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의 신비
그래 니 마음대로 해!
졸립다고 칭얼대던 아이를 재우려다 그만 또 성질이 나버렸다. 개월수가 점점 커질수록 목소리도 커지고, 힘도 세져서 안기가 벅차다. 아기를 거칠게 침대 위로 내려놓고는 방문을 닫아버렸다.
내 앞에는 아이가 자는 동안 얼른 씻어야하는 젖병이 놓아져있다. 어떤 때는 만들어야하는 이유식, 치워야하는 놀잇감일때도 있다.
이상하게 자도자도 피곤하다. 아기 낳고 나서 5시간 이상 쭉 자 본 적이 없다. 울음소리가 더 커지니 또 안고 달래야한다. 수면교육…그래 그게 시급하다 얼른 재우고 유튜브 봐야지 제발 좀 자라 자라….
6개월이 훌쩍 넘도록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먹이고 치우고 달래고 놀아주고. 나도 이렇게 지루한데 아기는 얼마나 더 지루할까. 뭘 더 해주고 싶어도 체력이 안된다. 그냥 피곤하다.
그나마 주중에 몇 번, 몇 시간동안 아기 봐주시는 이모님이 오셔야 숨을 쉴 수 있다. 양가부모님들 도움 받기도 힘들고 이러다 내가 죽지 하는 순간에 이모님을 구했다. 그 시간은 어찌나 훅훅 가는지 그동안 미뤄왔던 집안일 처리하고, 잠시 장보고나면 끝이다.
남편은 이모님이 있으니 내가 좀 편할 거라 생각한다. 머리도 하고, 임신/출산으로 미뤄왔던 치과치료도 하라고 인심좋게 말하는데. 치과 왔다갔다 반나절, 희끗희끗한 머리 염색하는거 반나절이면 이모님 가실 시간이라 시간을 잘 배분해야하는데 결국 밀렸던 집안일 처리하는거에 항상 우선순위가 밀린다.
억울하고 화가 난다. 자라면서 한번도 바쁜 부모님을 원망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부모님은 나의 자랑스러움이었고 일하는 엄마는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힘들어서 친정 부모님한테도 원망이 생긴다. 일하는 와중에도 아기를 종종 봐주려고 노력하는걸 알면서도 죄송하게도 친정 부모님이 육아를 전담하는 사람들이 부럽단 생각을 막 하게 된다. 멀리 사셔서 도움을 줄 수 없는 시부모님도 원망스럽고 이럴거면 왜 낳아라낳아라 하셨는지. 항상 수고한다, 고생한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제일 원망스러운건 남편이다. 그냥 밉다. 특히 퇴근시간 가까워질 때 늦는다고 전화오면 원망이 극에 달한다. 이미 하루의 한계치에 다다라서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안 온다고 하면 진짜 빡친다. 남편이 바쁘고 힘든걸 머리로 모르는게 아니다. 그런데 그냥 나는 한계상황이고 이걸 분담할 누군가가 필요한데 없다.
남편은 내가 아기에게 무표정이거나 화를 내거나 할 때 이해를 못해준다. 시부모님, 친정부모님도 얘처럼 예쁘고 순한 애가 어딨니하면서 귀여워해주신다.
참나 나처럼 하루종일 같이 있어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나.그들의 기쁨과 환희도 다 내가 있으니 나오는거다. 그냥 내가 있으니까, 각자 자기 일 하다가 가끔 들여다보는거지. 나도 내 일 있는데. 나도 내 일 해야하는데! 내도록 애랑 붙어있으니 논문을 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들에게 나는 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역할밖에 남아있지 않다. 내가 돌아갈 데가 있는 직장맘이었으면 나았을까. 아님 아예 전업이었다면 어차피 내 책임이거니 하며 마음이 나았을까. 나는 왜 이 모양이지. 자존감이 점점 떨어진다.
억울하다. 내 아기 내가 키우는데도 억울하다. 이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 모든 걸 다 내가 하니까, 내 일상만 다 망가지고 다른 사람들은 다 그대로다. 바쁜 남편이 자기시간 안 갖고 육아에 참여하는데도 고맙지 않고 그냥 어쩌라고 이런 생각만 드는 내가 싫다. 애 없을 때 낳아라낳아라 저절로 큰다 어쩐다 하고 둘째까지 말하는 어른들도 싫다. 엄마의 희생 어쩌고 하시는데 나한테 왜 희생을 강요하냐고요.
이 원망스러운 마음. 대체 뭘까. 나는 왜 아기에게 사랑만 주는 엄마가 아닌걸까.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고, 닥치는대로 아이를 키우는거 같아 아기한테 제일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