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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칠일 Jan 01. 2022

창문 밖은 온통 초록색




산을 앞에 두고 있는 집이라 그런지 창문만 열어놓아도 숲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흘러들어온다. 특히나 오늘 같은 날엔 한여름인 것도 잊을 정도로 찬 공기가 방을 채운다.

 

28년 만에 정착한 진짜 '우리 집'이다. 지금까지 거쳐간 수많은 집들 중에 이 정도로 애착이 가는 집이 있었던가. 전세 계약이 끝나서, 부모님의 직장이 가까워서, 다른 지역에 자취하느라 거의 올 일 없는 집이라서, 온갖 이유로 집이라는 공간에 정을 줄 수 없었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큰 기대도 없이 대충 이전에 쓰던 가구를 기계적으로 배치하고 잠을 청하던 나날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달랐다. 아무것도 들이지 않은 휑덩그레한 집에  발을 내디딘  느꼈다. 드디어 마음  곳을 찾았다고.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아담한   앞에서 이제는 나의 공간에 정성을 쏟으며 살자고 다짐을 했더랬다. 그날의 다짐 덕분에 나만의 취향이 듬뿍 담긴 공간에서  몸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사는 요즘이다.    


바람이 세다. 문을 닫고 어제  향초를 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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