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내가 네 앞에서 더 습관적으로 말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을 했어. 이상하게 네가 아무리 슬픈 말을 하더라도 난 눈물이 안 난다고 자꾸 말이야.
이 날도 마찬가지였지.
머리를 말리다가 정말 육성으로 말을 하고 말았어.
아 ㅈ같네.
알고 있었어. 네가 그나마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힘을 내고 있었다는 걸.
그중 하나가 너의 머리카락이었다는 것도. 우린 계속 절망하는 와중에 서로를 위로할 것들을 찾아야만 했으니까. 사람들은 다 환자면 우울하고 아파 보이고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난 머리도 안 빠지니까 말 안 하면 환자인지도 모르잖아 라며 위로했던 시간들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는 것도 알아.
카톡 하고 얼마 안 있다 전화를 했지. 담담하게 말하려다가 펑펑 우는 너를 보고 나도 경황이 없어 어버버거리기만 했어. 여기서 우는 것도 싫다고 사람들이 다 너무 안쓰럽게 보는데 그 시선도 싫다고 하는 너를 보고 나는 그렇게 울면서 지금 바로 길가로 나가면 누구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볼 거야 라는 말밖에 하질 못했어.
항암 약물이 바뀌면 이제 난소가 제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었지. 그런데 이번 약은 탈모가 생기고 난소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고 병원에서 그러는데 난 차라리 난소 말고 머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펑펑 우는 너에게 머리는 다시 자라잖아 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어. 네가 언제 다시 자랄지도 모르잖아라고 속삭이는 걸 들었는데도 나는 그 말밖에 못 하겠더라고.
왜 안 울고 싶겠어 내가.
근데 눈물을 꾹꾹 담아두고 싶었어. 왜냐면 난 펑펑 울고 싶은 날은 정해놨거든. 그날 나는 진짜 네가 본 적도 없이 울 거야. 욕도 막 할 수도 있어. 너를 꽉 껴안고 울 거야. 나는 그날 그렇게 울기로 정했어.
그전에 너무 울어서 그날 눈물이 안 나면 곤란하니까 참아두기로 했어. 축하하는 날 샴페인을 막 흔들면 뚜껑이 터지면서 여기저기 술이 튀기듯이 난 그렇게 울 거야. 난 그냥 그렇게 정했어.
그러니 혹여나 내가 너무 눈물을 보이지 않더라도 섭섭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어 보낸다.
다가오는 두려움, 어려움과 공포에 맞서는 너의 모습을 항상 응원해. 사실 맞서지 않아도 응원해. 너의 어떤 모습이든 그냥 너를 응원해.
늘 그래왔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즐거움을 만들어보자.
Ps.
눈이 물만두 혹은 뇨끼처럼 퉁퉁 불은 민정이와 나는 감자탕집에 가서 감자탕을 먹었다. 볶음밥도 볶아 먹었다. 서로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래서 가발은 무엇으로 사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파격적인 가발을 선물해도 되냐 묻자 민정이가 나를 째려보았다. 이게 이 날의 내가 기억하는 즐거움이다. 우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행복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