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민정아. 너의 글을 몇번이고 읽어보다 댓글로는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나 또한 새로운 글 발행으로 너의 생각에 답을 보내본다.
얼마전 나와 밥을 먹다 네가 눈물을 글썽였던 적이 있잖아. 난 이제 무조건 사귀기 시작할 때 "전 암환자입니다."라고 말을 하고 연애를 해야하는 것일까 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넌 그래도 인스타 팔로워가 1.5만명인 유명환자니까 너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빨리 알게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말을 했지. 동시에 나 또한 "꼭 그래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했어.
아마 상대는 꼭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겠지. 너의 일상에 스며든 습관과 일정들로 말야. 한약을 먹는 사람들의 특징과도 같은 너의 식습관, 마치 채식주의자같은 모습 (사실 고기 엄청먹는데..), 일정상 가게 되는 병원, 자연스레 스킨십을 하다 보면 보게 될 케모포트. 이런 것들로 말이지.
내가 상대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꼭 "선언"해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아.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도 좋지. 말하기 힘들다면 자연스레 내 인스타그램을 알려준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말야.
내가 웃으면서 이런 말을 했지? 사귈 때 갑자기 모두가 "저는 100kg입니다." "제 키는 160cm입니다." 이런 말을 하고 사귀어야한다고 생각하면 당황할거라고. 이 두가지 특징은 모두 꼭 얘기하지 않아도 보이는 특징이야. 나는 이게 너의 환자라는 특징과 동등 선에 둘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키로수를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만져보다보면 살집이 있는 편이구나, 아니구나 등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너가 꼭 선언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특징으로 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사실 너가 이런 표현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새롭게 변한 너의 연애의 한 과정이 당황스러워 보이더라고.
마주치고 호감을 갖고 썸을 타고 고백을 하고 사귀고 깊어지고.
이 속에 어느 단계에 넣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환자야."라는 사랑고백이 아닌 환자고백을 해야한다니.
그때 네가 느꼈을 알 수 없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도 해.
내가 너의 모든 상황과 마음을 알고 이해할 순 없겠지만, 이런 나의 솔직한 이야기가 때로는 너에게 위로로 와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머리를 말리다 본 영상이 있는데, [밀양]이라는 영화를 보고 개그우먼 장도연님과 범죄심리학자 박지선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었어. 밀양에 이런 장면이 있대. 유괴살인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너무 황망한 마음에 울지도 않고 넋을 놓고 서있자 시어머니가 와서 너는 울지도 않냐며 나무라는 장면. 이걸 보고 박지선님이 해주신 말이 되게 인상에 남았어.
"피해자가 이렇게 행동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도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너는 사실 그냥 너인데, "환자"라는 수식어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너에게 환자다운 모습을 때때로 찾으려 한다는 생각도 들어. 예를 들면 이런거지.
좋아보이네요?
머리가 빠지지 않았네요?
그와중에 일을 해요?
연애를 해요?
이런건 다 본인이 무지함에서 나오는 폭력일 수 있겠다고 이 영상을 보고 생각했어. 내가 무던히도 너를 그냥 민정이로 대하고 보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인가봐.
환자라서의 연애나 사랑 말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사랑을 했으면 좋겠어. 너는 받는 행복의 배를 되돌려주는 사람이니까 누가 되었든 너의 연인이되는 사람은 경험해본 적 없는 따뜻함과 행복을 만나볼거라 생각해. 때때로 우울하거나 슬픈 시간을 갖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여러 형태의 사랑을 해보면 그렇듯 웃기만 하는 시간만이 사랑하는 시간은 아니니까.
무서워 말고 움츠려들려 말고 그냥 원래의 너처럼 너가 좋아하는 것을 해. 웃기도 하고 고집도 부리고 짜증도 내면서. 혹시나 나때문에 이러진 않을까 배려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단 너 자신을 집중하고 알아가고 소중히해주는 시간을 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