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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May 31. 2022

노래가 듣고 싶다

슬프게도 좋은 노래들은 왜 다 사랑이야기지

아기를 낳고 내가 여유롭게 음악을 들었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조리원 때랑 코로나 걸려서 혼자 자가 격리했던 때였다.


아기랑 있을 때는 동요를 듣거나 아님 클래식을 주로 듣는데, 솔직히 내가 그렇게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뭐 아무려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다 우연히 티비에서 프리한 19를 보는데…. 추억의 러브송 차트가 나왔다. 평소 노래를 잘 안 듣는다고 자부하던 나도 추억 뿜뿜하는 노래들이 나오자 잠시 감상에 젖으면서… 갑자기 내가 좋아하던 노래가 너무나 듣고 싶어졌다. 풋풋했던 20대 생각도 나고, 그땐 누구 좋아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고도 힘들었는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좋고 설렜는지. 싸우다가 연락 안 되면 전화통 붙잡고 새벽 내내 잠을 설쳤는데 말이야… 지금은 나를 미워하든 말든 잠이 더 소중해…. 역시 육아는 불면증 치료제!(엄지척)


그중에서도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토이 ‘세 사람’

ㅠㅠ


넬 노래는 남자친구랑 헤어졌을 때 울면서 많이 많이 들었던 거 같다. 새벽에 알딸딸하게 취해가지고 집에 들어와 씻고 누워서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노랠 들었지. 근데 지금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느낌이 뭔지도 모르겠다. 사랑같이 거창한 거 생각하기도 싫고 내 머릿속은 그냥 내일 밥 뭐해먹지 내일 애기 이유식 뭘 하지 이 정도뿐. 흑흑


토이 노래는…흠흠 제가 토이 콘서트 가서 들었는데. 성시경 씨 정말 노래 잘하더라고요ㅠㅠ그때 남자친구 없던 때라 남자친구 생기면 성시경 콘서트 꼭 가야지 했는데 와 남편이 생겼는데 아직도 못 갔어ㅠㅠㅠㅠ얼마 전에 콘서트 하셨던데… 다음에 꼭 가고 싶다…. 혼자. 혼자. 혼자서!!!

남편이랑 가면 그 분위기 깨질 거 같아서ㅠㅠ남편이랑은 강철부대 보면서 전우애 다져야 제 맛.


요즘 싸이월드도 부활했고 오늘 비도 오려는지 날씨도 축축 쳐지고 선선해져서 그런가. 정말 사랑, 이별, 만남 뭐 이런 걸 엄청나게 거창하게 생각했던 20대 시절이 조금은 그리워졌다. 정말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면서 시간 보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던, 오롯이 나만 생각해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었던 그 시간.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게 당연했고, 미숙한 게 당연하기만 했던 그 풋풋한 시절. 나시티만 입어도 쳐지지 않는 팔뚝과 청바지만 입어도 낭창낭창 예쁘기만 했던 내 다리…그 시절…. 엉엉


비록 아직도 임신 16주에 머물러 있는 뱃살과 약간 빈 머리인 아줌마지만, 모든 게 헐레벌떡이라 곧 있을 지방선거에 누가 나왔는지도 관심이 없는데 무슨 사랑타령이냐 하고 있지만은.

 

나도 예전엔 그랬었지.. 하며 넬의 노래나 듣고 얼른 자야겠다. 오늘 남편이 교대로 아기랑 자는 날이라 갑자기 감성 폭발했네ㅠㅠㅠ내일 죽음이겠다ㅠㅠㅠ잘 수 있는 시간 몇 시간밖에 안 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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