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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수 Dec 17. 2023

싱글 인 부산 (4)

나도 사실은 X들과 유유상종? 오우, 끔찍하게 싫다.

   

   유유상종.

   물이유취.

   초록동색.

   끼리끼리.

   짚신의 짝.          



   … 젠장, 더럽게도 많다.



   새삼 한글 참 대단하다 싶다. 전혀 다르게 생긴 저 형태소들이 모여 결국은 다 같은 뜻을 가진다. 나는 비슷한 것들끼리 한데 모인다는 식의 성어가 참 싫다. 저리도 많은 말들로 표현되고 있다만, 살아보니 진짜 끼리끼리는 싸이언스이다만, 그래도 싫다.



   X에 대해 좋지 않은 서술을 할 때면, 손톱이 하나씩 짧게 잘리는 기분이다. 심지어 그 서술이 더 격해질 때는 손톱 밑의 살갗까지도 다 잘려 나가는 것 같다.

   유유상종, 끼리끼리… 뭐 저런 말들이 버젓이 존재하니, 그게 결국은 다 나에 대한 비난으로 읽힌다. 나도 X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존재같다.  역시 그렇겠지. 그러니 저런 말들이 있는 거겠지.



   … 아! 아니, 나는 진짜 그런 인간은 아니다. 아무래도 이 얘긴 그만 멈춰야겠다. 쓰면 쓸수록 자괴감만 든다. 내가 X들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니, 그럴 리가 있나.






   각설하고, 처음엔 스스로를 자발적 싱글이라 생각했다.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사실 마지막 연애가 끝난 후 ‘다시는 연애하지 않겠다.’고 바로 마음을 닫은 건 아니었다. 지난 10년 동안 쉼 없이 연애해와서 이번엔 단지 조금만 쉬어 가야지,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웬걸, 한 1년 정도 혼자 있다 보니 너무 좋은 거다. 막 날듯이 기쁘게 웃음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2편에서도 서술했듯 울 일도 같이 없다는 것. 그게 좋았다. 혼자 지내보질 않아서 그간은 몰랐는데, 싱글은 지루할지언정 참 평화로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타의에 의한 싱글 같기도 하다.

 


   만약, 나의 X들이

   나를 많이 울리지 않았더라면.

   내게 지난한 상처를 남기지 않았더라면.

   나의 사랑에 사랑으로 답할 줄 아는 좋은 사람들이었다면.


   나는 연애를 멈추지 않았을지도 모르겠, …. 아니,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다 설명이 된다.

   내가 이렇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도, 싱글이라 기쁘지 않은 것도 모두 납득이 된다.


   싱글인 상태가 좋아서 연애하지 않는 게 아니라.. 비겁하다만,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 싱글로 도망친 거다. 그래서 찝찝했고, 그래서 마냥 기쁘지 않았던 거다.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었구나.





   

   대체 왜 나는 그렇게 상처주는 인간들과만 연애를 했을까?


   혹시 내가 눈이 나쁜가? 아무래도 운이 나빠서겠지?  

   … 아서라, 묻긴 뭘 묻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저 눈과 운이 나빴다기엔 실패를 네 번이나 했다.



   아,

   진짜,

   정말,

   진짜로 싫은데...


   인정하기 싫다. 싫은데,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나. 결국 그런 X들을 선택한 건 나다. 그런 놈들만 골라 연애한 건 다름 아닌 모두 나다. 아무도 내게 그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럼 나는 그런 년인가… 

   X들을 두고 배려도 사랑도 없는 놈들이라 했었는데, 나도 진짜 그런 년인가… 밀려오는 자괴감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심스럽다.






   상처받은 내게는 잔인한 표현이다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괜히 있을까. 그러니 네 번의 실패가 오롯하게 그들의 잘못이라고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완전히 같다고야 할 수 없겠지만 내게도 X들과 분명 닮은 점이 있을 것이고,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잘못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나와 X들은 어디가 어떻게 닮았나.

   나는 지난 연애에 어떤 잘못들을 저질렀던가.



   이번엔 나에 대한 고찰을 할 차례다.

   남 탓 말고, 내 탓을 좀 해보겠다는 소리다.



   …부디, 내가 객관적이길 바라며 글을 계속 이어가 보겠다.











글쓴이. 윤지수

담은이. 신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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