영화는 코즈믹 호러라는,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로 인해 이유도 알지 못한채 죽어나간다는 공포스런 분위기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올드라는 영화엔 많은 장점이 있다. 첫 번째론 중반부까지는 잘 끌고나간 코즈믹 호러적인 분위기와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부부가 노화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서로를 다시 믿고 의지하며 화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코즈믹 호러 장르에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점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낭만적인 분위기가 들어간 크툴루 신화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러한 분위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붕괴된다.


만약 올드의 후반부를 이런 스토리로 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달리 트렌트(주인공 부부의 아들)와 카라(트렌트가 좋아했던 여자 아이) 둘이 마지막에 살아남아 나가는 대신 해변에 남아 죽어가며 삶의 의미를 성찰해나간다는 내용이다. 숨겨진 배후나 산호등의 설정을 빼고 4~50분 단편영화로 만들어 해변에 가게 된 것도 우연이란 설정을 넣고 캐릭터들의 내면 심리를 더 깊숙하게 다루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영화 올드는 코즈믹 호러의 분위기를 잘 따랐으나 가장 중요한 설정을 지나치게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법칙을 깨버린 살짝 안타까운 작품이다. 샤말란 감독의 반전 강박증 때문에 이러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의 반전을 넣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더 스토리에 집중했다면 이것보단 더 나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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