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바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알고 갔는데, 몇 군데 물어봤는데 쉽게 답을 듣지 못했다. 공항 안내인이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으면 푼타 아레나스 시내로 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공항 앞에서 푼타 아레나스 시내로 간다는 밴을 탔다. 목적지 별로 따로 사람을 태우는 것 같았다. 밴이 다 차기까지 몇 사람을 더 태운 후 출발한 밴은 몇 군데 숙소에서 여행자들을 내려주고 술 버스 Bus Sur앞에서 내려주었다.
여덟 시 이십 분, 마침 푸에르토 나탈레스행 여덟 시 사십오 분 버스가 서 있다. 저 버스는 탈 수 있겠다 싶었다. 창구에 가 서는데 창구 앞에 선 여자는 가이드인 모양인지 표를 계속 끊고 있었다. 옆의 창구에 물어보니 버스에 자리가 다 찼다고 했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하루 묵고 가야 어떻게 하나 고민하며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서 창구에서 그다음에 버스는 없냐고 물어보니, 무슨 조화 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덟 시 사십오 분 버스에 딱 한 좌석이 남았다고 해서 버스표를 끊었다.
옆에 있는 가게에 가서 물을 한 병 사서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출발하고 표를 받는 사람에게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몇 시에 도착하는지 물어보니 영어를 못 하는지 답이 없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12시에 도착한다고 말해주었다. 네 시간은 걸린다고 들었는데 열두 시에 도착하니 예상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호스텔에 체크인을 해야 하는데 열두 시 넘기고 체크인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옆좌석에 앉은 남자가 셀폰을 쓰는 것을 보고 전화를 한 통 쓰자고 부탁했다. 그 남자는 선선히 전화를 빌려주었다. 예약사이트에서 전화번호를 찾아서 호스텔에 전화를 했다. 늦는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일상생활은 일정한 루틴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불확실한 일들이 별로 없지만, 여행에서는 확실한 것이 별로 없다.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예측하고 대비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여행은 두렵다. 그렇지만 여행의 신기한 점은 그 어려움을 겪을 때 모르는 사람의 순수한 호의가 큰 도움이 된다.
남극점에 가까운 땅의 여름이라서 해가 길었다. 열 시가 넘어서 해가 졌다.
푸에르토 나탈레스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는 칠레의 최남단 도시인 푼타 아레나스에서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푼타 아레나스에서 24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가려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가거나 아니면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에서 갈 수 있다.
열두 시가 다되어 버스는 푸에르트 나탈레스 에 도착했다. 옆좌석의 남자가 택시를 타라고 하면서 택시정류장을 손으로 가리키고는 사라졌다. 택시는 드문드문 들어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태웠다. 한참을 기다려서 내 차례가 되었고 택시를 타고 호스텔로 왔다. 리셉션에 사람이 있어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밤늦게 체크인을 해서 방에 조용히 들어와서 잤다.
12월 4일
Hostel 'We are Patagonia'
새벽에 사람들이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서두를 일이 없는 날이라 계속 잤다. 여덟 시가 지나서 일어났다. 아홉 시 반까지 아침식사 시간이다. 아침을 먹으려면 일어나야 했다. 식당에 가보니 사람들은 별로 없고 음식은 호텔 조식 스타일이었다.
아침을 먹고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설명회를 매일 한다는 Erratic Rock을 찾아갔는데 오전 세션은 사람이 없어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캠핑장 예약을 확인하러 가기로 한다. 오 코스로 돌려면 숙소 예약을 두 회사에 따로 해야 했다. 예약할 때 날짜 계산이 잘못되어 그레이 산장과 파이네 그란데 산장이 같은 날로 겹쳤다. 먼저 Fantastico에 가서 마지막 사흘 일정을 하루씩 뒤로 밀려고 했지만, 예약이 다 차서 안되고, 겹치는 첫날 하루만이라도 취소하려고 해도 그것도 안된다고 한다.
Vertice에 간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확인 메일을 받으면 결재를 하는 시스템인데 오기 전까지 확인 메일을 받지 못해서 몇 번 이멜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하고 왔다. Vertice에서는 메일을 보냈는데 연락이 안 된 것 같다면서 다시 예약을 해주겠다고 했다. 예약이 겹친 파이네 그란데는 빼고 사흘만 예약을 했다. 차라리 결제가 안된 것이 다행이다. 식사는 산장과 캠핑장에서 사 먹을 계획인데 딕슨 산장과 로스 페로스 캠핑장에서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없다고 해서 이틀 치 음식은 가지고 가야 한다. 파이네 그란데를 예약을 취소해서 하루 만에 이틀 치 거리를 가야 하지만, 어쨌든 예약은 정리가 되었다.
오후에 다시 Erratic Rock에 가서 설명회에 참석했다. 간단하게 트레킹을 소개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트레킹에 필요한 것들을 그 자리에서 렌트를 하는데 버너를 렌트를 할까 하다가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도네이션만 하고 나왔다.
선크림을 가져오지 않아서, 선크림을 사고 장을 좀 봐 와서 저녁은 호스텔에서 해 먹었다. 다른 투숙객인 젊은 남자는 파스타를 만들고 있다.
할 일도 없고 해서 일찍 자려고 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방은 벙커 베드가 네 개 있는 여성 전용실인데 첫날밤 늦게 체크인을 해서 문 앞의 침대를 쓰게 되었는데 머리맡으로 사람들이 들락거려서 잠을 자기가 힘들다.
12월 5일
새벽부터 사람들이 일어나 움직인다. 여덟 시에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고 술 버스 Bus Sur에 가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가는 버스 왕복표와 엘 칼라파테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러 음식과 간식거리를 사고 스포츠용품점에서 배터리와 등산스틱을 구입했다. 이틀 동안 먹을 음식과 간식으로 컵라면, 수프, 비스킷, 말린 과일과 초콜릿을 샀다. 등산스틱을 계속 산행을 하지는 않을 건데 여행하면서 갖고 다니기 불편할 것 같아서 가져오지 않아서 비싸지 않은 걸로 한 짝만 구입했다. 필요 없어지면 어디든 두고 갈 생각이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조그만 도시이다. 호스텔은 바닷가 쪽에 있고 시내라고 할만한 곳은 조금 걸어 올라가야 해서 어제부터 계속 걸어 다니고 있다. 바닷가 쪽을 내려가다 Vertice사무실을 지나게 되어서 들어가서 딕슨과 로스 페로스에서 뜨거운 물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산장에서는 안되지만 다른 여행객들에게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두 끼 해 먹자고 버너 빌리고 가스 사고하는 건 번거로워서 안 하기로 했다.
바닷가의 조각상
바닷가에 가서 보니 파타고니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바람에 날아가는 듯한 남녀의 조각물이 있었다. 바닷가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인디고라는 카페가 눈이 들어왔다. 카페 옆에 컬럼비아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서 선캡을 하나 구입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