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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의 시대, 쏠림은 가속된다

콘텐츠 이야기

 종교 이야기가 좀 개인적이긴 한데, 포교는 아니니 일단 꺼내 봅니다. 저는 결혼하면서 특정 종교에 귀의(?)했고, 덕분에 주말 중 하루는 그 활동에 쓰이게 됩니다. 그런데 보통 일요일에 대면으로 진행되던 그 의식이 최근 코로나 방역 문제로 오랜 기간 비대면으로 진행 중이죠. 덕분에 많은 소규모 종교 단체들이 와해(?)되고 있습니다. 베이스가 되는 믿음은 그렇다 쳐도, 사실 매 주 만나 다지는 친목이 조직의 핵심 동력 중 하나였거든요. 


<작년 예배 사진 by Iphone Pro 12(...)>



대부분의 교회는 지금 비대면 라이브 방송으로 설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내용도 동일합니다. 처음 진행되는 것이다 보니 몇 달간의 진행을 끝내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는데, 제일 많이 나온 답변이 무엇이었을까요? 

"너무 길다" 

이런 말을 면전에서 하기란 무척 어렵죠. 하지만 진짜 길게 느껴집니다. 자리에 앉아서 바라다보고 있는 것과, 온라인 상에서 무수한 추천 영상을 뒤로 하고 라이브 설교에 관심을 지속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요즘 목사님들이 무서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마치 인강처럼 '1타 설교'에 신도가 몰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라이브니까 출석 염려 없고, 다른 사람 눈치 볼 것도 없으니까요. 즐겁고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설교로 몰리는 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그 시간에 경쟁(?) 채널 들어가서 보고 있다가 우리 신도 아이디가 뜨면 "누구님 어서 돌아오세요" 이럴 순 없지 않나요. 

비대면이 만들어 내는 특징적인 모습 중 하나가 실시간 방송이 대량으로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줌이나 팀을 통해 회의를 대체하는 것도 있고, 세미나를 웨비나(webinar)로, 신제품 발표를 디지털로 하는 것도 이제는 매우 익숙한 광경이 되었죠. 백신 속도를 보면 내년까지도 이 추세는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근데 비대면보다 실시간이 너무 어렵다는 분들 많이 계시죠? 

이번 CES 때 가장 참담했던 광경 하나를 들어 볼까요?  


<범두박멸 너어....>


대표 재벌 LG의 멋진 라이브에 동접자 수가 35명입니다. 18만 5천명이 무슨 소용인가요? 라이브에는 아무 보증도 되지 않습니다. 동시에 진행된 갤럭시 S21 언팩 라이브는? 5700만명 접속자. 게임 끝이죠. LG 홍보팀 직원, 아니 그냥 직원보고 그냥 틀어두래도 이것보단 많이 나올텐데요. 보여주기식 액션 안 하라고 한 걸 고마워해야 할까요? 




허접한 라이브 동접수 덕분에 구글은 라이브를 유튜브 마스트헤드에 걸어주는 광고도 팔 수 있게 됩니다. 몇년 전에 5천만원이었는데 구글 부장이 성공사례라고 들어주는게 동접자수 5천명이길래, 접속자 모두에게 만원씩 주는 이벤트 하고 동접자를 5천명으로 제한해두는 게 낫겠군 이라고 생각하고 돌려보낸 적이 있었죠. 천원씩 주는 이벤트면 5만명입니다! 야호~ 


<1타도 가끔은 목마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면, 남는 것은 그 제품 자체의 매력과 콘텐츠 뿐입니다. 이미 사교육 시장은 1타 강사가 다 먹고 있죠. 1타 강사가 몸이 몇 개가 아니니 오프라인 강의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원에 1타 강사 사진 보고 왔다가 다 찼다고 해서 다른 강사 수업을 들을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온라인 강의는? 한 번 올려 두면 마르고 닳도록 보죠. 휩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CES가 온라인으로 바뀌면 제일 힘든 건 중소규모 업체들일 겁니다. 박람회 가 보시면 알텐데요, 큰 메이저 업체들 옆에 작은 부스 수십개 중에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 팸플릿과 티비에 열심히 돌리면서 앉아 계신 피곤해 보이는 아저씨가 많은 부스죠. 삼성 보러 왔다가 인공지능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싶은 중소기업 부스도 들르곤 하는 거죠. 온라인은? 그런 거 없습니다. 삼성 언팩 영상 다음에 붙는 추천 영상은 애플 영상일 겁니다.  




그래서 요즘 드는 걱정이 뭐냐면, 유명하지 않고,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는 브랜드를 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반도녀가 LG생건 피지 광고를 받았을 때 찌찌춤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나는 그 경쟁사 제품을 홍보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싸한 사진과 텍스트로 인스타나 페북에 올린다? 좋아요 0개 포스팅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저는 꽤 유명한 브랜드를 오래 홍보하고 있습니다. 제 고객사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아주 많은 브랜드입니다. 정치인처럼 자기 부고만 아니면 좋다 식은 아니지만, 어쨌든 핫 한 브랜드를 하는 사람은 많은 부분 땅 짚고 헤엄치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사가 몇 백개 나니까요. 진짜 홍보가 필요한 제품을 홍보하는 방법을 나는 알고 있을까? 요즘 밤잠을 못 자게 하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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