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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핌 Jun 23. 2022

곶자왈 어둠 속 반딧불이와의 만남

JEJU TRIP

제주도에 이주를 한 뒤 중산간 마을에만 살았던 우리는 6월의 밤이면 반딧불이를 만나곤 했었다.

거실 창가에 반짝이는 반딧불이가 등장하면, 반가움에 얼른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반딧불이를 관찰했다.


반짝반짝 꼬리에 두줄의 야광띠를 두른 반딧불이는 이리저리 비행을 하다 사라지곤 했다.

마당 생활에서 등장하는 각종 산 벌레 들은 징그럽다 피했으면서도 반딧불이만큼은 가까이 관찰하고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짝짓기를 위해 반짝이는 불빛에 암컷뿐 아니라 사람들까지 현혹시켜 버린 반딧불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여름 초입 안개와 함께 나타났던 반딧불이를 해안가 시내로 이사 온 후로는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곶자왈에서 반딧불이 축제를 한다고 하여 방문해 보았다.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는 청수리 마을 조합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열린다.

2019년에 열린 후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이번 2022년에 다시 열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6월 20일 월요일 밤 9시 A코스로 예약을 마쳤다.

전날까지 비 예보로 마음을 졸였으나 오후가 되니 구름이 걷히며 맑은 하늘이 드러나 들뜬 마음으로 청수리로 향했다.


출발지점인 웃뜨르 빛 센터에 도착하니 수많은 인파로 혼잡하였다.

15분 간격 출발에 정원 40명이니 대기 인원만도 수백 명이나 되었다.

다행히 9시가 가까워 오자 한 타임 한 타임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조금은 한산해졌다.


코스별로 10분 정도의 실내 교육과 비디오 상영 후 숲길을 향해 출발하였다.

주의 사항대로 어떠한 불빛도 어떠한 소음도 없이 숲 속으로 한 걸음씩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숲 속은 자박자박 발소리와 찌륵찌륵 풀벌레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반짝


순간 어디선가 불빛이 비쳤다.

우와! 속으로 낮은 탄성을 뱉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반딧불이는 꼬리를 반짝이며 이내 사라져 버렸다.


어둠 속 한 마리씩 등장하는 반딧불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숲길을 걷기를 한참, 한층 어두운 숲터널로 들어가니 네온사인이 켜진 듯 반짝반짝 반딧불이들이 가득했다.

잠시 멈춰 숲 여기저기서 반짝이는 별들을 감상했다.

하늘에도 별이 뜨고, 숲 속에도 반딧불이 별이 뜬 아름다운 밤이었다.


어두운 숲터널을 빠져나와 한결 여유 있게 숲의 향기에 취하며 탐방을 마무리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반딧불이 체험이었지만, 일부 사람들은 불만도 많은 듯하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숲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반딧불이는 알에서 애벌레로 다시 번데기가 되었다가 2주간만 성체가 되어 빛을 내며 짝짓기를 한 뒤 다시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한다. 2주간의 짧은 삶을 잠깐이나마 인간들이 엿보는 샘이다.

그런 반딧불이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주의사항을 지켜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1. 금지, 금지, 금지

불빛 금지이기 때문에 당연히 핸드폰 사용이 제한된다. 사진 촬영도 금지이다.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이라면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소음 금지이기 때문에 70분 동안 침묵을 지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강한 향 금지로 진한 화장품과 향수, 모기 기피제를 뿌리면 안 된다.

세 가지 모두 반딧불이를 보호하고 더 많이 만나기 위한 목적이다.


한 가지 더, 살생 금지!

반딧불이를 손으로 잡지 말아 달라 그렇게 부탁하지만 '우리 아이가 잡았어요!'라며 자랑스레 떠드는 부모는 역시나 존재했다.


2. 어느 정도의 체력은 필수.

어둠 속에서 2.6km(A코스의 경우)에 달하는 숲길을 계속해서 걸어야 한다. 

소요시간도 70여분 정도 걸리는 짧지 않은 길이다.


3. 반딧불이는 사진과 다르다.

홍보용 사진 속 반딧불이를 만날 거라는 환상에 젖어 있다면 절대 NO

실제 반딧불이는 어두운 밤하늘 반짝이는 위성 별을 발견하는 느낌이다.


청수리 마을

기간 : 2022년 6월 11일 ~ 7월 10일
출발 : 웃뜨르 빛 센터 -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113-3
예약 : 사전예약 or 일부 현장판매
체험비 : 10,000원

A코스 : 숲터널길 2.6km / 70분
B코스 : 테우리길 3.0km / 80분
C코스 : 미지의 숲길 : 1.5km / 40분




곶자왈 반딧불이 체험은, 화려한 관광지 속 서둘러 들어가 인증숏만 후다닥 찍고 나오는 것이 몸에 베인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두운 숲길을 걸으며 곶자왈의 향기를 맡고 숲의 공기를 느낌과 동시에 덤으로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만난다는 기분으로 출발한다면, 분명 숲이 주는 기운을 받으며 힐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반딧불이는 짝짓기를 끝내고 생을 마감해 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반딧불이의 생의 끝을 만나고 싶다면 한번 찾아가 보는 것을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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