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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Apr 23. 2022

걸려버렸다! 코로나

6개월 아기와 함께한 코로나

그동안 잘 피해왔는데 결국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때는 삼일절이 지난 다음날. 갑자기 목이 아프고 몸이 점점 피곤해졌다. 몸이 피곤한거야   아기 엄마한테는 일상인 일이라 처음엔 아기 보느라 새벽에 뒤척인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견딜수 없는 피로가 몰려와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장 이상한 건 목이었다. 기분 나쁘게 따끔따끔 아프다가 그 아픔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고. 목이 아프다는걸 인지한지 대여섯시간이 지나자 목소리가 약간 변하기 시작했다.


혹시…? 급하게 열을 재보니

38.2도


아니 이럴리가 없어!!

내가 코로나면 우리 아기는 어떡하라고?!! 벌떡 일어나 얼른 마스크를 두 개를 챙겨썼다.


남편 퇴근시간까지는 세시간.

피곤했던건 이틀 전이었고 목이 아팠던 건 하루 전.

서둘러 아기랑 내가 얼마나 붙어있었는지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갑자기 마스크를 쓰고 자기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게 이상했던지 아기는 떼를 쓰며 나를 찾았다. 


그래 그래. 엄마가 좀 아파서 그래 


하지만 이런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아기는 버둥버둥하며 안아달라 보챘다. 혹시 모르니 나는 입을 열면 안될거 같았고 한시라도 빨리 아기랑 떨어져 있고 싶었다. 서둘러 일하는 친정엄마한테 sos를 했다. 다행히 엄마는 서둘러 일을 마치고 오겠다고 했고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대체 어디서 코로나가 걸렸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휴일이라고 진짜 오랜만에 유모차를 타고 쇼핑몰에 가서 걸린걸까. 카페에서 커피만 테이크아웃해서 잠깐 먹었는데…. 아님 그 전에 갔던 병원에서 걸린걸까. 그것도 정말 잠깐이었는데, 그 때 내 옆에서 기침하던 사람 때문이었을까. 내가 손을 잘 안 씻었나. 매일 손 씻고 소독하는게 일인데. 정말 코로나면 우리 아기는 어떡하지. 내가 더 조심할걸!!! 자책에 자책이 꼬리를 물었고. 그럴수록 목도 아프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졌다. 


친정엄마 도착. 나는 혼자 안방으로 격리되었고 소식을 들은 남편은 자가키트를 들고 퇴근했다.


남편의 얼굴은 걱정으로 뒤덮여있었다. 원래도 걱정이 많아 걱정인형이란 별명이 있었는데, 최근 뉴스에 코로나에 걸린 7개월 아기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했다는 소식에 더더욱 근심덩어리가 된 그였다.(이 떄만해도 주위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린 경우가 많지 않았고, 특히나 돌 전 아기 키우는 집에서는 더더욱 발견하기 힘들어서 아기가 코로나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였다).   


서둘러 자가키트로 검사를 해보았다. 

결과는 양성.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애는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격리를 하지 내 몸이 아픈 것보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러니까 병원도 가지말고 조심하랬자나! 너 뉴스 안 봤어? 우리 아기 잘못되면 어떡해? 나는 진짜 그럼 죽을거야!!! 


그러더니 서재방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기를 보던 친정엄마도 당황해서 내 얼굴만 쳐다보았고. 나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남편 앞에 서있다 정신을 차렸다. MBTI로 따지면 나는 강력한 T형이고 남편은 강력한 F형 인간이어서 그런가. 나는 남편의 눈물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되려 열이 받았다(굳이 남편을 이해해보자면 MBTI로 밖엔 설명이 안됨....). 암튼 저게 왜 저러나, 진정 미친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열이 뽝 받았지만 일단 걱정하는 친정엄마를 집으로 보냈다.


아기가 걱정되는건 알겠는데 왜 우는거야. 지금 내가 코로나 걸린걸 탓하는게 무슨 소용이야. 빨리 해결책을 세워야지. 아기를 누가보고 나는 어떻게 격리할지 생각 좀 해보자.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 심지어 전염병이 걸린 와중에도 남편을 달래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재빨리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돌리고, 아기 봐주는 이모님한테도 전화를 했다. 남편은 휴가를 낼 수 없어 아기를 봐줄 수가 없어 도움이 되지 않았고(물론 자신은 일을 그만두겠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지만), 시가는 멀리 계시기도 했지만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아기도 코로나에 걸린거 아니냐며 남편보다 더 울고불고 난리를 치실 것이 뻔하기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다행히 친정엄마와 이모님이 내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고 음성이면 도와주시기로 하였다. 


우리 집은 화장실이 하나였다. 목이 아파서 자꾸만 가글을 하고 싶은데 혹시라도 나 때문에 남편이나 아기한테 옮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화장실을 쓰고 락스로 세면대와 변기 등을 닦았다. 물론 지금처럼 오미크론이 확산된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이게 뭔 오바냐 싶지만 당시엔 울고불고 걱정하는 남편을 옆에 두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사용한 공간을 어떻게든 소독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친정엄마가 전화가 오셨다. 집 근처에 사촌이 사는 원룸이 있는데 이 상황을 이야기하니 일주일 정도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우와 감사합니다!! 나는 당장 가겠다고 했고, 남편은 갑자기 내 걱정을 하며 내가 뭔 일이 생기면 자기가 바로 못 챙겨줘서 어떻게 하냐며 반대했지만 나의 강력한 요구에 짐을 챙겨주었다. 


짐을 챙기면서도 내가 아픈 것보다 아기가 더 걱정되었다. 남편한테는 해결책을 찾아야한다며 큰 소리를 쳤지만 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건 아니었다. 나 때문에 아기가 아프면 어떡하지. 이제까지 열 한번 나 본 적 없는 아기였다. 집에 제대로된 상비약도 없는데...내가 아기를 위험에 빠뜨린게 아닐까. 그리고 아기가 나 없이 이모님과 하루 종일 있을 수 있을까. 이제까지 나없이 이모님과는 단둘이 있던 적이 많지 않은데. 또 엄마는 어떡하지. 자기 일도 내팽겨치고 괜히 아기보느라 더 고생하는거 아닌가. 딸 가진게 정말 죄인이다...맨날 죄송한 일만 하네...하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친척집으로 이동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목이 너무 아프고, 두통도 심했지만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찢어지는 듯한 목을 부여잡고 일어났다. 엄마와 이모님의 결과는 음성. 다행히도 아기와 남편도 음성이란 소식을 전해들었다. 서둘러 집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해보니 아기와 이모님이 평화롭게 놀고 있었고 친정엄마도 집에 오셔서 그 자리를 교대해주셨다. 

아아...정말 다행이다. 그 자리에서 끼무룩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점심시간. 코로나에 걸렸으니 잘 먹어야지. 나는 의욕에 불탔고 갑자기 구운 고기가 먹고 싶어서 배달앱을 켰다. 


격리 생활 중 나의 결심은 하나였다. 돈 쓰는걸 아까워하지말고 이 참에 내가 먹고싶었던 거 다 먹자. 


코로나에 걸렸지만 나는 미각이나 후각도 상실하지 않았다. 극심한 인후통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인후통을 이기고자 더 많이 먹자!!고 생각했다(하..나의 식욕이란). 따끈한 고기 두 점에 생마늘 올려서 쫩쫩. 목이 막힌다 싶으면 된장국 한 입 떠먹고. 크으......JMT.  아기 볼 땐 배달시켜도 맨날 다 식거나, 허겁지겁 먹어서 뭘 먹었는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천천히 맛을 음미할 수 있다니!! 그래!! 난 원래 이렇게 먹는 거에 진심이었던 사람이었어!! 


밥을 실컷 먹고 나서 다시 cctv를 확인했다. 아기는 잘 먹고 잘 놀고 있는 듯 보였다. 내가 없는 일상. 누군가는 허둥대며 나를 찾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모든 것이 평화롭고 순탄해보였다. 아니 그동안 내가 괜한 걱정을 했어, 나 없어도 다 잘 돌아가잖아!! 


밥을 먹고 나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보았다. 이 역시도 수 개월동안 못했던 것이었다. 아기와 있을 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음악이고 뭐고. 내게 음악은 동요와 클래식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이 둘만 들었다. 물론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사실 듣는다고 해서 내가 그걸 즐기면서 들을 수 없는걸 알았기에 잘 듣지 않았다.  


집에서 몰래 챙겨온 만화책도 꺼내들었다. 어제 그 난리통에도 만화책을 챙겨가야겠다고 생각한 내 자신 칭찬해.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목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아픈건 아픈 것이고. 이렇게 혼자 조용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이 왜 감사한 것인지! 


어제는 죄책감과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오늘은 아기한테 미안할 정도로 격리생활을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 직접 보는 아기도 예쁜데 거리를 두고 보는 아기는 좀 더 예뻤다ㅠㅠㅠㅠㅠㅠ나 엄마 맞나? 나 진짜 왜 이러냐. 난 우리 아기를 사랑해 그러지 말자 내 자신아!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만화책을 읽다 졸리면 다시 자는(무려 낮잠을 잤다 내가!! 몇 개월만에 낮잠을 잤어!!!!) 이 생활을 두고 아기를 못 봐서 괴롭다고 말할 순 없었다. 


남편이 퇴근 길에 잠시 들리겠다고 전화가 왔지만. 극구 오지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제발 내 기분 망치지마...나는 지금 혼자가 너무 좋아....나의 내면의 소리를 알 리 없는 남편은 어제 자기 때문에 내가 화난 줄 알고 오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방역지침을 지켜달라는 나의 당부에 알겠다며 돌아갔다. 


그 후로 4일 간은 아팠지만 정말 즐거웠다. 물론 아기가 걱정되고 그런 마음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고. 이렇게 떨어져있으니 이상하게도 자꾸 아기 사진도 보고싶고, 아기가 뭐하나 뭘 잘 먹었나 막 궁금하기도 했다. 몸도 꽤 아팠다. 이게 3, 4일째에 정말 최고로 아픈 거 같았다. 아침부터 목이 부어서 뭘 삼키기 힘들었다. 당연히 삼일째부터는 식욕도 떨어졌다. 콧물도 나기 시작해서 계속 코도 풀어야하고, 두통도 생겼다. 하지만 그러면 자면 된다. 아프니까 자면 된다! 낮이고 밤이고 언제든. 새벽수유를 하러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뒤척이며 잠투정하는 아기를 재우느라 새벽에 깨지 않아도 된다. 내 옆엔 배달앱도 있고, 만화책도 있고, 티비도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아픈게 아무렇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나한텐 코로나보다 육아가 더 힘드나보군..하는 생각도 살짝 들어서 아기한테 좀 미안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아무도 궁금해하진 않겠지만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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