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풍문조회공시

I.P.O 웹소설

by 김태훈

오후1시 한국태양광 주가가 10%대에서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전의 기술유출 보도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사실여부를 팩트체크하기 전에 언론이 일방적으로 보도한 왜곡기사에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국태양광이 중화태양광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10년짜리 대규모 장기프로젝트인 고비사막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참여한다고 하지만 이게 기술유출로 왜곡되어 시장에 알려지니 걷잡을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한국태양광 IR팀장에게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오전에 기술유출 기사 보셨나요?"김태산 대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예 봤습니다. 말도 안되는 왜곡기사입니다. 이런 걸 기술유출이라고 하면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OLED를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먼저죠"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김요한 IR팀장이 억울한 듯 거론한 LG디스플레이는 실제로 중국 항저우에 대규모 디스플레이공장을 짓고 중국시장에 LCD와 OLED를 생산에 공급하고 있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사망을 전후해 조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중국내 디스플레이공장 중에 가장 최첨단의 디스플레이공장이자 OLED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대형공장이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OLED기술은 LG디스플레이가 국가연구자금을 받아 개발한 국책과제의 성공사례로 관련기술을 중국 항저우 공장에 적용해 OLED를 생산한다고 할 때도 기술유출 논란이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중소기업이라 언론에서도 기사를 막 쓰는 것 같은데 우리쪽 친한 기자들에게 반박보도자료를 보내주기 위해 지금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잘 하셨어요. 시장참여자들이 오전의 보도에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기술유출이 기정사실화되면 프로젝트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지니까요. 금산쪽에서 친한 기자들을 동원해 시장에 유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지금 보도자료 돌리고 다시 통화하시죠"김요한 IR팀장이 이렇게 말하고 통화를 끝냈다

김태산 대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한국태양광 현재가 화면을 보고 있다

오전의 상승세가 꺽이고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모습니다. 10%를 넘었던 주가도 차익실현 매물에 다시 한자릿수인 9%대로 밀리는 양상이었다

금산의 언론플레이에 투자자들이 휘둘린 것인데 역시 냉각캔으로 시장을 속인 실력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었다

이때 호가창 밑에 뉴스 티커란에 새로운 뉴스가 떴다는 신호가 나왔다

김요한 IR팀장이 반박보도자료를 돌린 모양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더블클릭으로 반박기사를 읽고 있다. 비교적 자세히 고비사막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태양광이 태양광 패널을 납품하는 것 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있어 납품한 패널의 설치와 운영까지도 사업협력을 해 전략적 파트너로써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정상적인 상거래 행위를 기술유출로 둔갑을 시키는 것이니 언론의 왜곡보도에 유망한 중소벤처기업을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인터넷경제신문을 통해 관련 보도가 나가고 다시금 투자자들이 매수에 가담하는 모습인데 주가도 10% 주가를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이때 갑자기 한국거래소로부터 풍문조회공시가 들어오고 한국태양광의 거래중단 공시가 올라왔다

시장 내 소문에 한국거래소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반응한 것인데 한국태양광에 대해 기술유출 혐의로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소문에 대해 해명하라는 풍문조회공시였다

경영상 중요한 풍문이 시장에 유포되면 투자자보호를 위해 일시거래정지를 시키고 해당 상장사에 풍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시를 한국거래소에서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처럼 허무맹랑한 내용의 풍문이면 1회성 해명공시로 끝나지만 대규모 납품과 같이 거래상대방이 있어 영업상 비밀을 기할 때는 납품계약이 체결되거나 아예 무산될 때까지 한달이나 분기 간격으로 풍문조회공시 의무가 발생하게 되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 한국태양광에 들어간 풍문조회공시는 국정원 압수수색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어 사안이 중대해 보이긴 했다. 좀전에 김요한 한국태양광IR팀장과 통화에서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어 그냥 시장에 떠보는 풍문수준인 것 같았다

증시는 워낙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이런 저런 잡다한 소문들이 많은 동네인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팩트에 살을 붙이다 보면 나중에 팩트보다 거짓이 더 많아져 완전히 다른 뉴스가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제 장 종료까지는 1시간여 남아 있는 상황인데 거래가 정지되어 한국태양광은 10%대 주가에서 종가동시호가를 하게 될 것 같았다

풍문조회공시의 답변 시한이 장 종료전까지라 촉박하지만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 풍문조회공시에 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한국태양광 거래가 정지되어 있어서 중화태양광 주가를 보니 관련뉴스 영향인지 중화태양광의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었다

여기에 하한가로 곤두박질 친 금산의 주가는 하한가가 풀리면서 반등양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결국 이런 일련의 조회공시는 금산의 언론플레이가 만들어낸 작품으로 보이는데 냉각캔으로 시장을 속인 사기꾼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2시 50분 종가동시호가 시작될 시간이되었다

한국태양광의 풍문조회공시의 답변이 올라왔다

김태산 대리는 기겁을 하고 의자뒤로 자빠질뻔 했다

"국정원의 압수수색에 성실하게 응하고 기술유출 혐의에 대해 충실히 소명하겠다"라는 내용의 풍문조회공시의 답변이 올라온 것이다

"국정원 압수수색"이라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지 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IR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답변공시에 대해 기자들의 문의 전화가 많았기 때문일거라 김태산 대리는 생각하고 카톡으로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김요한IR팀장의 카톡답변은 오지 않고 시간만 흘로가고 있었다

한국태양광 종가동시호가에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는데 국정원 압수수색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이상 기술유출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믿어버린 것 같았다

한국태양광 종가동시호 들어갈 때 10%였던 주가가 동시호가에는 보합수준에서 치열하게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오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모습이었다

시장에 소문이란 것이 이렇게 빠르게 유포되고 주가에 치명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HTS가 보급되어 일반투자자들이 직접 뉴스를 접하고 주문을 낼 수 있게 되면서 가짜뉴스와 왜곡보도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카톡의 동기방에도 난리가 난 모습인데 한국태양광 기술유출이 사실이냐는 문의 카톡이 줄줄이 올라왔고 어떤 동기는 작전에 당했다는 막말까지 쏟아내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왜 김요한IR팀장이 이런 말도 안되는 답변공시를 내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태산 대리는 기다리다 못해 장한국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뭔 일이 터지긴 터진 것 같았다.

한국태양광의 종가는 -1%로 끝이 났고 이런 급락세는 내일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였다

금산은 하한가에서 보합까지 주가를 끌어올려 장을 끝내 또 다시 처지가 역전된 모습이었다

김태산 대리가 생각할 때 진짜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어 자신도 한국태양광에 속은 것인가하는 생각마져 들었다

이때 김태산 대리 회사 전화로 김요한 IR팀장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큰일났습니다. 진짜 국정원 압수수색이 들어왔습니다. 지금 제 핸드폰도 빼앗아갔고 장한국 대표님도 핸드폰을 빼앗겼습니다" 김요한 IR팀장의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였다

국정원 압수수색에 핸드폰을 빼앗겨 카톡도 못하고 유선전화로 상황을 알려준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시장의 분위기를 전하고 지금 회사로 찾아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고객들에게 오늘 매매 결과에 대한 보고전화를 서둘러하고 지점을 나섰다

진짜 국정원이 압수수색에 나설 정도면 뭔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오후 2시에 김요한 IR팀장과 통화할 때만 해도 국정원 압수수색은 있지도 않은 일이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서 풍문조회공시가 국정원 압수수색보다 앞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건 짜여진 각본대로 이뤄진 일이다" 김태산 대리는 지점밖으로 나가면서 혼잣말로 말했다

한국태양광 적대적M&A에 국정원이 정식으로 등판한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등골이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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