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지수 Dec 14. 2023

싱글 인 부산 (3)

잇따른 연애의 실패, 사실은 내 탓이었을까.

  연애하고 싶지 않다.

  아무도 곁에 두고 싶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1. 오롯하게 나만을 위해 살고 싶고,     

2. 아무도 나를 할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짧은 이 두 줄이 이유의 전부다. 보다 감정적으로 말하자면, 우는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적고 보니 퍽 씁쓸해진다. 연애는 나를 포기하는 일이고. 애인은 나를 할퀴는 존재고. 그간 그리도 눈물짓는 일이 많았던가.                



  스스로가 좀 짠하다 싶다. 대체 나는 어떤 연애만 했길래 이렇게 속상한 어른이 됐을까 싶어 진다. 인생을 잘못 살아왔구나- 자조적 한탄이 나올 지경이다. 나는 언제나 배려와 사랑과 희생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건만, 연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건만. 왜 그들은 그것들을 그저 받아먹기만 했을까. 어째서 내게 돌려준 이는 하나도 없었을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첫번째 연애부터 이 모양 이 꼴이었다.     

  

   나의 첫 연애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 아인 한 살 연하의 후배였는데, 나 같이 전형적인 모범생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류였다. 소위 말하는 '노는 아이'의 부류. 술 담배는 기본이었던 거친 녀석이 무슨 이유에선지 나 같은 범생이가 좋다고 막 따라다니는 거다.           

    

   열 번쯤의 거절 끝에 겨우 승낙을 했다. 그 애를 좋아하게 돼서,.. 라기 보다는, 나를 너무 좋아해 주니까 그 마음에 감복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노는 아이치고는 참 착했다.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았고 어려운 이에게 먼저 손 내밀 줄도 아는 애였다.       

       


   그래서 처음엔 아니었지만 만나면서는 많이 좋아하게 됐었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과는 별개로 연애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할 순 없었다. 도서관 데이트를 하면 했지, 노래방 같은 곳에는 들락거리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그 애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그 애도 좀 잘 살았으면 좋겠고, 좋은 대학도 갔으면 좋겠고.. 하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엄마도 아닌데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애도 마치 자기가 내 아들이라도 된 양 반항을 했다. 연락을 며칠씩 안 받는다던가, 여자애들과 노래방을 간다던가, 도저히 참아주기 힘든 짓들이었다. 공부만으로도 이미 벅찬 머리를 그 애는 기어이 터트릴 심산 같았다.   

            


   '너는 내가 좋아, 공부가 좋아?'

   '네가 놀아주지 않으니까 다른 여자애들과 노래방에 가는 거야.'

   '내가 니 학생이냐? 왜 이렇게 가르치려 들어?         


 

   아직도 선명한 날 선 말들. 분명 나를 되게 좋아했었는데, 어느새 그 애의 눈엔 사랑 같은 건 조금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1년 반 가량을 만나다 헤어졌다. 맞다, 차였다.          


    


   시작은 뜨겁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그 애를 많이 좋아했었다.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 애가 어떻게 살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었겠나. 하지만 그 애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영 공부만 했던 것도 아니다. 영어 점수가 나오지 않아 전전긍긍하면서도 그 애를 만나러 갔고, 수학 머리의 한계로 내내 골똘하다가도 그 애와 싸우러 갔다. 봄엔 손 잡고 꽃놀이도 가고 그랬다.         

      

   내가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시간이 이렇게 지난 후에도 그때의 연애는 참 후회스럽다. 차라리 영어 점수나 더 올릴 걸 그랬다.                

  

  내 마음 하나 알아주지 못하는 이에게 무엇하러 시간을 쏟았던가.     

  내 걱정에 반항으로 일관하는 머저리에게 무엇하러 정성을 쏟았던가.


            

   이래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그다음 연애도 이것과 비슷했다. 사람만 달랐지 패턴을 늘 같았다.


   세 번째 연애상대였던 그놈은 내게 '네가 날 많이 좋아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좋아해서 배려하고, 좋아해서 걱정하고, 좋아해서 잘해줬을 뿐이다. 그러니 너도 나를 걱정하고, 배려하고, 잘해주길 바랐다. 좋아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어떻게 그게 부담일 수 있을까.     

          


   왜 매번 나의 사랑과 배려가 그들에게는 닿지 않을까.     

   왜 내게는 아무도 사랑과 배려로 돌려주는 이가 없었을까.     


          


   이쯤 되니 사실은 그들이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쎄한 의문이 든다. 

  인정하기 싫지만, 다른 사람들은 연애 잘만들 하고 산다. 즐겁고, 행복하고, 감동하며 잘들 산다. 그런데 나만 항상 이 모양이니.               


   그래, 사실은 내게 어마어마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연애의 실패가 그들이 아니라 정말 나의 탓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찝찝한 기분인 걸까. 사실은 그들이 아니라 내가 별로인 인간이었던 걸까.             


  


… 더럽게도 찝찝하다.







작가의 이전글 싱글인 부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