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한글 참 대단하다 싶다. 전혀 다르게 생긴 저 형태소들이 모여 결국은 다 같은 뜻을 가진다. 나는 비슷한 것들끼리 한데 모인다는 식의 성어가 참 싫다. 저리도 많은 말들로 표현되고 있다만, 살아보니 진짜 끼리끼리는 싸이언스이다만, 그래도 싫다.
X에 대해 좋지 않은 서술을 할 때면, 손톱이 하나씩 짧게 잘리는 기분이다. 심지어 그 서술이 더 격해질 때는 손톱 밑의 살갗까지도 다 잘려 나가는 것 같다.
유유상종, 끼리끼리… 뭐 저런 말들이 버젓이 존재하니, 그게 결국은 다 나에 대한 비난으로 읽힌다. 나도 X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존재같다. 역시 그렇겠지. 그러니 저런 말들이 있는 거겠지.
… 아! 아니, 나는 진짜 그런 인간은 아니다. 아무래도 이 얘긴 그만 멈춰야겠다. 쓰면 쓸수록 자괴감만 든다. 내가 X들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니, 그럴 리가 있나.
각설하고, 처음엔 스스로를 자발적 싱글이라 생각했다.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사실 마지막 연애가 끝난 후 ‘다시는 연애하지 않겠다.’고 바로 마음을 닫은 건 아니었다. 지난 10년 동안 쉼 없이 연애해와서 이번엔 단지 조금만 쉬어 가야지,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웬걸, 한 1년 정도 혼자 있다 보니 너무 좋은 거다. 막 날듯이 기쁘게 웃음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2편에서도 서술했듯 울 일도 같이 없다는 것. 그게 좋았다. 혼자 지내보질 않아서 그간은 몰랐는데, 싱글은 지루할지언정 참 평화로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타의에 의한 싱글 같기도 하다.
만약, 나의 X들이
나를 많이 울리지 않았더라면.
내게 지난한 상처를 남기지 않았더라면.
나의 사랑에 사랑으로 답할 줄 아는 좋은 사람들이었다면.
나는 연애를 멈추지 않았을지도 모르겠, …. 아니,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다 설명이 된다.
내가 이렇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도, 싱글이라 기쁘지 않은 것도 모두 납득이 된다.
싱글인 상태가 좋아서 연애하지 않는 게 아니라.. 비겁하다만,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 싱글로 도망친 거다. 그래서 찝찝했고, 그래서 마냥 기쁘지 않았던 거다.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었구나.
대체 왜 나는 그렇게 상처주는 인간들과만 연애를 했을까?
혹시 내가 눈이 나쁜가? 아무래도 운이 나빠서겠지?
… 아서라, 묻긴 뭘 묻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저 눈과 운이 나빴다기엔 실패를 네 번이나 했다.
아,
진짜,
정말,
진짜로 싫은데...
인정하기 싫다. 싫은데,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나. 결국 그런 X들을 선택한 건 나다. 그런 놈들만 골라 연애한 건 다름 아닌 모두 나다. 아무도 내게 그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럼 나는 그런 년인가…
X들을 두고 배려도 사랑도 없는 놈들이라 했었는데, 나도 진짜 그런 년인가… 밀려오는 자괴감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심스럽다.
상처받은 내게는 잔인한 표현이다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괜히 있을까. 그러니 네 번의 실패가 오롯하게 그들의 잘못이라고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완전히 같다고야 할 수 없겠지만 내게도 X들과 분명 닮은 점이 있을 것이고,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잘못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