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캐나다인의 한국 방문기
(Image by ROverhate from Pixabay)
원래 한국을 오려고 계획했을 때는 직계 가족 방문으로 자가 격리 면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표를 사고 나서 오미크론으로 상황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12월 초에 갑자기 직계 가족 방문은 자가 격리 면제가 취소되었다. 그래서 한국 방문을 계획했다가 한국 방문을 취소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열흘간 자가 격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에 왔다.
자가 격리 10일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 있다. 첫날은 입국해서 저녁에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했고 그다음 날은 자가 격리 장소를 집에서 호텔로 바꾼 것 보건소에 연락해서 알려주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되어 신경 쓰고 보건소에 진단 검사받으러 갔다 오느라 하루가 다 갔고, 그다음 날부터는 호텔방에서 나가지 않고 쭉 지내고 있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오늘이 5일째이다.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는 것이 답답하겠지만, 나는 외출하는 걸 귀찮아하는 종류의 사람이고 나갈 일을 되도록이면 만들지 않고 집에 방콕 하는 스타일이다. 자가 격리를 십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았고 뭘 할지 굳이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우선은 원 없이 잘 계획이었다. 출근을 해야 할 때는 5시에 일어나야 해서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는 저녁에 일찍 자야 하는데, 원래 저녁형 인간이다 보니 저녁이 일찍 자기가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잘 자야지 했는데... 시차가 문제다. 17시간이나 차이가 나는 곳에서 건너오다 보니 아직은 그 시간대로 몸이 반응한다. 오후에는 졸리고 저녁을 먹고 나면 식곤증까지 합쳐져서 자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벽이면 잠이 깬다. 생활 리듬이 엉망진창이다.
남는 시간이 제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일은 텔레비전 보기다. 캐나다에서 한국 텔레비전을 볼 수 없다 보니 아직은 텔레비전이 재밌는 단계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케이블은 채널이 400번까지 올라가긴 하는데 지상파와 종편 방송 외에도 쇼핑 채널이 중간중간 끼어 있고 특정 번호대는 스포츠나 교육방송 등이 나오는 것 같다. 어떤 채널은 옛날 드라마나 최근 방영된 드라마 재방만 틀어준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놓친 드라마를 찾아보기도 했다. 어떤 채널이 뭔 지 몰라서 처음에는 하나씩 번호를 올리거나 내려가면서 뭐 하는지 확인하다 볼만한 것이 나오면 멈추고 봤다. 그러다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또 채널을 돌리고 하다 보니 굉장히 정신이 산만해졌다. 뭘 하나 끝까지 집중해서 보기가 힘들다.
넷플릭스를 열어보니 외국 프로그램도 모두 한글 제목이 뜬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국에서 시청할 수 있는 외국 프로그램들은 모두 한글 자막이 나올 것 같다. 캐나다에서는 한글 자막이 없는 것들도 꽤 있으니까 좀 다른 구성이겠다 싶다. 이번 주에 새로 올라온 <모가디슈>를 보았다.
에너지를 좀 모아서 저널을 쓰고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년 겨울 휴가 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3월부터 재택근무를 했는데 여행도 못 가고 남은 휴가를 11월부터 연말까지 쭉 썼는데, 그 휴가를 이용해서 그동안 여행했던 기록들을 브런치에 글로 올렸다. 한 달 반 동안 60여 편을 포스팅했다. 휴가가 끝나고는 쓰려고 했던 것을 마무리하고는 포스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자가 격리를 시작하면서 브런치에 자가 격리에 관한 글을 다시 포스팅하고 있다. 자가 격리가 끝나고 한국에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여행기를 써볼까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 한국에서 여행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텔레비전 보기와 글쓰기에 지치고 정말 심심해지고 몸이 뻐근하다 싶으면 가끔 요가도 한다. 유튜브에서 구독하는 요가 채널을 이용한다. 한 가지 문제는 요가 매트가 없어서 바닥에서 사용한 타월을 깔아 놓고 하는데 살짝 미끄럽고 크기도 살짝 아쉽다. 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없는 거보다 낫다.
아 그리고 가끔 통화도 한다. 수신만 가능한 유심칩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거나 카톡으로 전화를 걸어서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통화를 한다. 평소에는 전화는 용건만 간단히 하는 편이지만, 뭐 할 일도 없고 심심하니까 나와 이야기해줄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나는 환영이지 뭐.
다음에는 먹는 이야기를 좀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