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적응해야 해 vs 어서 탈출해야 해
뭔가 모를 환경의 변화가 무섭게 느껴졌던 어제다. 새로운 환경이 뭔가 낯설어졌고, 퇴근 후 온전히 가졌던 시간들이 뭔가 모를 두려움으로 느껴졌다. 최근에 이런 기분이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숨 막히는 이 상황들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 속에 있는 내가 야속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저 이럴 기분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랐다.
아마도 바쁜 것들이 끝나고 나니 온전히 쉬는 시간이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보통 이럴 때는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오면 좋은데, 사실 이미 쐬고 온 이후라 어떻게 해야 할지 더 큰 고민이 생겼다. 다음날도 여전히 뭔가 어색한 기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뭔가의 노력은 했다. 우울한 생각이 들면 운동하면 괜찮아졌다는 생각하나로 시간이 있는 아침, 점심, 저녁에 운동을 했다. 몸을 힘들게 하고, 의외로 단단해진 내 몸을 보며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6월까지는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를 다짐했는데 머리에 들어오진 않지만 결국 뭐가 그리 불안한지 책을 다시 펼쳤다. 물론 집중도 되지 않고, 책장도 안 넘어가는데 논문을 펼친다. 내가 책을 펴는 이유에 이 불안의 원천은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알고 있다. 이 이야기를 굳이 하고 싶지도 않고, 굳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내 머리와 마음은 알고 있는 것 같다.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 상황이 막막하고 화가 나지만, 또 그렇다고 현재의 생활이 못 버틸 정도도 아닌 것은 알고 있다. 이 생활이 길어질수록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못 버틸 정도도 아니고 더 노력하면 될 일이라는 다짐을 한다. 그럼에도 나에게 다행인 것은 이 기분이 오래가진 않았다는 것, 그리고 운동이라는 방법을 찾아서 일부 해소를 한 것, 마지막으로 내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다행인 것 같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 더 잘할 것이다. 뜬금없지만 이 글의 마지막에 오늘 나에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