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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Jun 16. 2022

수국으로 덮이는 6월의 제주

JEJU TRIP

6월이 되면 제주도는 여기저기 피어나는 수국들로 화려해진다.

다니는 길가마다 동글동글 화려한 수국이 피기 시작하면 여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10년 전에는 종달리 수국 길 정도가 가장 유명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제주 전역이 수국 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달 수국 길에 이어 세화 조천까지도 길가에 수국을 심어 매년 꽃송이가 커져가고 있다.


이르게는 5월부터, 곳에 따라서는 8월까지도 화려한 수국을 감상할 수 있는데, 관광지 공원의 하우스에서 키운 수국 꽃을 시작으로 서귀포에서부터 피기 시작한 수국은 6월 해안도로를 따라 만발하였다가, 7~8월이면 중산간의 공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후 꽃이 지면서 그 상태 그대로 연갈색으로 말라 버리는데, 다음 해 더 풍성한 꽃을 위해 대부분 가지치기를 하여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 버린다.

버석버석 말라버린 앙상한 가지만 남지만 그렇다고 죽은 건 아니라서, 신기하게도 다음 해가 되면 파릇파릇 잎사귀가 돋아나고 마법처럼 다시 화려한 꽃이 피어난다.


산수국은 흔히 볼 수 있는 동그란 형태의 수국과는 달리, 테두리의 넓은 잎사귀가 나비 모양을 띄는데 다른 곤충들로부터 꽃을 지키기 위한 모양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꽃으로 알고 있는 색색의 잎사귀는 꽃잎이 아닌 꽃받침이며 실제 꽃은 그 안에 꽃술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부분이다. 산수국은 가짜 꽃이 테두리에, 진짜 꽃이 가운데에 함께 보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제주의 산이나 숲을 거니며 은은한 빛깔의 산수국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지금은 이런 운치 있는 풍경은 거의 남아 있지 않는 듯하다.


수국으로 명성이 나면 주변에 더 많은 수국을 심어 더욱 화려하게 눈에 띄게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이번에는 새롭게 수국 정원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숨도'에 다녀왔다.


숨도


매표소를 지나 관람로를 따라 올라가니 주먹보다도 훨씬 커다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하귤나무들이 나타났다. 역시나 서귀포에 오니 여름에도 커다란 귤나무를 보게 된다.


옛 이름의 명성대로 석부작 박물관 안에는 수많은 분재와 난들이 제주의 돌들과 어우러져 진열되어 있었다. 굽이굽이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도 다양한 종류의 꽃나무뿐만 아니라 석부작들도 함께 볼 수 있었다.


관람로를 지나 언덕 위로 올라가니 본격적인 수국 정원이 펼쳐졌다.

생각보다 넓은 규모의 수국 꽃밭이 언덕 가득 펼쳐져 있었다.

평면적인 공원이 아닌 오르막 언덕을 따라 수국이 피어있어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주었다.


수국, 산수국, 유럽 수국 등 이름도 모를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저마다 색다른 모양의 잎사귀를 뽐내며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수국은 품종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토양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특징이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으지 감탄이 나왔다.



한참을 사진을 찍고 놀다 보니 땀이 비 오듯 했다. 역시 6월이어도 서귀포의 한낮은 한여름이나 마찬가지였다.


입장료가 있는 관광지 중 수국을 원 없이 보고 싶다면 추천.

날이 더우니 모자나 양산을 챙길 것을 권해 주고 싶다.


숨, 도 ; 숨이 모여 숨이 되는 정원

위치 : 서귀포시 일주동로 8941
입장권 : 성인 6,000원 (도민 할인 50%)
관람시간 : 30~60분.
빠르게 걸으면 30분에도 볼 수 있겠지만, 천천히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가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카페까지 들어갔다 나오면 1시간가량 걸린다.

* 석부작 박물관 : 정원 전체가 석부작 전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내부에 별도로 마련된 큰 하우스에 석부작들이 모여 있다.
* 카페 숨도 : 정원을 모두 둘러보고 빠져나가는 지점에 카페로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 서귀포 귤림성 : 숙박을 운영하고 있다.

숨도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는 석부작 박물관이라고 불렸다.
정원 내부에 카페가 생기면서 '숨도'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외 직접 방문했던 수국 명소 3곳.


종달리 수국길


가장 전통적인 곳은 종달리 수국길이다.

도로 양쪽으로 사람 키보다 큰 수국들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해마다 점점 키가 커지고 있어 수국에 파묻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위치 :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2196

*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엄연히 차가 다니는 도로이므로 도로 한가운데 서서 사진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은 삼가 주기 바란다.



혼인지


혼인지는 예전에는 조용한 공원이었는데, 언제 부터인가 수국을 심기 시작했다.

지금은 유명해져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


위치 :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1693

입장료 : 무료

* 삼신이 혼례를 올렸던 곳이라는 신화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휴애리는 5월 말 하우스에서 피운 화분으로 가장 먼저 수국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형 하우스 안에 다양한 수국이 한가득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

입장료 : 성인 13,000원 (도민 할인 50%)

* 계절마다 새로운 꽃 축제와 흑돼지 공연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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