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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Oct 25. 2023

다시 발라드를 듣습니다

나얼과 성시경과 발라드와 그 시절

https://www.youtube.com/watch?v=IGVOxPeeCMI


대학시절. 남몰래 좋아했던 사람은 늘 브라운아이즈를 들었다.

어느 날, 같이 듣자며 내어주던 한쪽 이어폰.

그 날 들었던 나얼의 목소리.


그 사랑이 매우 조용하고도 처참하게 끝나간 후에도

나는 그 노래를 오랜 시간동안 들었다.


기분이 울적해지거나, 아니면 외로워지거나,

아님 또 다른 사랑으로 충만해질 때도.


어쩌다 나얼의 목소리를 들으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 때의 내가 생각날 때가 있다.


비록 현실은 등원전쟁을 하고 있지만서도ㅎ


-


발라드의 왕 성시경.


하지만 나는 그리 팬은 아니다.


이유는 그의 말투, 태도 때문이다. 예전엔 늘 별로라고 생각했다.


고 2때인가, 그 때 한창 mnet에서 vj들 나와서 뮤비같은거 틀어주면서 그랬었는데.

(노홍철이 길거리 vj 하던 시절ㅎㅎ)

수능 전날에 성시경이 게스트로 나와서 고3이었던 vj들한테 공부 안하냐고 면박을 줬었는데

그 당시 명문대 가수로 유명하던 이가 약간의 비아냥을 섞으며 그들에게 뭐라뭐라 하는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재수없는 놈, 지는 공부 잘 했다 이거지.


그 후로도 예능에서 살짝 살짝 드러난 그의 모습은 비호감이었다.

저렇게 사회성 떨어지는 인간이 있을까.

신이 네게 목소리를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라....라고 생각했었다.  


그 후로 우연히 본 적도 있었는데, 그 때도 그리 호감이진 않아서...역시 내가 맞았군 하며 살았는데.


까칠한 사람도 나이를 먹고, 술을 먹고, 그렇게 유해지다 보면. 달라지기는 하나보다.

요즘 유툽 같은데서 보면 어찌나 친근한지!

그냥 예전에 학교에서 봤던 선배들 같음ㅋㅋㅋ까칠해도 틀린 말은 안하는 사람.......


나도 변했나 보지.


-


나를 아는 사람은 안 놀라겠지만ㅋ

나는 발라드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발라드의 가사처럼 그렇게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이 우리 삶에 있을 수 있던가.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얼마든지 말할 수 있고

싫으면 마는 거지 등등...대문자 T에게 발라드의 가사, 갬성 다 마음에 들지 않아!!! 너무 촌스러워!!

(요즘 mz 마인드라던데.......나 의외로 시대를 앞서 가고 있었군ㅋㅋㅋ)


이런 닭가슴살처럼 퍽퍽한 갬성을 가진 나도.


날이 좀 선선해지고 추워지면 잔잔하고 담백한 노래가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제는 알 것 같다.


상대의 조그만 반응에도 하나하나 흔들렸던 그 마음이.

누구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러다 헤어지고 느꼈던 그 애틋함과 후회는.

꼭 그리 세기의 사랑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어느 때나 가질 수 있다는 것.


오히려 쿨함으로 그 감정을 돌아보지 못하는게 더 촌스러운게 아닐까 싶어서.





쌀쌀해진 요즘.


다시 발라드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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