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언론의 두얼굴

I.P.O 웹소설

by 김태훈

오전 8시 대한증권 잠실지점 회의실 큰 테이블 위에 신문 두개가 올려져 있다

조용한 지점장은 신문 두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점 영업사원들에게 말하고 있다

"저 신문들에 한국태양광 기사가 상반되게 실려있어요. 한개는 장한국 대표가 주식담보대출을 사용하고 있어 주가가 오른 지금 주식을 내다팔 수 있다는 기사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태양광이 중화태양광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장한국 대표의 주식을 400억원에 매수해 주고 고비사막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한다는 보도에요" 조용한 지점장은 어제 기업IR에서 있었던 두 사건의 시간차이를 갖고 쓴 기사를 말하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 어제 기업IR참석했지요. 진짜 어땠는지 말해주세요" 조용한 지점장이 말했다

"예 어제 여의도 본사에서 있었던 개인투자자 대상 한국태양광IR에서 금산의 최강희 대표가 말한 장한국 대표의 주식담보대출이 이슈가 되어 소란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기관투자자들 대상 IR에서 장한국 대표는 중화태양광 리철산 부총경리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장한국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지분 5%를 중화태양광에 매각하고 그 돈으로 재투자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아울러 고비사막 프로젝트에 한국태양광이 태양광패널을 납품하고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기술용역을 제공하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어제 있었던 일들을 요약해 말했다

"자 시간 차를 두고 두가지 일이 있었는데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것은 상반된 내용이 되고 있습니다. 앞에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을 보도하는 언론도 맞고 나중에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하는 보도도 맞는 뉴스에요. 그럼 우리 고객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요?"조용한 지점장이 물었다

"그야 고객들이 원하는대로 해 줘야죠"정현수 차장이 끼어들어 답한다

"그래요. 그 말도 맞는 말이지만 우린 고객의 자산증가를 제 1 목표로 둬야 합니다. 고객이 잘못된 정보에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그걸 바로잡아 주는 것도 우리 책임입니다. 고객에게 피해가 없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조용한 지점장이 영업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해 말하는 것은 좀처럼 있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건은 언론이 편을 먹고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라 고객들이 오판하기 딱인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언론이 편을 먹고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기사를 쓰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건은 너무 대놓고 이러는거라 고객들의 피해가 있을 것 같네요"장재원 부지점장이 말했다

조용한 지점장보다 연륜이있지만 현재 잠실지점에 부지점장으로 좌천된 장재원 부지점장이 좀처럼 회의시간에 말씀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언론이 한가지 사안에 대해 이렇게 상반된 기사를 내놓는 것은 자신들이 직접 취재해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각각 금산과 한국태양광의 요청으로 기사를 쓰기 때문이었다

아침회의 시간에 언론의 상반된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오늘의 시장 대응에 대해 고객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 주식을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 어제 기관투자자 대상 IR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한국태양광에 대해 관망해 보자는 의견을 냈다

일부 고객들은 일반투자자 대상 IR에서 있었던 장한국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보도를 읽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제한된 정보를 접하다보니 오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 시장에는 두가지 상반된 정보가 유포되고 있는데 금산 최강희 대표의 인터뷰 기사속에 언급된 장한국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이야기를 들은 고객들은 먼저 주식을 팔자는 판단을 하고 있고 기관투자자 대상 IR에서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의 전략적 제휴 기사를 읽은 고객들은 주식을 사자고 하고 있었다

한국태양광 주식을 팔자고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전후 사정 설명하고 보유로 투자의견을 재시해 보지만 한번 마음 먹은 고객의 맘을 돌려놓기 어려워 결국 매도주문을 낼 수 밖에 없었는데 주식을 사자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오전 9시 개장과 함께 한국태양광은 5%대 주가 상승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신문기사를 읽은 고객들이 앞다퉈 팔자 주문을 냈지만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의 전략적 제휴 기사를 읽은 투자자들이 더 강하게 매수주문을 내면서 주가가 올라서 출발한 것이다

부정적 내용의 기사를 쓴 언론사는 인터넷판 보도에도 부정적인 내용의 후속기사를 쓰고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관련 기사를 읽은 투자자들이 뒤늦게 매도에 가담하고 있지만 워낙 전략적 제휴 기사의 파워가 있어서 인지 한국태양광 주가는 좀처럼 빠지지 않고 있었다

한국태양광 주식을 판 투자자들은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의 전략적 제휴 기사를 접하고 곧바로 중화태양광 주식을 사달라고 전화가 왔는데 한국태양광은 장한국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때문에 부담되어 차익실현에 나서지만 중화태양광은 고비사막 프로젝트로 매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고비사막 프로젝트에 한국태양광이 패널과 태양광발전소 기술용역을 제공하는데도 한국태양광을 팔고 중화태양광을 사주니 증권사 입장에서는 팔고 사는 과정에서 위탁매매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나쁘지 않은 것이고 정부도 증권거래세를 챙길 수 있으니 모두에게 해피한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조위찬 대리가 카톡을 보내 왔는데 어제 기관투자자 대상 한국태양광 IR에서 펀드매니져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국태양광 매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한국태양광 주가는 개장한지 한시간 만에 10%대 주가로 올라섰고 거래량도 꽤 많이 거래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금산의 주가는 폭락세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어제 기관투자자 대상 한국태양광IR에서 장한국 대표가 금산 최강희 대표의 주식매수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태양광 적대적M&A가 실패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태양광과 금산의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이번 적대적M&A의 승패가 확연히 갈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어제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의 전략적 제휴로 장한국 대표가 받게 되는 400억원의 자금 중에 주식담보대출 100억원을 상환하고 남은 300억원으로 장한국 대표가 한국태양광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것 같았다. 아직 금산과 한중명일자산운용이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객장의 증권방송에 금산 본사 앞에 주주들이 몰려가 최강희 대표의 배임과 횡령을 주장하는 항의 집회를 뉴스로 보도하고 있었다. 금산도 어제 장한국 대표가 기관투자자 대상 IR에서 폭로한 최강희 대표으 주식매수요청에 곤혹스런 입장이 된 것 같았다

금산주주들은 냉각캔 생산 공장을 짓는다고 투자를 해 준 것이지 한국태양광 적대적M&A 같은 머니게임을 하라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고 있었다

이때 증권방송에서 금산 최강희 대표와 전화 인터뷰하는 내용이 보도되었는데 금산의 한국태양광 적대적M&A 참여는 어디까지나 재무활동의 한가지로 이미 한국태양광 주식투자로 상당한 차익을 보고 있고 M&A 과정에서 주식을 비싸게 사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흔하게 있는 딜이라고 변명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사실 최강희 대표가 한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는데 금산의 한국태양광 투자는 실제로 상당한 투자수익을 보고 있는 상태로 한국태양광 주가가 오를수록 수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금산이 애초에 유상증자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것은 공시내용을 위반한 사항이지만 회사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꼭 배임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기존 언론의 보도내용들은 일정부분 사실을 담고 있지만 또 일정부분은 왜곡하거나 가짜뉴스를 담고 있어 투자자입장에서 팩트와 거짓을 구분할 줄 알아야 했다

최강희 금산 대표는 아직 한국태양광에 대한 적대적M&A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나서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미 한국태양광의 주가가 금산이 제시한 공개매수가를 넘기고 있어 이번 싸움은 금산의 패배로 보이지만 여전히 금산이 한국태양광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중명일자산운용과 합칠 경우 약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만만치 않은 대주주이기도 했다

장한국 대표의 주식담보대출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언론에서 이번에는 중화태양광과의 전략적 제휴로 기술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국태양광 장한국 대표가 국가과제로 확보한 기술을 중화태양광을 통해 중국으로 뻬돌린다는 식으로 왜곡보도를 내놓았다

중화태양광이 푼돈으로 한국태양광의 첨단 태양광 기술을 빼가고 있다는 주장인데 혐중론에 입각한 기사라 의도를 갖고 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한국태양광이 고비사막 프로젝트에 참여해 태양광패널을 수출하고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데 기술용역을 제공하는 것이 기술유출이라면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이 중동에 가서 건설사업을 하는 것들도 모두 기술유출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식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일부러 흠집을 내기 위한 왜곡보도였다

김태산 대리는 이 기사가 온라인에 떠서 증권사 HTS 뉴스에 공개되는 것을 읽고 그 언론사에 전화해 기자와 통화를 요청했다

대한증권 직원이라고 하니 뭔가 제보하려는 것으로 알았는지 관련 기사를 쓴 기자와 직접 통화할 수 있었다

"기자님 기사는 잘 읽었는데요. 기사 내용 중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어 말씀드리려 전화드렸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아니 어떤 내용이 오해를 부른다는거죠?"기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한국태양광이 중화태양광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고비사막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정상적인 영업이자 거래입니다. 기술유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김태산 대리가 항의하듯 따져 물었다

"아니 한국태양광 직원이 중화태양광 직원과 고비사막 프로젝트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함께 일을 하면 기술유출이 되는거지 그럼 아닙니까?"기자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퉁명하게 답했다

"아니 함께 일한다고 기술유출이라는 법이 어디있습니까?"김태산 대리가 또 다시 따져 물었다

"제 기사가 틀렸으면 틀렸다는 증거를 갖고 따지세요"기자가 기분나쁘다는 듯이 댓구하고 전화를 끊었다

뭐 이런 듣보잡이 있나 생각하며 김태산 대리도 전화를 내려놓았다

"저러니 기레기 소릴 듣지" 김태산 대리가 혼잣말로 말하며 주가창을 보는데 관련기사가 나온 뒤 한국태양광 주가 상승이 멈춰선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혐중론이 생각없는 투자자들에게는 먹히는 재료라 매수세를 약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모습이었다

언론의 편향된 시각의 왜곡보도를 접한 투자자들도 편향된 투자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가짜뉴스와 왜곡보도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