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중2병과 사춘기도 이긴다는 갱년기
나는 지금 갱년기를 겪고 있는 것 일까?
1. 개요
갱년기(更年期), 혹은 폐경기(閉經期)는 노화에 따라 생식 기능이 저하되고 성호르몬의 분비가 급감하며 신체가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를 뜻한다. -중략-
2. 증상
여성의 경우, 가장 흔한 증상은 월경 주기의 불규칙이다. 여성 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한 증상도 나타나는데 안면 홍조, 빈맥, 발한과 같은 증상을 겪게 된다. 안면 홍조와 함께 피로감, 불안감, 우울함, 건망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주로 밤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수면장애를 겪기도 한다. -중략-
이 시기의 여성은 감정 기복과 무기력증 등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젊어 보이기 위해 과도한 화장을 하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이고 앞으로 와 지금까지의 인생에 대해 고찰하거나 합리화를 시작하는 등 얼핏 보면 중2병과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이기도 한다.
3. 치료와 주의점
스트레스와 지나친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증상이 심한 월경전 증후군과 비슷하지만, 길어야 주 단위로 끝나는 월경전 증후군과 달리 갱년기는 이 기간이 매우 길다. 평균 6년~8년이다. 주로 45~55세에 나타난다. -중략-
갱년기의 여성은 막말이 굉장히 심하고, 쉽게 흥분하기 때문에 가족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 해도 손색이 없다.
갱년기를 잘 넘어가지 못한 경우,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심한 경우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출처 : 나무위키 '갱년기'
40대 중반의 나이,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진 것은 벌써 2년이 넘었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을 있는 대로 틀어 놨는데도 갑자기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며 열기가 느껴진다.
선풍기를 틀고 그 앞에 앉아 있다가, 이번에는 한기가 들어 선풍기를 끄고 에어컨 온도를 높이고 전기 찜질팩을 끌어안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는 일상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눈에 보이는 소소한 집안일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킨다.
평소 늘 해왔던 일상적인 것들이 귀찮고 짜증이나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묵묵히 하던 일을 이어간다.
무릎은 쑤시고 어깨는 굳어가고 손은 저리고, 여기저기 올라오는 뾰루지에 늘어만 가는 살,
늘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리며 두통약과 소화제를 달고 산다.
그 어디도 아프지 않고 상큼하고 맑았던 적이 언제였는가!
찌뿌둥한 몸뚱이에 피로감을 머리에 이고 불편한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뜨고 있으면 감고 싶고 감고 있으면 이대로 세상이 끝났으면 싶다.
잠은 자도 자도 늘 부족하고,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한다.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가도 새벽녘에 깨어 멍 때리기를 반복.
얼마 남지 않은 알람 시간까지 잠깐 누워있다가 깜박 잠들어 버리는 통에 출근시간을 넘기기 일수.
요즘 맨날 늦게 출근하던데 그래도 괜찮아?
신랑의 뼈아픈 질문에 괜히 짜증을 낸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에 즐거움 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출근길 만나는 말 한 마리가 날 보고 웃어줄 뿐.
기억하는 내 모습과는 달리, 거울 속 현실의 나는 뚱뚱한 중년 아줌마.
내가 봐도 살이 찌고 나이 든 내 모습이 싫어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열심히 운동을 할 만큼 의욕적이지도 않다.
식단 조절을 하겠다고 먹어대는 계란과 닭가슴살을 매일 준비하는 것도 귀찮고 성가시다.
당장이라도 마트에 달려가 과자와 빵, 초콜릿이며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서 쌓아놓고 먹고 싶다가도, 마트까지 가는 게 귀찮아 물만 벌컥벌컥 마셔댄다.
주말이면 신랑과 함께하는 야식과 외식을 핑계 삼아 다이어트는 미뤄두고 치팅데이를 즐겼는데,
너 어차피 안 먹을 거잖아.
먹고 나서 괜히 먹었다고 후회하잖아.
차려주겠다는 밥상도, 주문하겠다는 배달음식도, 나가 먹자는 외식 권유도 모두 너 때문이라며 마다하는 신랑에게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
사춘기와 갱년기의 승자는 갱년기라고들 하는데,
갱년기와 우울증과의 격돌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청각과민증에 우울증세를 보이는 신랑.
손목 터널 증후군과 족저근막염에 온몸이 아프다는 신랑을 앞에 두고 나의 감정을 쏟아냈다.
감정조절이 안돼?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몰라서 무섭다고 말하는 신랑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갱년기와 우울증의 격돌에서 승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상처만이 쌓여갈 뿐.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에 우울증 자가검진표를 체크해 보았다.
갱년기 우울증 자가점검표
아래 우울증 자가점검표에서 2주 이상 지속되는 항목이 2가지 이상 해당되는 경우 초기 우울증 증세이며 5가지 이상인 경우 심한 우울증 증세에 해당됩니다. 일시적인 우울감은 갱년기 호르몬 변화와 중년기에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도가 심하거나 진행되는 우울감은 갱년기 우울증으로 발전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기 진단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1. 계속되는 우울, 불안 혹은 공허함을 느낀다
2. 취미생활에서의 의욕 및 흥미를 상실을 느낀다
3. 절망적인 생각이나 염세적인 생각이 든다
4. 죄책감을 느끼거나 무기력감을 느낀다
5. 잠에 들지 못하거나 늦게 까지 과도하게 잠을 잔다
6. 식욕이 감소하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된다
7. 힘이 없고 몸이 처지는 기분이 든다
8. 자살,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떠올린다
9. 매사에 초조하거나 쉽게 짜증이 난다
10. 최근 집중력과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체크리스트를 읽을수록 다 내 이야기 같았다.
7개의 동그라미와 2개의 세모를 표시했다.
이 리스트에 따르면, 난 이미 심한 우울증인 것이다.
공허함, 의욕상실, 무기력감, 수면장애, 기운 없음, 죽음에 대한 생각, 짜증, 집중력 상실,,,,
예전의 나 같으면 '음, 나는 해당사항 없네'하며 가볍게 넘겼을 질문들을 지금은 깊이 생각하고 있다.
나이만 먹고 살찌고 못생겨진 외모에
짜증만 늘어 성질만 더러워진 나
내가 봐도 요즘 나는 정말 별로이다.
싸이월드에 감성글을 올리는 사춘기 소녀처럼 푸념을 늘어놓고 있으니,
'얼핏 보면 중2병과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이기도 한다'는 나무위키의 해설이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사춘기와 다른 점은 이유 없는 짜증과 신경질을 모두 받아주며, 언제나 예쁘다 잘한다 최고다 라며 무한 신뢰와 애정으로 자존감을 높여주던 엄마가 옆에 없다는 점이다.
성인이 된 나의 갱년기는 스스로 극복해보는 수밖에!!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맑음이길!!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